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치명적인 뇌혈관질환,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해답


김대원 원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김대원 원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혈관질환은 정기 검진과 신속한 대응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느닷없이 찾아와 생사를 가른다.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지면 뇌세포가 손상돼 언어·운동·기억 기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한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허혈성)이 전체의 80%, 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출혈(출혈성)이 나머지 20%를 차지한다. 


주요 원인은 경동맥 협착증과 뇌동맥류. 두 질환 모두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한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원광대병원 신경외과 김대원 교수는 “뇌혈관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조기에만 발견한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며 “정기 검진과 신속한 대응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세계 뇌졸중의 날'(10월 29일)을 맞아 뇌혈관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을 되새길 때다. 


-경동맥 협착증과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모두 뇌혈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경동맥 협착증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 혈관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으로 좁아지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뇌혈류가 줄거나 혈전이 떨어져 나가 허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뇌동맥류는 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파열되면 출혈성 뇌졸중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한다. 두 질환 모두 치명적이지만, 초기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다.”


-조기에 알아차릴 신호가 아예 없나.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야 징후가 있다. 경동맥 협착증은 일시적으로 시야 장애나 언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손발의 힘이 빠지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뇌혈류가 순간적으로 막혔다가 풀리는 ‘일과성 허혈 발작’일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는 대부분 파열 전까지 증상이 없다. 간혹 극심한 두통이나 눈 주위 통증, 복시(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등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고혈압·흡연자·가족력이 있을 경우 증상이 없어도 CT나 MR 혈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이롭다.”


-치료 환경은 얼마나 달라졌나. 


“최근 영상 진단과 시술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그러면서 진단의 정확도와 치료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과거엔 5㎜ 이상 병변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2~3㎜ 이하의 작은 동맥류나 협착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뇌혈관 내 시술 장비도 훨씬 미세하고 유연해져 고위험으로 여겨졌던 환자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수도권 대형병원뿐 아니라 지역 거점병원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고난도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큰 변화다. 이러한 발전이 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와 예후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동맥 협착증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나.


“치료는 약물요법과 시술, 수술요법 순으로 진행된다. 우선 고지혈증 약이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해 혈관 협착의 진행을 억제한다. 협착이 심하거나 증상이 있는 경우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혈관을 열고 안쪽의 죽상경화 물질을 제거하는 수술로, 장기적인 개통률이 높다. ‘스텐트 삽입술’은 좁아진 부위에 금속망 형태의 스텐트를 넣어 혈류를 확보하는 시술이다. 절개가 없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뇌동맥류는 파열 전 치료가 핵심이다. 크게 수술과 시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막는 수술이다. 완전 폐색률이 높고 재발이 적지만, 회복 기간이 길고 미용상 제약이 있다. ‘코일 색전술’은 카테터를 통해 동맥류 내부에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하는 비침습적 시술이다. 절개가 없고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이 적은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혈류전환 스텐트’나 ‘혈류차단기 삽입술’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치료가 어려운 큰 동맥류나 경부가 넓은 경우에 적용된다. 동맥류로 가는 혈류를 줄여 자연스럽게 폐색을 유도한다.”


-치료법을 결정할 때 특히 고려해야 할 점은.


“치료법 자체보단 환자 조건이 더 중요하다.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해부학적 구조,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어느 한 치료법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환자마다 혈관 구조와 전신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시술자의 경험과 의료진의 협업, 병원의 장비 수준이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원광대병원은 전북권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돼 있다. 24시간 응급혈관치료팀이 상시 대기 중이다. 뇌졸중 전용 CT·MRI·혈관촬영장비를 갖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단순한 치료에 그치지 않고, 예방과 조기 발견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경동맥 초음파와 뇌 MRA 검진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면서 금연 클리닉과 생활습관 교육, 찾아가는 건강 캠페인 등도 병행한다. 또한 매년 뇌졸중 심포지엄과 연수강좌를 열어 지역 의료진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1·2차 의료기관과의 전원 체계도 꾸준히 정비하고 있다.”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은 있다면.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예후와 생사를 가르는 응급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발생한 지역에서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은 서울에 비해 전문 인력과 시술 인프라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역에서도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인력 확충과 장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뇌혈관질환은 조용한 시한폭탄이다. ‘나는 괜찮다’는 생각보다 정기적인 영상검사를 통해 병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당뇨병·흡연자·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요주의 대상이다. 이미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평소 혈압·혈당 관리, 금연, 정기 검진만으로도 뇌졸중의 절반 이상은 예방할 수 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