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면역저하자에겐 ‘그림의 떡’


고령층은 대상포진 후 수년간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어 백신 접종으로 미리 질환 발병을 예방하는 게 좋다. [출처: Gettyimagesbank]

고령층은 대상포진 후 수년간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어 백신 접종으로 미리 질환 발병을 예방하는 게 좋다. [출처: Gettyimagesbank]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통증의 왕’이라고 불리는 대상포진도 그중 하나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소아기 수두를 일으킨 뒤 잠복해 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극심한 통증이다. 환자들은 이를 두고 ‘마치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붉은 발진과 열, 두통 등도 동반된다.  


회복 속도는 환자마다 제각각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비교적 회복이 빠르지만,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수년간 지속하거나 평생 이어져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대상포진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72곳이 자체 예산으로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지역마다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지원 내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원 자치단체 중 90% 이상이 생백신만을 지원해 면역저하자에게는 사실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포진 백신은 크게 생백신(살아 있는 병원체를 사용하는 백신)과 유전자 재조합 백신으로 나뉜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의 실시기준과 방법’에 따르면 생백신은 ▶젤라틴, 네오마이신, 이 외에 백신 성분에 중증 과민반응을 보였던 경우 ▶선천성 또는 후천적 면역결핍 상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포함하여 면역억제요법을 받는 환자 ▶치료받지 않은 활동성 결핵 환자 등에서는 접종이 금기된다. 즉, 면역저하자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만 접종이 가능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추은주 교수는 “지자체별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생백신 중심이라 면역저하자는 혜택에서 배제되는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높이고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만 50세 이상 성인에서 접종 후 11년까지 약 88%의 예방 효과가 확인됐으며 혈액암·고형암 환자, 신장 이식자 등 다양한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한 5건의 임상시험에서도 면역원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대한감염학회·대한당뇨병학회 등은 고령자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2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추 교수는 “영국·일본·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이미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해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면역저하자의 질환 예방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