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美는 ‘北 핵보유’ 인정 안 해…북미 간 밀당 필요할 것”(종합)

2025-08-14 12:24:11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14일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인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한다면 핵보유국의 자격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의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려면) 여러 가지 미북 간 밀당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국무장관과 백악관의 여러 참모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새 돌파구(breakthrough)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라며 “미국 측이 그런 말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북미 대화는) 오로지 비핵화만을 전제로만 협상할 수 없듯,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 협상만으로도 진행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그 사이 어디선가 접점을 찾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조 장관은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가정적인 상황이라 지금 답변드릴 수는 없다”면서 “다만 외교라는 것은 희망을 근거로 정책을 만들면 안 된다. 실패한다. 그러나 희망을 잃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동맹 현대화’ 사안에 대해선 “실무에서 긴밀하게 협의·협상하고 있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원자력, 조선, AI(인공지능), 바이오 등을 망라하는 ‘미래형 포괄적 동맹’을 언급하며 “도전적인, 변화하는 국제 질서를 맞이해 우리가 한미동맹을 잘 활용해야 하고 이번 정상회담도 그런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李 대통령, 미국보다 일본 먼저 방문엔 “실사구시 정부라 가능”

조 장관은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오는 23일 일본을 먼저 찾는 것과 관련해선 “이례적인 것으로 안다”며 “실사구시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대일 외교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 해결과 양국 협력 사안을 분리해서 추진하는 ‘투 트랙’ 접근법을 계속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사 이슈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 어떤 ‘소망’을 가지고 접근해선 안 된다. 또 그렇다고 안 만나는 것도 잘못이다. 이슈를 잊지 않고 우리가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일본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중 외교에 관해선 “중국과는 근본적인 차이도 있고, 그런 차이를 극복하고 또 일정 부문 협력도 하면서 ‘관여'(engage)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양국이 현안에 대해 수시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에 관해선 “꼭 순서와 격식을 따지지 않고 필요하면 상호 방문하는 방향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 한중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 “주한미군 감축 문제 크게 주목하지 않아”

한편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주한미군은 숫자보다 역량이 중요하다’라고 밝히는 등 계속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숫자 문제는 사령관이 자기 의견을 얘기한 것이고 우리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 발언은 ‘상징적'(symbolism)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만난 미국의 상원의원은 ‘(주한미군의 숫자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공동성명 발표 가능성에 대해선 “형식이 아닌 내용이 중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형식을 채우기보다 양국 현안과 관련해 충실한 내용이 반영된 문서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의 안건과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하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관세 협상 결과와 관련해 어느 정도까지 중요한 내용을 담느냐는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방비 인상 등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관련해선 “지금 모든 것이 마치 미국에 내주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라며 최근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 체결도 “우리가 가진 장점으로 미국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찾아내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어떻게 우리의 반경을 넓히고 평화를 지켜나갈지와 관련해서 이 기회에 미국과 협력해서 국방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