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치료 필수 건선, 편의성 높인 먹는 약으로 치료 지속성 강화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지난해부터 건선으로 치료중인 30대 직장인입니다.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시작되다가 물고기 비늘처럼 피부가 벗겨지더니 비듬처럼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합니다. 피부에 뭐가 생기니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여 여름 내내 긴팔만 입었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면역억제제도 먹어보고 광치료도 받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이 생겨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건선은 지속적 치료가 중요하다는데, 업무 특성상 병원 진료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어떻게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의 조언  


면역억제제와 광치료를 장기간 받았음에도 충분한 반응이 없고, 부작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건선은 관리가 어려운 만성 질환입니다.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합니다. 특히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건선 피부의 증상 악화 위험이 크므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면역학적 이상으로 발병하는 건선은 전선 염증성 피부 질환입니다. 악수·포옹 같은 신체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피부 병변에 사회적 편견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선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실제 건선 환자 3명중 1명 이상은 건선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건선 피부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 악화 위험이 크다.

건선 피부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 악화 위험이 크다.


피부 상태가 악화·호전을 반복하는 건선은 지속적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눈으로 보기에 피부가 깨끗해졌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닙니다. 건선으로 인한 염증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뿐만 아니라 심혈관, 관절, 장 등 신체 내부까지 침범합니다. 건선이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같은 전신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건선 관절염으로 손가락·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이 붓고 뻣뻣해지다가 관절이 틀어져 변형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건선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치료는 건선의 중증도, 활성도, 병변 상태 등 환자의 개별 상황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합니다. 경증일 때는 건선 부위에 연고·겔 형태의 바르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합니다. 중등도 이상인 경우에는 광치료, 전신 치료법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병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상급 치료(Advanced Therapy)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최근엔 복약 편의성을 높인 먹는 경구약 형태의 새로운 상급 치료제(듀크라바시티닙/ 제품명 소틱투)가 도입되면서 건선 치료 환자의 치료 전략이 다양해졌습니다. 듀크라바시티닙은 건선 발병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IL23/IL17 경로의 중심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TYK2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피부 증상을 개선합니다. 특히 사회 생활이 활발한 2030대 건선 환자에서 긍정적입니다. 기존의 상급 치료제는 일정 간격마다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주사 거부감이 크거나 병원 방문이 어려울 때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먹는 약 형태의 상급 치료제은 간편한 약 복용이 강점입니다. 치료 시작 시점부터 하루 1회 복용하면 됩니다. 병원 주사 치료를 위해 출장이 잦아 치료 일정 조율이 어렵거나 연차를 내기 힘들다면 먹는 건선 치료제를 고려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경구용 건선 치료제는 실온 보관이 가능해 집이나 직장, 여행지 등에서도 매일 약을 먹으면서 건선 증상 관리가 가능합니다. 


듀크라바시티닙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 대상 임상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듀크라바시티닙 치료 16주차에 PASI75(건선 피부 병변이 75% 이상 감소한 경우)에 도달한 환자는 약 69%였습니다. 일본 환자 대상 연구에서는 약 7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인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듀크라바시티닙은 6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중증 판상건선 성인 환자 중 전체 피부 면적의 10% 이상, 중등도 기준인 PASI 10점 이상이며, 3개월 이상 전신 치료나 광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지속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 급여 적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다른 상급 치료제와 비교해 부용 부담이 적습니다. 


건선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 질환인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건선 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신약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함께 최적의 방법을 찾아 건강한 일상을 보내시기를 응원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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