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은 짧게 걷고 쉬는 게 안전 


고령화와 함께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걷다 보면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흔하다. 얼마나 걸어야 괜찮은지 궁금해진다.


제애정형외과 서희수 원장은 “걷기는 협착증 관리의 핵심이지만 방법을 잘못 알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짧게 걷고 쉬는 패턴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제애정형외과 전경.
제애정형외과 전경.


-왜 걷다가 다리가 저릴까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가 자라거나 디스크가 튀어나오면서 통로가 점점 좁아진다. 이때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면 저림·통증·힘 빠짐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의학적으로 ‘간헐적 파행’이라 부른다. 걷다가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지만 잠시 앉아 쉬면 금세 괜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 원장은 “휴식을 취하면 혈류가 잠시 회복되면서 증상이 완화되는 전형적인 협착증의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걷기만 하면 왜 증상이 생길까

걷는 동안 허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진다. 이때 척추관이 더 좁아지며 신경이 압박을 받는다. 정상인에게는 여유 공간이 있지만 협착증 환자는 이미 통로가 좁기 때문에 조금만 젖혀져도 통증이 생긴다.


서 원장은 “발에 딱 맞는 신발에 두꺼운 양말을 신었을 때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과 같다”며 “이미 좁아진 척추관에 압력이 더해지면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고 비유했다.


-아예 안 걷는 것도, 무리해서 걷는 것도 금물

걷다가 아프면 아예 걷지 않아야 하는지 고민도 된다. 서 원장은 “걷지 않으면 다리와 허리 근육이 빠르게 약해지고 척추를 지탱하는 힘이 떨어진다”며 “결국 통증이 심해지고 걷는 능력도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운동이니까 참고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신경이 손상될 수 있고 심한 경우 대소변 장에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참으면서 무리하는 건 금물이다.


– 협착증 환자에게 좋은 걷기법

걷기 자체는 도움이 되지만 어떻게 걷느냐가 핵심이다. 서 원장은 “짧게 걷고, 쉬었다가 다시 걷는 ‘짧게-쉬기-반복’ 원칙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5분 정도 걷고 다리가 저리면 2~3분 쉬었다가 다시 걷는 것을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한다. 총 20~30분 정도만 걸어도 충분하다.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는 나눠서 걷는 게 중요하다.


자세도 영향을 준다. 평소에는 허리를 곧게 펴는 게 좋지만 걷는 동안에는 허리를 살짝 숙인 자세가 신경 압박을 줄인다. 마트에서 카트를 밀듯이 걷는 자세가 가장 편하다. 지팡이·워킹스틱을 함께 쓰면 허리에 부담을 줄이고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 생활 속 실천 팁

걷기 일기 쓰기: 오늘 얼마나 걸었고, 언제 쉬었는지 기록해두면 스스로 경과를 점검할 수 있고 진료 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실내 걷기 활용: 날씨가 좋지 않거나 추울 때는 지하상가·쇼핑몰·트레드밀 같은 실내 공간을 이용하자. 복잡한 운동법보다 이 두 가지 습관만 꾸준히 지켜도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짧게 자주, 허리 숙여 걷기: 짧게 걷고 쉬고 다시 걷기 원칙만 지켜도 통증은 줄고 일상은 훨씬 편해진다. 수술로 가는 길도 줄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걷느냐보다 어떻게 걷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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