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재와의 전쟁’ 본격화…산재 기업에 과태료·과징금 경제제재

2025-08-13 11:52:58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과 권창준 차관이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7.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과태료와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더해 중대재해를 낸 건설사의 시공사 입찰 자격 제한, 안전조치 미이행 즉각 제재, 위험의 외주화 차단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포함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다음달 발표해 산업재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해는 산업재해로 노동자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해당된다.

금전·거래 제재 전방위 강화…중대재해 반복 발생 시 불이익

권 차관은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향후 대책 검토 과제에는 과징금 제도 도입, 과태료 상향 등 경제적 제재 강화와 근로자 작업중지권 발동 요건 완화,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 강력한 금전 제재 수단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인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과징금 규모는 정액으로 하는 방식과 매출액에 대해 일정 비율로 하는 방식 등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업정지 요청 요건도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완화하고, 요청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재발하면 등록 말소(인허가 취소) 규정을 신설한다. 건설업 외 다른 업종에도 인허가 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이 법제처에 건의될 예정이다.

권 차관은 “현행법에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를 입은 근로자와 기업 간의 관계고, 과징금은 행정적 제재라 역할이 다르다”면서 “개선할 제도 일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등에 소급할 수도 있겠지만,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다만 이번 대책이 포스코를 저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는 “포스코 사태는 상징적 사건이었고, 정부가 준비중인 전체적 대책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부는 대출 심사, 공시·평가 등을 통해 금융권이 자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중대재해 반복 사업장의 공공입찰 참가를 강력히 제한하는 방안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주요 사건 발생 시 대검찰청과 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기업을 신속 송치·기소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현장 안전관리·권한 확대로 산재 예방…자치단체·민간 역량 적극 활용

정부는 적극적인 산재 예방이 가능하도록 고용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를 도입하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확대 검토에도 나선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근로감독권한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재예방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대표 추천을 받아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를 유형별(추락, 끼임, 질식, 외국인 등)로 차별화해 맞춤형 대책도 병행한다.

추락사고의 경우 영세 철골·지붕공사의 안전시설 설치 재정지원을 신설하고, 철골 추락방지 시설은 지상에서 설치한 후 인양하도록 하는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한다.

질식 사고 예방을 위해선 하도급 방식 개선을 협의하고 산소·유해가스농도 기록 의무 등이 담긴 안전보건규칙을 이달 중 입법예고한다.

외국인 사고에 대해서도 노동법 위반 이력이 있거나 민원이 다수 제기된 취약사업장을 우선 감독할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안전한 일터 신고센터’를 개설해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항 적발 신고 시 포상금 지급 방안도 계획 중이다.

고용부는 이같은 계획을 전날(12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용부는 향후 전문가 및 노사의 의견을 수렴해 9월 중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권 차관은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제재를 강하게 해 법 위반으로 이득을 얻는 대신 재해 발생을 묵인하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원칙이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