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허리 통증, 척추 굳기 전에 원인 찾아야

 

허리가 뻣뻣해지고 아침마다 일어나면 몸이 굳은 듯 느껴지며 움직일수록 통증이 줄고 가만히 있으면 더 아파지는 허리 통증, 강직성척추염의 대표적인 신호다.

11월 1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지정한 ‘강직성척추염의 날’이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와 엉치뼈가 만나는 천장관절에 염증이 생겨 점차 척추가 굳어가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나면 척추뼈가 서로 붙어 하나의 긴 뼈처럼 변형되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로 진행될 수 있다. 이 병은 20~40대 젊은 층에서 흔히 시작된다.

강직성척추염의 통증은 일반적인 요통과 정반대의 특징을 보인다.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재민 교수는 “디스크 통증은 움직일수록 심해지지만, 강직성척추염은 오히려 움직여야 통증이 완화된다”며 “아침에 허리나 엉덩이 부위가 뻣뻣하고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통증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직성척추염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과 뼈를 공격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HLA-B27’이라는 유전자가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HLA-B27 양성이면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10~30% 높다. 그러나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감염,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초기 증상은 서서히 진행된다.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통증이 밤에 심해지고,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염증이 퍼지면 무릎·어깨·갈비관절 등에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포도막염(눈 염증),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척추가 점차 굳으면서 정상적인 허리 움직임이 불가능해진다. 김재민 교수는 “증상을 방치하면 척추 아래쪽에서 시작된 강직이 위쪽으로 번져 결국 몸 전체가 굽은 자세로 굳어버릴 수 있다”며 “허리를 숙이거나 젖히는 기본 동작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 ▶아침 뻣뻣함 ▶운동 시 통증 완화 ▶X선 또는 MRI에서 천장관절염 소견 등이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한다.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가 통증과 염증을 완화한다. 통증 조절이 어렵거나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TNF-알파 억제제나 IL-17 억제제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이들 약물은 면역반응을 조절해 관절 손상을 늦추고, 피로감·통증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인다.

운동은 약만큼 중요하다.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려면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요가, 필라테스 등 저강도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침 기상 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깊은 호흡운동은 척추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지 말고 하루 한 번은 허리와 가슴을 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식단은 면역 균형을 돕고 충분한 수면은 염증 호르몬을 조절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김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은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운동, 그리고 생활습관 개선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직성척추염 의심 신호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

-아침에 허리가 뻣뻣하고 30분 이상 지속

-운동하면 통증이 줄고, 쉬면 더 심해짐

-밤에 통증 때문에 자주 깨는 경우

-눈(포도막염)·피부(건선)·장염 등 동반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