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피로감과 어지럼증, 실신 반복되면 심전도 검사받아보길”


부정맥은 심장근육을 움직이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겨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상태다. 심장박동이 느리거나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어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몸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무증상부터 실신·돌연사까지 양상이 다양해 진단·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 속한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제정한 ‘하트 리듬의 날(11월 11일)’을 맞아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에게 심장 리듬 이상 질환의 특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는 "부정맥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는 “부정맥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정맥은 어떤 질환인가.


“부정맥은 고르지 않은 모든 맥박을 뜻한다. 발생 기전은 크게 세 가지다. ▶심장의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인 경로를 반복해 도는 회로 ▶원래 맥을 만드는 동이 아닌 부위에서 맥을 만드는 자동능 ▶다양한 요인이 부정맥을 유발하는 방아쇠 효과로 부정맥이 발생한다. 부정맥 발생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와 고혈압이다.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부정맥 환자 수(2022년 기준)는 약 46만 명에 이르렀다. 특히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에서의 발생률이 30%에 육박한다. 이는 노화로 인한 심장 전도계 기능 이상과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과 같은 기저질환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정맥의 대표적인 종류와 특징은 뭔가.


“부정맥은 정상 맥박보다 늦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과 비정상적으로 빠른 맥박을 나타내는 빈맥성 부정맥으로 나눈다. 서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회 이하의 맥박으로 정의하나 정상적인 수면 또는 안정 상태에서 60회 이하의 맥박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어지럼증, 호흡곤란, 피로, 실신 증상과 함께 맥박이 분당 40회 미만으로 매우 낮게 나타난 경우 ‘병적 서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빈맥성 부정맥은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인 상태로, 원인과 위치에 따라 증상과 위험도가 다르다. 그중 심방에서 발생하는 심방세동은 심방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떨리듯 수축하는 현상이다. 이땐 두근거림,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뇌졸중 발생 위험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심실에서 발생하는 심실 빈맥이나 심실세동 역시 두근거림, 실신, 심부전, 심할 경우 급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서맥성 부정맥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데, 일상에서 의심할 만한 이상 신호가 있나.


“일상에서 이유 없이 반복해서 피로감이 심하거나 계단 오를 때 숨이 차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거나 어지럼증과 실신이 나타난다면 심장 리듬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느려진 맥박을 단순히 노화 현상으로 오해해 증상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령층 또는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심장 리듬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


-치료가 지연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병적 서맥성 부정맥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심방세동 등 다른 부정맥이 동반되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심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


“증상을 동반한 병적 서맥성 부정맥은 약물로는 심박 수를 정상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박동기가 서맥성 부정맥의 표준 치료로 권고된다. 심박동기는 심장에 전기 자극을 전달해 박동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돕는 장치다.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질 때 자동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 정상 리듬을 회복시킨다.”


-최근엔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주목받고 있는데.


“기존의 심박동기는 보통 쇄골 부위 피하조직 아래 주머니를 만들어 기기를 이식하고 좌측 쇄골 정맥을 통해 전극선을 심장까지 연결해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구조다. 전극선이 있기 때문에 항상 왼팔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해 불편감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며 최근 등장한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기존 심박동기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인 2.6㎝ 크기의 초소형 기기 안에 배터리, 회로, 센서가 모두 내장돼 있으며 심장 내부에 직접 이식된다. 별도의 피하 주머니를 만들거나 전극선을 넣을 필요가 없어 이로 인해 유발되던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흉부 절개가 없어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 외관상 돌출이 없고 팔 움직임 등의 일상생활 제약이 거의 없는 만큼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10여년 전 임상 현장에 도입된 이래 다양한 장기 데이터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무전극선 심박동기 삽입 모습.
무전극선 심박동기 삽입 모습.


-심박동기 외에 또 어떤 심장 조절 장치가 활용되나.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이나 급사 증후군 환자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장의 병적 빈맥, 특히 심실 빈맥이나 심실세동과 같이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가 사용된다. 이는 심장이 위험한 속도로 수축할 때 이를 즉시 감지하고 전기 충격을 가해 정상 리듬으로 되돌려주는 장치로, 생명을 직접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심부전 환자를 위한 심장 재동기화 치료기가 있다.


최근 부정맥 모니터링 장치로 여러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상용화됐다. 부정맥이 의심되지만 이런 장치의 일시적인 검사만으론 원인을 찾기 어려운 환자는 삽입형 사건기록기가 고려될 수 있다. 이는 피하로 체내에 삽입돼 약 3년간 심장 리듬을 장기 모니터링할 수 있다. 단기간 검사로 발견되지 않던 리듬 이상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환자 상태와 부정맥 형태에 따라 다양한 조절 장치가 사용되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 전략 선택이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장 리듬 이상을 겪는 환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부정맥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며,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심장이 반복해서 불규칙하게 뛰거나 이유 없이 피로감, 어지럼증, 실신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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