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신화의 주역 요시다 슈헤이가 성공적인 콘솔게임 개발을 위해 독립적인 팀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일 더블트리바이 힐튼 서울판교에서 열린 2025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전(前) 소니 엔터테인먼트 대표 요시다 슈헤이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요시다 슈헤이는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면 소규모의 창의적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퍼블리싱을 지원하는 방식이 이상적인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팀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시다 슈헤이는 1980년대 후반 소니에 입사해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2007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을 거쳐 2008년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수장을 맡았다.
재직 기간 동안 ‘언차티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시리즈를 성장시켰고, 2019년부터는 인디 게임 육성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Q.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계약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해줄 수 있는가?
2019년에서 2020년경, 코로나 전에 플레이스테이션 서드파티 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에서 엄청 좋은 콘솔이 개발됐다는 말을 들었고, 제작자가 제 팬이라는 말도 있어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를 직접 확인하러 갔었다.
당시 시프트업은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로 유명해서 어떤 게임일지 궁금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데스티니 차일드와 달리 실사 기반의 3D 그래픽 게임에다가 액션게임이었다. 보스 디자인과 피규어 제작, 디지털화 과정까지 직접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저를 시프트업에 데려갔던 직원도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하고 싶다고 조언했고, 회의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퍼블리싱이 꼭 필요하다”라는 얘기가 많았다. 논의를 거쳐 계약이 성사됐다. 결과적으로 스텔라 블레이드 퍼블리싱이 한국 개발자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콘솔 게임은 아직까지 대단히 창의적인 형태는 없는데, 규모가 큰 대형 게임사가 창의적 게임을 만드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민트로켓의 창의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라고 말한 넥슨 사장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그리고 이것이 핵심이다. 무엇이 성공할지, 어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마케팅팀은 더더욱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면 소규모의 창의적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퍼블리싱을 지원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독립적인 팀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모델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Q. ‘플레이스테이션 6’를 포함한 다음 세대 기기는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플레이스테이션 1은 CD, 2는 DVD, 3는 블루레이를 도입해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정체성을 가졌다. 하지만 PS4 이후부터는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디지털 콘텐츠가 중심이 되기 시작하면서 게임 이외의 기능의 중요성은 감소했다. 콘솔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하드웨어팀은 우수해서 앞으로 독특한 기능을 추가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Q. 콘솔 PC 모바일 크로스 플레이 환경으로 되어가는 중인데, 그런 환경에서 콘솔은 어떤 경쟁력을 갖을 수 있을까?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호요버스의 ‘원신’을 재밌게 했다. 크로스 플레이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모바일 퍼스트’가 되어야 한다. 모바일에는 버튼도 스틱도 없다. 재미만으로 유저를 끌여들여야 한다. 모바일이 성공하면 PC와 콘솔로 이어진다.
모바일 퍼스트임에도 PC와 콘솔로 출시하는 이유는 환경에 따라 게임의 경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큰 화면, 고해상도, 빠른 응답 속도, 높은 디테일 표현력은 PC나 모바일이 주기 힘든 몰입을 제공한다. 콘솔은 언제나 완성도 높은 체험의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Q. 한국에는 소니나 닌텐도처럼 하드웨어 기업이 없는데, 이런 차이가 콘솔게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솔직히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뿐 하드웨어 기업이 존재하냐가 창작의 질을 결정짓는 건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건 개발자와 퍼블리셔의 협력 구조, 그리고 창의성을 실현할 환경이다.
Q. 한국 정부도 인디 콘솔게임 지원하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콘솔 인디게임 분야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게 무엇이고, 일본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일본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 최근에서야 게임 제작 관련한 펀딩을 시작한 추세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이 정부 지원이 더 활발한 편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호주 빅토리아주의 ‘스크린 빅(Screen VIC)’ 정책이 굉장히 좋다고 본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게임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졸업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프로토타입 제작 및 비즈니스 교육, 퍼블리셔 피치 기회 제공 등의 체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인디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것이다. 단순 아이디어만으로는 펀딩이 불가능하다. 빅토리아주처럼 리스크가 적은 도전 환경을 마련해주는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닌가 싶다.
Q. 젊은 세대에서 쇼츠나 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젊은 유저들이 짧은 영상 콘텐츠에 시간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시간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데이터는 본 적 없다. 엔터테인먼트는 항상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게임이 계속해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영상 플랫폼에 유저를 빼앗길 일은 없다고 본다.
Q : 최근 인상 깊게 본 한국 인디게임이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서 약 20개 게임을 메모했다. 기억에 남는 게임은 ‘Where is My Red Ball?’이란 고양이 퍼즐 게임이다. 고양이가 빨간 공을 찾아 다른 고양이에게 전달하는 게임으로 고양이가 공을 받기 전과 후의 표정 변화가 섬세하고 감정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마스터 인피스’라는 전략 게임도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