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17:48:02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먼저 찾는 것은 ‘대미 협상력’ 제고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순위로 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어서다. 한국이 동맹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안보 청구서’에 당당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3~24일 일본을 실무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로 가는 길에 일본을 들르는 셈이다.
이번 한일·한미 정상회담 연계는 대미 협상력 차원에서 다차원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친중 이미지를 불식시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미국의 믿을만한 동맹인 점을 부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국방비 인상 압박 등 안보 이슈에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이미 회담을 해본 이시바 총리를 만나 경험과 조언을 듣고, 협상 전략을 다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일관계는 대미협상의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미중 전략경쟁 상황 속에서 한일·한미일 가치를 부각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이미 6개월 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이 대통령으로선 트럼프와 협상을 어떻게 할지 등을 일본과 상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 관계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니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월 셔틀외교 재개를 약속했는데, 한국 주도로 이를 재개할 경우 이후 한일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정치적 위기를 맞은 이시바 총리를 우리가 먼저 찾아가 힘을 실어줌으로써 지한파인 이시바 총리가 향후 총리직을 이어갈 경우 반대급부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메시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
이시바 총리는 201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어느 강연에선 “왜 한국이 반일일까”라며 “만일 일본이 다른 나라에 점령돼 (창씨개명 정책으로) ‘오늘부터 너는 스미스다’라고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는 북한 문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이 꼽힌다.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사안과 관련해선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 11일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철폐를 요구했는데, 일본은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