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키가 줄었다면 단순 노화 과정이 아닌 척추의 구제적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 Gettyimagesbank]](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31448_33166_5229.jpg?resize=600%2C400)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줄어든 키에 놀라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느 정도 키가 줄어든다. 하지만 키가 줄어든 원인이 단순 노화인지 척추 질환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충격을 흡수한다. 30대 이후부턴 디스크 속 수분이 줄어들며 탄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척추 마디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퇴행성 질환이 진행된다면 키가 작아질 수 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의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에 따르면 성인은 30세부터 키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남성은 평균 3cm, 여성은 평균 5cm 정도 감소한다. 특히 여성은 폐경 후 골밀도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키 감소 폭이 더 커진다. 뼈와 연골, 근육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를 구성하는 조직이 수축하면서 키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단기간 급격히 키가 줄어든 경우다. 키가 짧은 기간 2~3cm 이상 줄어든 경우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힘찬병원 신경외과 이동찬 의무원장은 “갑자기 키가 줄었다면 단순 노화 과정이 아닌 척추의 구제적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리 굽고 키 줄어드는 다양한 척추 질환
대표적인 질환은 척추압박골절이다. 말 그대로 척추 뼈가 주저앉듯 눌려 부러지는 현상이다. 이때 등이 구부정해지고 키가 줄어드는 변화가 생신다. 완경기 이후 60대 골다공증 여성 환자의 약 30%가 겪을 만큼 흔하다. 70대 여성의 약 40%가 척추압박골절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아 골절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협착증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상태다.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져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히게 된다. 몸 전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굽혀지면서 실제 키보다 작아 보인다. 보폭이 좁아지고, 오래 걷기 힘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또 다른 원인은 척추후만증이다. 등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척추를 지탱하는 기립근이 약해지고, 등뼈가 앞쪽으로 휘면서 키가 실제로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폐활량이 줄고 낙상 위험이 커지는 등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허리 근육이 부족한 경우 상체를 숙인 채 걷는 자세가 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동찬 의무원장은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압박골절이 있는 노년은 대부분 허리 근력 감소와 퇴화를 동반하고 있다”며 “척추를 받쳐줄 근육이 없다면 허리가 구부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허리 근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추의 자세를 스스로 점검해보는 방법도 있다. 벽에 등을 붙이고 선 상태에서 뒤통수와 발뒤꿈치가 벽에 닿지 않거나 닿은 채로 5분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면 허리 근력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바른 자세와 코어근육 강화 중요
키 감소를 조기에 인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주기적인 키 측정이다. 키는 하루 중 아침에 가장 크고 저녁에 가장 작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측정해야 정확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래 앉아 있거나 나쁜 자세를 취하는 습관도 키 감소를 부른다.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앉아 있을 때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약 40% 더 높다. 따라서 한 시간 이상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말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척추의 하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허리 주변의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하면 척추뼈와 디스크에 하중이 몰려 구조적 변형이 빨라진다.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를 들어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척추기립근을 강화할 수 있다. 또는 의자가 않아 팔을 든 채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누운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도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