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샘암, 조기 발견이 생존율 좌우…비만·당뇨 있다면 45세부터 검진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암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립샘암도 그중 하나다.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려워 병이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전립샘암은 현재 남성에게 폐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고령화와 서구식 식습관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립샘암 환자 수가 약 2.5배나 증가했다.


전립샘암의 위험 요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나이가 가장 큰 요인이고, 가족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샘암을 앓았다면 발병 위험이 약 3배 높아진다. 비만이나 고지방 식단, 운동 부족 역시 위험을 키우는 요소다. 한국전립선관리협회 자료에 따르면 비만인 남성은 저체중인 남성보다 전립샘암 위험이 1.4배 높다.


초기 증상은 뚜렷하지 않다. 증상을 느꼈을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땐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밤에 자주 깨서 화장실에 가게 되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증상만 보면 흔히 나이 들면 생기는 전립샘비대증으로 여겨지기 쉬워 진단이 늦어진다. 전립샘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샘암을 1~2기에서 치료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하지만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에는 49.6%로 떨어진다.


간단한 채혈로 조기 진단 가능


조기 발견의 핵심은 정기검진에서 이뤄지는 전립샘 특이항원(PSA) 검사다. 간단한 채혈만으로 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방사선 노출 우려가 없고, 비용 부담도 적다. PSA는 전립샘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수치가 높으면 전립샘암이나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국내에선 PSA 검사가 아직 국가 일반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개인이 정기검진을 받을 때 PSA 검사를 별도로 신청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검사를 받는 남성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 남성은 PSA 검사를 매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당뇨병이 있는 고위험군은 45세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PSA 수치가 높다고 전립샘암을 단정할 순 없다. 전립샘비대증이나 염증이 있어도 수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치가 높게 나오면 재검사를 거치고 직장수지검사, 전립샘 MRI,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 암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김종욱 교수는 “일반적으로 PSA 수치가 4ng/mL 이상이면 정밀검사가 권고된다”며 “PSA 수치가 정상이어도 직장수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추가 검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 예방의 기본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채소·과일·생선 위주의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지방 음식과 가공육은 줄이면서 금연과 절주를 실천해야 한다. 다만 생활습관만으로는 완전한 예방이 어렵다. 정기적인 검진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