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는 클래식 게임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당시의 삶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둘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처럼, 추억과 현실 사이에는 필연적인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 ‘와우 클래식’이나 ‘메이플 랜드’ 등 여러 클래식 버전이 등장했을 때도 기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메이플 랜드를 예로 들자면, 이동 속도부터 느껴지는 특유의 답답함이 장벽이었다.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오시리아 대륙으로 건너가는 비행선을 타는 행위가 과거에는 설레는 모험이었을지 몰라도, 나이를 먹은 기자에게는 그저 시간 낭비처럼 다가왔다. 과거의 ‘낭만’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불편’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는 시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월드 이동에만 20분씩 태우며 게임을 즐기기에 지금의 삶은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알짜배기 콘텐츠만 골라 즐겨도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이는 비단 기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클래식 게임은 꾸준히 출시된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최신 게임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그 시절을 겪지 못한 ‘MZ 게이머’에게는 이색적인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클래식’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했을 것이다. 기자는 오리지널 리니지에 대한 추억이 전무하다. 소위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쌍벽을 이루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또래들과 함께하는 게임이 중요했거니와, 학생 신분으로 리니지의 월정액을 감당할 여유도 없었다.

과거 경험하지 못한 이색적인 체험을 위해 프리오픈을 맞이한 리니지 클래식을 설치해 보았다. ‘메던’ 세대였던 기자가 바라본 리니지 클래식은 예상대로 ‘낭만’과 ‘불편’이 묘하게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기자는 덱 요정으로 선택해 ‘요정 숲 마을’에서 첫발을 뗐다. 약 3000명의 대기열을 뚫고 접속한 세상은 마을을 가득 메운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투박하지만 감성 있는 도트 그래픽과 낭만적인 BGM은 리니지 추억이 없는 기자에게도 나름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곧바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접속 후 시스템 메시지나 튜토리얼을 통해 게임 진행을 안내해 주는 친절함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와우 클래식이나 메이플 랜드조차 최소한의 초반 설명은 있었다. 결국 지체할 수 없어 ‘검색’이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를 빌려 정보를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짜 텔레포트 기능인 ‘말하는 요정’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 본래 오리지널에는 없는 기능이지만, 리니지 클래식으로 재탄생하며 유저들의 안착을 돕기 위해 도입된 편의 기능이라고 한다. 시대에 따른 플레이 경험 차이를 인정하고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은 라이브 게임의 숙명이며, 말하는 요정 역시 같은 맥락의 시도로 보였다.

다만 걱정되는 지점은 정식 서비스 이후다. 말하는 요정은 오는 19일 이후 삭제될 한시적 기능이다. 소위 ‘진정한 클래식’을 원하는 유저들은 이런 편의 기능에 반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절대다수의 유저가 이런 보조 장치 없이 게임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의 우리는 예전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어찌 됐건 리니지 클래식은 기자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 자체가 모험의 시작이 되었다. 이 낭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숲을 헤매다 이름 모를 몬스터를 발견하고 그 너머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경험은 효율 중심 플레이에 찌든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목적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낭만으로 포장하기엔 너무나도 답답한 프레임이었다. 60프레임조차 답답함을 느끼는 시대에 리니지 클래식이 보여주는 프레임 수치는 불편을 넘어 멀미를 유발할 정도였다. 서버 틱 레이트의 영향인지 클릭 후 캐릭터가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인풋렉’도 강하게 느껴졌다.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용하면서 프레임 환경도 함께 개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레벨업을 위해 한 땀 한 땀 사냥에 집중하는 과정은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평소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는 이유도 사냥 자체의 재미 때문인 기자는, 리니지 클래식에서도 마치 ‘불멍’을 때리는 듯한 편안한 사냥의 맛을 느꼈다. 대미지 표기도 없으니 스스로 어느 정도 스펙인지 조차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지만 어찌됐건 사냥을 이어나갔다.
오픈 첫날, 사냥터는 유저들로 가득해 몹을 잡는 시간보다 찾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아스가르드’나 ‘일랜시아’를 즐기던 감성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무장한 웅장한 BGM은 사냥이라는 ‘불멍’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그렇게 힘들게 이뤄낸 레벨업은 기대 이상의 성취감과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리니지라는 특정 게임에 대한 추억은 없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며 성장하던 행위 자체에 대한 낭만은 그 시절 MMORPG를 경험한 모든 이들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다만, 기자가 초반에 큰 고비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패스 보상으로 주어진 물약 덕분이었다. 만약 이 보상이 없었다면 5레벨도 찍지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초반부터 마주한 재화의 부족함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아데나 수급량에 비해 포션 가격은 턱없이 비쌌다. 당분간은 패스 보상으로 버티겠지만, “이게 동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식 서비스 이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는 하나, 포션값 때문에 사냥 자체가 가로막힌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낭만으로 포장할 수 없는 현실적인 장벽이 될 것이다.
결국 리니지 클래식은 기자에게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와 ‘적응하기 힘든 현재’ 사이의 묘한 접점을 남겼다. 추억이 전무한 상태에서 마주한 이 세계는 분명 오늘날의 게임 문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친절함과 투박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친절함이 만들어낸 빈틈은 유저들의 능동적인 모험과 우연한 교류로 채워지고 있다. 모든 것이 데이터와 효율로 수치화된 현대 게임 시장에서, 리니지 클래식은 잠시나마 게임의 본질이었던 ‘생존과 성취’라는 원초적인 재미를 투박하게나마 일깨워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 ‘투박한 낭만’이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프리오픈 기간 제공된 각종 편의 기능과 보상이 걷히고 나면, 기자가 마주했던 ‘불편’의 장벽은 훨씬 더 견고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1분 1초가 아까운 현대 게이머들에게 과거의 정적인 프레임과 가혹한 재화 밸런스를 ‘클래식의 미덕과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낭만은 짧고 현실은 길기에, 리니지 클래식이 단순한 추억팔이를 넘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영리한 조율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