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보여주기’ 넘어선 기록관리… HDC현산, 영상으로 남긴 책임의 무게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의 공공·민간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관리 우수사례 2관왕을 차지했다. [이창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의 공공·민간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관리 우수사례 2관왕을 차지했다.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그 어떤 기술보다도 기록이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 민간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관리 우수현장에 건설사 중 유일하게 2곳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과거 아픈 기억을 넘어 전 공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긴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공공·민간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관리 우수사례 발표·시상식에서 공공 8개소, 민간 9개소를 우수현장으로 선정했다. 평가는 ▲계획의 충실성 ▲촬영의 적정성 ▲현장 활용성과 성과를 종합해 이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문아이파크자이와 서울원아이파크 현장이 동시에 선정됐다. 민간 건설사 가운데 2개 현장이 함께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의 교훈, ‘기록 부재’가 남긴 공백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 시공 과정 관리와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을 겪은 바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의 사고도 분명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여러 조사에서도 사고 이후 ‘시공 및 점검 기록 부족·불명확’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었다.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사후 설명이 아닌, 사전·과정 기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고, 이번 서울시의 동영상 기록관리 제도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도입됐다. 이번 선정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그에 따른 발빠른 방향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읽힌다.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


이문아이파크자이, ‘선도 도입’보다 중요한 활용


이문아이파크자이 현장은 서울시 매뉴얼이 공표되기 전인 2023년 8월부터 동영상 기록관리를 시범 도입했다. 철근 배근, 거푸집·동바리 설치, 콘크리트 시험과 타설 등 주요 구조 공정을 동·층·부위별로 촬영했고, 액션캠과 스마트폰, 이동식 장비를 병행했다.


촬영 영상은 편집과 자막 작업을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됐고, 특히 품질 교육과 피드백 자료로 실제 활용됐다. 철근공사 품질 강화 교육과 안전시설물 점검에 영상을 적용해 작업자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원아이파크 현장은 촬영 목적과 항목을 명확히 설정해 구조 공정 중심으로 기록을 남겼다. 영상은 전산 시스템과 연계돼 동·층·부위별로 관리되며, 시공 확인과 문제 발생 시 원인 분석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두 현장의 공통점은 시공실명제에 동영상 기록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시공 담당자, 공구장, 현장소장이 단계별로 점검·승인하는 기존 절차에 영상 기록이 더해지면서, 시공 전후 상황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단순 관리 강화가 아니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장 표창은 동영상 기록관리가 단순한 제도 이행을 넘어 현장의 안전과 품질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모든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관리해 사고 예방과 품질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과 품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안전한 도시 환경 조성에 지속해서 이바지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


과제는 ‘일관성’…좋은 사례가 기준이 되려면


HDC현대산업개발은 CCTV, 드론, 이동식 CCTV, 보디캠 등을 활용해 동영상 기록관리를 전 공정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현장 특성에 따라 품질감시단도 운영 중이다. 촬영 영상은 내부 품질 통합관리 시스템과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영상은 신뢰 회복의 도구가 될 수도, 다시 책임을 묻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의 해당 제도 도입 당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촬영기록을 보존만 해도 사고 발생 시 원인과 과실책임소재 규명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번 표창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신뢰 회복의 계기인 동시에, 영상으로 검증받는 시공이라는 더 무거운 책임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성과를 일부 우수현장 사례로 두지 않고, 전국 현장에 더욱 정교하게 확대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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