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콘셉트 기반 세트의 OST 가수를 선정한 라이엇 게임즈의 안목이 빛을 발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달 31일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의 신규 세트 ‘K.O 콜로세움’을 공개했다. 이번 세트는 애니메이션 테마의 콘텐츠와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해당 세트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게임 내 변화뿐 아니라 외부 콘텐츠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지난 시즌을 만회하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OST였다. 애니메이션 콘셉트에 맞춰 OST 명장으로 손꼽히는 ‘TULA’ 정재윤을 섭외한 것이다. TULA는 과거 ‘디지몬’ 시리즈 OST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대표곡인 ‘디지몬 어드벤처’ OST ‘Power Up!’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수많은 노래를 부르며 OST계 거장으로 거듭났다.
90년대의 추억을 절절히 자극하는 친숙한 그의 목소리는 K.O 콜로세움 테마곡 ‘한계돌파!’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그 결과 공식 유튜브 영상은 공개 직후 2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OST를 들은 유저들도 “훌륭한 캐스팅”이라며 호평을 남겼다.
그렇다면 TULA 본인은 ‘한계돌파!’와 TFT K.O 콜로세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명대학교 뮤직테크놀로지학과 전임 교수 TULA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다양한 게임의 OST 및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평소에도 여러 게임을 즐기는가?
사실 최신 트렌드 게임의 지식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어릴 때와 20대 초반에는 스튜디오에 가면 비치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위닝 일레븐’을 하며 밥값 내기를 하는 등 많은 추억이 있다.
이후에 여러 대작 게임들이 히트를 치고 게임기들 사양도 좋아지면서 ‘파이널 판타지’, ‘스타크래프트’ 등 콘솔 게임 위주로 즐겼다. 이번 세트 15 테마곡을 부른 후 팬들이 “K.O 콜로세움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 직접 노트북에 설치해 플레이해 보고 있습니다.
Q. 라이엇 게임즈 관련 노래는 처음인데 노래에 대한 감상이 어땠는가?
라이엇 게임즈는 워낙 유명하고 저력이 있는 회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제안이 왔을 때 매우 반가웠다.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왜 나에게 요청했는지’가 바로 느껴졌고,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작업 과정에서도 “평소처럼 하시면 된다”는 코멘트를 받았고, 제작진이 배려와 편의를 많이 제공해 주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Q. 라이엇 게임즈와 협업할 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 받은 레퍼런스 영상을 보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의미가 아니라,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 보니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예전 명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에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포함한 제작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과정에서 제 해석과 비슷하게 느낀 분들이 많아 반가웠다. 즐거운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 전략적 팀 전투 TFT K.O. 콜로세움: 한계돌파! (Vocal by TULA)
Q. 게임 OST 작업 과정은 애니메이션 OST와 어떻게 다른가?
애니메이션은 ‘노래하는 화자가 누구인지’가 명확하다. 제3자의 시선으로 응원하는지, 캐릭터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하는지 등 몰입이 중요하다. 게임은 상호작용 요소가 많아, 유저가 스토리에 몰입하고 개입하는 점이 특징이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 담을지, 감정을 얼마나 표현할지 고민하게 된다. TFT는 제작진이 콘셉트를 명확히 제시해 작업이 비교적 수월했다.
Q. 이번 TFT 콘셉트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용감함’과 ‘레트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일부러 화질을 낮추고 애니메이션풍 렌더링을 사용하는 등 콘셉트를 살리려는 흔적이 뚜렷했다. 이런 작업은 흔치 않기에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게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 목소리가 나와도 당연히 좋고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내가 이 과정을 함께 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Q. 개발진들이 애니메이션 감성을 위해 비주얼적으로 많은 노력을 가한 시즌이라 말했다. 실제로 볼 때 그런 점이 잘 느껴지는가?
비주얼은 ‘어떤 시점에, 어떤 대상에게, 얼마나 적절한 인상을 남기는가’가 중요하다. K.O 콜로세움은 애니메이션 감성이 잘 살아 있었고, ‘거대 메크’가 디지몬 진화처럼 레벨업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콘셉트에 충실한 세트였다.

Q. 세트 15에 등장하는 챔피언들 중 마음에 드는 캐릭터 1명을 고르자면?
‘마법소녀’라는 콘셉트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세라핀’이다. 음악을 하는 공통점도 있고, 콘셉트도 취향에 맞아서 처음 봤을 때 큰 인상이 남았다.
Q. LoL IP에 등장하는 스킨들에도 애니메이션 관련 테마가 많다. 가장 인상 깊었던 테마가 있었는지?
‘별 수호자’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법소녀 콘셉트를 좋아한다. 마법소녀 테마의 연출, 그 시대 감성이 살아있는 복장 등 호감이 가는 요소가 많다.
Q. TULA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주력 분야는 애니메이션 OST지만, 게임 업계에서도 TULA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워하는 팬들이 많다. 향후에도 꾸준히 볼 수 있을까?
최근 게임 음악, 서브컬처 분야의 팬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시대의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부터 게임은 있었지만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게임 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아직도 저를 찾는 대부분 매개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키워드다.
애니메이션과는 다르지만 동질감이 있는 게임 업계에서도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둘 다 좋아하는 입장인 만큼 게임 업계에서 음악을 하는 일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Q. 서브컬처 음악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게임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시리즈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나 시리즈가 많은 작품들은 설명하려고 할 때 언급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주제가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인상 깊었던 시리즈는 주제가를 듣기만 해도 대표적인 장면이 떠오르는 등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
Q. 도구리 ‘막내의 꿈’, 웹툰 ‘작두’ 등 애니메이션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작품 내 세계관 캐릭터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도구리를 보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을 유지하며 파워풀한 모습을 유지하는 모습을 OST에 담아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작두도 음악 자체가 파워풀하고 여러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도 좋아했다.
Q. 향후 음악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음악은 대중들이 듣기에 대중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기존 음악계에서 사용하는 요법을 지키지 않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다. 실험적인 사운드를 활용하면서 “이런 시도를 했다고?” 하는 음악을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혹시나 그런 일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좋겠다.

