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초음파 검사만이 담낭 질환 조기 발견하는 유일한 길


황지웅 교수는 "담낭암은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황지웅 교수는 “담낭암은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쓸개(담낭)를 떼내도 괜찮을까요?”


담낭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외과 황지웅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담즙은 간에서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담낭을 절제해도 소화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수술 직후엔 설사나 묽은 변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한두 달이면 회복됩니다.”


담낭은 일종의 ‘담즙 저장고’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식사할 때 십이지장으로 배출한다. 담즙은 지방을 분해해 소화를 돕는 소화액으로, 음식물이 들어올 때 분비량이 늘어난다. 황 교수는 “담낭의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이 작은 주머니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담석과 담낭염, 담낭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담낭 기능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변화는.


“담낭은 간과 장 사이의 밸브 역할을 하며 담즙의 흐름을 조절한다. 그런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담즙이 고여 돌(담석)이 생긴다. 담즙이 정체돼 만들어진 돌이 담낭의 입구나 담관을 막으면 염증과 통증이 시작된다.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담낭벽이 두꺼워지면서 세포 변형이 일어난다. 여기서 일부는 암으로 이어진다. 담낭암 환자 상당수가 만성 염증의 연장선상에 있다.”


-주요 위험 인자는 뭔가.


“불규칙한 식사와 장기간 금식, 서구화된 식습관은 담즙 정체를 유발한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담석 환자가 늘고 있다. 원인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식사를 거르면 담낭이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 피임약 복용과 임신, 고지혈증, 비만도 위험 인자로 꼽힌다.”


-재발도 잦다고 들었다.


“한 번 담석으로 통증이 생겼다면 거의 대부분 재발한다. 증상이 생겼을 때 미루지 말고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담낭 질환 치료의 핵심은 결국 ‘문제가 생긴 담낭을 제거하는 것’이다. 멀쩡한 장기를 이유 없이 제거하는 법은 없다. 담낭절제술은 담낭염·용종·패혈증 위험 등 더 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외과에서 맹장 수술보다 흔히 시행되는 수술이 담낭절제술이다. 


과거 개복이 일반적이었던 담낭절제술은 이제 복강경 수술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배꼽 부위의 구멍 하나만으로 수술하는 로봇 수술도 늘고 있다. 황 교수는 “담낭이 주변 장기와 붙어 있으면 수술이 어려워지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복강경으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담낭용종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낭용종과 담석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용종의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일부는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용종이 1cm 이상이면 수술을 권한다. 크기가 작더라도 빠르게 자라거나 모양이 불규칙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30대 후반 남성 환자가 9mm 용종으로 경과 관찰만 하려 했는데, 환자 의지로 수술을 진행했다. 조직검사 결과 암 전단계 병변이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크기만으로 위험을 단정하긴 어렵다.”


-담낭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100명 중 1명꼴로 높진 않다. 하지만 누가 그 1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담낭암은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 4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 꼭 초음파 검사를 받길 권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진행암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황 교수는 자신을 “수술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수술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환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1분, 1시간을 더 써서라도 수술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려고 해요. 지인이든 처음 보는 환자든 모두에게 똑같이 집중합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은 모두 좋아했던 그다. 피아노, 기타, 비올라, 드럼까지 다뤘다. 황 교수는 “이 손으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외과의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담낭 질환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문제를 일찍 발견하는 게 중요해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무리하지 않는 다이어트만 지켜도 평생 건강한 담낭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가장 좋은 약입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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