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시뮬레이션은 정말 취향에 맞지 않았던 기자조차 할 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개선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이퍼그리프가 ‘명일방주’ IP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신작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오는 11월 28일부터 2차 CBT(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2026년 정식 출시를 앞두고 하이퍼그리프는 전투 템포 개선과 신규 지역 그리고 공장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완성도를 점검하는 단계로 첫 공개 이후 이어온 엔드필드 특유의 실험적 방향성이 한층 다듬어졌음을 강조할 예정이다.
2차 CBT 빌드에서는 회피와 연계 디버프 시스템으로 전투 템포가 대폭 향상됐으며 물리, 아츠 속성의 상호 반응을 통한 콤보 플레이가 강화됐다. 더불어 중국 전통 풍경과 현대, 미래 공업이 결합된 신규 지역 ‘무릉’에서는 시각적 완성도와 지역 기믹 설계 모두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자랑했다.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공장 시뮬레이션은 ‘설계도’와 ‘시뮬레이션 모드’가 도입되며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덕분에 복잡한 설비 구조를 자동 배치하거나 다른 유저와 공유할 수 있어 시뮬레이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테크니컬 테스트에서는 공장 건설을 쳐다도 보지 않았던 기자도 어느 정도 흥미를 느낄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전투, 탐험, 공업이 결합된 독창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린 엔드필드는 2차 CBT 빌드에서 명일방주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세계관을 계승하며 2026년 상반기 서브컬처 기대작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많은 게이머가 궁금해하는 BM 구조는 내부에서 고민 단계인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BM까지 게이머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킨다면 원신, 붕괴 스타레일, 승리의 여신: 니케,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주름 잡는 인기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만한 게임이다.
■ 명품이라고 부를 만한 캐릭터 디자인, 연출 퀄리티
서브컬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캐릭터다. 캐릭터 디자인과 퀄리티에 각 게임사가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워낙 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시장에 쏟아진 만큼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부각시키는 연출까지 동반되어야 비로소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엔드필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다. 이는 대대적인 개선을 거친 2차 CBT 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해서 다른 국가 기자들에게도 엔드필드의 소감을 물었더니 극찬하는 답변이 있는 반면 평범하거나 지루하다는 상반된 답변도 있었다.
서로 엇갈린 답변 속에서 캐릭터 디자인만큼은 100% 호평이었다. 명품 가방이 장인들의 세밀한 손길과 노력에서 만들어지듯 캐릭터 신체의 사소한 부분까지 공들여 표현한 퀄리티가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구현된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 게임을 빨리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물론 의아한 표현도 있었다. 펠리카, 루피노의 경우 파이널판타지14 미코테 종족처럼 머리 위에 귀가 달렸다. 머리 위에 귀가 있는데 인간의 귀까지 가지고 있어 4개의 귀를 가진 형태가 됐다.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계속 신경 쓰인 달까.
대화, 스킬 연출도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특히 캐릭터들이 메신저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연출이 종종 나타나는데 UI를 멋스럽게 설계해 일러스트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로컬라이징 개선으로 몰입감 살아난 스토리
사실 중국 서브컬처 게임들이 초반 스토리를 난해하게 설계한 사례를 거듭 경험하다 보니 엔드필드의 스토리에도 큰 기대하지 않았다. 고유 명사와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 난무하면 스토리를 패싱하고 추후 누군가 정리한 콘텐츠를 참고한다.
걱정은 기우였다. 2차 CBT 분량이 50시간 이상이고 시연 시간이 6시간 정도 주어졌는데 첫 프롤로그부터 3시간 동안 완전히 몰입해서 감상했다. 스토리의 모든 구간은 풀더빙으로 처리됐다.
현장에서 해묘 PD가 몰입감을 저해하지 않도록 로컬라이징에 더욱더 리소스를 투자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는데 그 자신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해도 이해되니까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을 향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점점 빠져들었다.
명일방주 원작은 전혀 몰라도 된다. 기자도 명일방주를 심도 있게 하지 않았던 만큼 걱정됐는데 스토리 감상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원작을 경험한 게이머들은 스토리 중간마다 “이 설정이 여기 있네” 등의 이스터에그 찾는 재미가 가미되는 정도다.
신규 지역 ‘무릉’은 중국 무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의 지역이다. 검은사막 아침의나라가 한국의 미를 알리고, 파이널판타지14 쿠가네가 일본의 미를 선보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중, 후반부에는 그 풍경이 새롭게 달라진다.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풍경에서 현대와 미래 기술이 가미된 SF 요소가 섞이니 배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국 전통의 문화를 선보일 때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였다.
무릉 지역 스토리의 경우 초반부와 중반부 감상평이 다르다. 초반에는 전개 속도가 느린 탓인지 지루했는데 무릉성에 본격적으로 입성하고 중반부로 넘어가면 다시금 몰입감이 살아났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후반부 스토리는 보지도 못한 만큼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된다.