Q. 그렇다면 “이런 시도를 하다니, 감명 깊다”라고 느낀 음악이 있는가?
완전 실험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진격의 거인’의 ‘심장을 바쳐라’가 있다. “신조오 사사게요!”라는 단어가 아직도 명확히 떠오른다.
Q. 디지몬 OST ‘Power Up’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본인을 대표하는 곡이라고 생각하는지?
디지몬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하지는 않았다. 시리즈 중간에 투입이 됐는데 이때도 노래를 녹음하면서 “좋은 건 맞는데, 그렇게까지 특별한 노래인가?”라는 감상이 들었다.
당시 OST들은 음역대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기존보다 더욱 파워풀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기에 피지컬적으로 샤우팅을 넣고 긁으면서 소리를 냈다. 그 점이 오히려 듣는 이들에게 뭔가 끌어 오르게 하는 장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채널에도 가장 먼저 올린 이유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 직접 부른 노래들 중 무엇을 제일 좋아하실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 ‘Power Up’인 것 같았다. 팬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시작하자마자 이 노래를 들려드리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Q. 디지몬 어드벤처 무인편부터 프론티어까지 여러 디지몬 OST를 작업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인가? 그 이유는?
디지몬 시리즈에 참여한 곡은 총 6곡이다. 유명한 Power up과 더불어 ‘스피릿 에볼루션’등 많은 곡이 있었다. 직접 부른 노래 말고 명확하게 하나가 있는데, 바로 ‘브레이브 하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음악적인 요소에서 가장 완벽한 곡이라고 본다.
직접 불렀던 노래 중에서는 곰곰히 생각해 보니 Power up인 것 같다. 한 문장씩 부를수록 감정 이입이 잘 되고 표현도 풍부해지기에 만족감이 든다.

Q. 디지몬 애니메이션 OST의 경우 하이라이트 장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편을 직접 시청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직접 부른 노래가 어느 시점에 나오는지 항상 살펴본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에테몬’과 ‘그레이몬’이 전투를 하는 시점이다. 그레이몬이 “태일이의 용기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라는 말과 함께 용기의 문장이 빛나고 ‘메탈그레이몬’으로 진화를 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처형곡이 한 번에 정주행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매번 나오니 듣는 사람이 지치지 않나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영을 하던 시절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지금 정주행하는 팬들은 “힘들겠다”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Q. 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남는 작업도 있었는지?
특정 작업이 아쉬웠다기보다는 당시 작업 환경이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에는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OST를 녹음할 때 1~2시간 내에 끝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시대였다.
녹음 자체를 굉장히 빨리 진행해야 했던 환경인지라 작업 도중에 아쉬움이 남아도 현장에서는 좋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순간 끝났다. 집에 와서 방영이 된 장면을 보면 “여기를 이렇게 불렀으면 어땠을까”라는 미련이 남기도 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러한 아쉬움이 상당히 해소됐다. 마음껏 제약 없이 노래를 부르고 마음에 드는 최선의 결과물을 업로드할 수 있기에 만족한다.
Q. 처음 곡을 봤을 때 느꼈던 감상이 디렉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가?
엄청 달라진다. 작품 속에 노래를 부르는 과정까지도 존속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최대한 그런 요청들을 흡수해서 퀄리티를 상승시키고자 노력한다.

Q. 개인적으로 막내의 꿈을 들으면서 신입 시절 큰 위로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TULA가 부른 노래를 듣고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2000년도에 Power up이라는 노래가 처음 나온 뒤 그 당시 메일로 “몸이 상당히 아팠는데 TULA의 노래를 들으면서 열심히 재활을 했다”라는 얘기도 들었다. 당시에는 “이게 말이 되나, 정말인가?”라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후에도 노래를 들으며 힘들 일들을 극복했다는 사례를 다양하게 목격했다.
스스로 그 정도의 가수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나 역할에 있어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명감이 생기기도 했다. 사소한 부분들로부터 행동을 올바르게 하도록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등 잘 살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명확한 목표는 없다. 목표가 있어도 목표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고, 달성이 되지 않았을 때 실망감을 느껴 원동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롱런하고 싶다.
특이한 꿈이 있는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직접 느끼는 감정을 담은 비공식 OST를 만들고 있다. 언젠가 완성이 되면 개인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을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음악은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야 가치가 생기기 마련이다.
Q. TFT 유저들과 팬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이번 세트에 대한 특별함을 많이 전해 들었다. 지금 참여하고 계신 플레이어들에게 제 노래가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TFT 전장에 곧 합류하도록 하겠다.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을 만날 때 혹시 TFT를 즐기고 있다면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항상 사랑해 주는 팬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