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발병 초기에 증상이 노화와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그런데 환자의 장내 미생물 변화를 통해 병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팀은 파킨슨병 환자 104명과 대조군 85명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잠꼬대, 발길질 등 수면 중 이상행동)’를 경험한 환자는 초기부터 장내 환경이 악화돼 있었던 반면,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환자는 초기에 균형을 보이다가 진단 2년 후부터는 유해균 비율이 높아지며 장내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군은 장 점액층을 분해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아커맨시아(Akkermansia), 에쉬리키아(Escherichia) 같은 유해균이 많았고, 장벽을 보호하는 유전자 발현은 감소했다. 반대로 건강한 대조군은 프레보텔라(Prevotella), 파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등 유익균이 풍부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식이섬유 섭취량이 권장량을 넘었음에도 이런 불균형이 나타났다.
정선주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파킨슨병 조기 진단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양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 동반 여부에 따라 장내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