서울 광혜병원 척추 유착성 질환 치료법
영상검사 해도 원인 찾기 어려워
추간공 넓혀 압박 해소, 염증 배출
회복 빠르고 흉터·근 손실 적어

허리나 다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하지만, 정작 영상검사 결과가 모호할 때가 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명확한 원인 부위가 포착되지 않아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이처럼 진단이 모호한 통증의 대표적인 원인이 ‘척추 유착’이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에 따르면 척추 유착성 질환은 척추관이나 추간공 내 염증 반응의 결과로 생긴 섬유성 조직이 주변 신경과 인대에 들러붙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유착이 정밀 영상 장비로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병명은 모호한데 통증은 지속하는 ‘미진단 통증’ 상태로 오래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유착성 질환은 크게 자연적으로 생기는 섬유성 유착과 척추 수술 후 발생하는 수술성 유착으로 나눈다. 섬유성 유착은 척추 디스크와 주변 조직에서 유래한 염증 물질이 축적돼 생긴다. 손상된 디스크와 주변 연골에서 흘러나온 염증 유발 물질이 좁은 공간 내에 퍼지면 염증을 일으킨다. 이때 조직이 가는 실타래처럼 유착돼 신경을 감싸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수술성 유착은 척추 수술 후 조직 재생 과정에서 이식한 인공뼈나 절제된 뼈가 주변과 융합하면서 신생 조직을 만드는 재형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유착 조직이 더 두껍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유착성 질환 발생의 근본 원인은 첫째, 물리적 압박이다. 유착된 조직이 신경이나 혈관을 눌러 직접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둘째는 생화학적 염증이다. 유착·협착으로 배출되지 못한 염증 유발 물질은 좁아진 공간에 정체된다. 그러면 신경 주변에 만성적으로 생화학적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물리적 압박으로 나타나는 통증 양상과 달리 날카롭고 지속적인 통증을 초래한다.

치료를 위해선 추간공확장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시술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꼬리뼈 끝의 구멍인 천추열공을 통해 카테터(catheter·의료용 얇은 관)를 넣어 약물을 주입하고 유착 부분을 박리한다. 2단계는 옆구리 쪽에서 특수 키트를 이용해 추간공 내·외측으로 직접 접근한 뒤 두꺼워진 인대를 절제하고 유착 조직을 풀어 공간을 확보한다. 특히 추간공확장술은 양방향 접근이 가능해 깊숙한 곳의 유착까지 제거할 수 있다. 확보된 공간으로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해 기존 방법보다 훨씬 정밀한 시술이 가능하다.
추간공확장술은 유착과 협착으로 좁아진 추간공에서 공간을 확보해 신경·혈관·자율신경의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 동시에 염증 물질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돕는다. 마치 막힌 배수구(추간공)의 거름 철망(인대)을 일부 제거해 물이 원활히 흐르도록 하는 원리와 같다. 특히 인대 이외의 조직 손상이 거의 없는 최소침습적인 방법인 만큼 회복이 빠르고 흉터나 근 손실도 없는 편이다. 또한 부분 마취만으로 시술할 수 있어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등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