이때 CBT 버전인 만큼 더빙과 로컬라이징이 완벽하게 작업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식 버전에서 완벽한 더빙 환경이 된다면 초반부 감상평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엔드필드 스토리의 종합적인 감상평은 ‘근사하면서도 대중적인 SF 소설’이다. 소재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스킵 버튼 연타를 피할 수 없지만 대중성을 고려했기에 싫어하는 수준만 아니라면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함께 시연한 기자는 6시간 내내 처음부터 스토리를 감상했는데 신규 지역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만큼 스토리가 몰입되고 분량도 탄탄하다는 의미이니 스토리에 기대하는 게이머들은 2차 CBT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전략성과 액션성 고려한 전투 변화
엔드필드의 전투는 여타 서브컬처 게임들의 전투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4개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다룬다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졌다. 캐릭터는 기본 공격 외 일반 스킬, 필살기 2개을 사용할 수 있고 조합에 따른 연계 공격으로 다채로운 전략을 구현 가능하다.
캐릭터의 역할은 가드, 캐스터, 스트라이커, 뱅가드, 디펜드, 서포터로 구분된다. RPG를 경험했다면 쉽게 물리 디버프, 마법 디버프, 딜러, 유틸 서포터, 탱커, 버퍼, 힐러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또한 각각의 캐릭터들은 전기 부착, 강타, 띄우기, 감전 등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역할, 연계 스킬 구성, 아츠, 특성 등의 요소로 무궁무진한 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략성 중심의 전투를 원하는 게이머들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다만 아츠 디버프 대비 물리 디버프의 성능을 한참 떨어졌다. 게다가 아츠 디버프를 발현시킬 때 원신의 원소 반응처럼 이펙트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표현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이전 테스트와 다른 점이라면 저스트 회피 추가에 따른 액션성 상향이다. 타이밍에 맞춰 회피 버튼을 누르면 무적 판정의 회피 스킬을 발동할 수 있다.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보통 저스트 액션은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클릭해야 하니까 피지컬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엔드필드의 저스트 액션 발동 판정은 상당히 너그럽기 때문에 몬스터의 기믹만 파악했다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이외 점프를 활용한 줄넘기 기믹은 이전 테스트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보스 기믹은 MMORPG의 경험과 향수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마블 아겔로미레에서 주변 4개의 촉수를 제거하면 핵이 등장하고 그 핵을 제한 시간 내에 파괴하지 않으면 다시 촉수가 재생되어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믹이 있다. 이는 파이널판타지14 비스마르크 토벌전의 등껍질 기믹과 유사했다. 다른 보스들의 기믹에서도 유명 MMORPG의 기믹을 개발진에서 많이 참고했다는 흔적이 느껴졌다.
물론 엔드필드의 전투에서 젠레스 존 제로,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속도감을 원했다면 다소 아쉬울 순 있다. 액션성 상향된 수준이지 스타일리시 액션 중심의 서브컬처 게임들에 비해선 속도감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엔드필드의 전투의 방향성은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전투를 펼치는 듯한, 마치 다른 유저들과 콤보 게임을 펼치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시연 6시간 중 약 2시간 넘게 전투 조합 연구와 기믹 파훼에 재미를 느꼈을 만큼 매력은 확실하다.
■ 진입장벽 대폭 낮춘 공장 건설
건설 시뮬레이션 콘텐츠인 공장 건설은 엔드필드의 메인 차별화 요소다. 쉽게 설명하면 오픈월드 RPG에 건물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융합한 형태다. 장점이라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알아야 할 개념이 방대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튜토리얼에서의 개념 설명이 끊이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관리자로서 탈로스2를 개척하는 미션을 받고 전력 공급을 위한 기초 공사부터 각종 시설 건물까지 건설하며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주요 건물들을 건설하면 필드에서 채집한 여러 재료들을 재가공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2차 CBT에서 공장 건설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테크니컬 테스트에서 정말 취향에 맞지 않아서 튜토리얼 이후 쳐다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탑뷰 모드를 지원해도 컨베이어 벨트와 설비들을 일일이 계산하며 짓는 과정이 지루했다.
건설 시뮬레이션 진입장벽 해소의 중심에는 각종 설비 시스템에 필요한 세팅, 재료만 있으면 그 라인업을 한꺼번에 구현 가능한 ‘설계도’ 시스템이 있다. 복잡하고, 지루한 공장 설비를 버튼 클릭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할 만하다고 느꼈다.
이때 설계도는 다른 유저와 공유할 수 있다. 건설 시뮬레이션 고인물들의 설계도를 받으면 최적화된 생산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노하우까지 익힐 수 있으니까 자신의 설계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발진은 이마저도 싫은 유저들도 고려해 지역 화폐 시스템도 만들었다. 지역 화폐를 활용하면 공장을 구축하지 않아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물론 핵심 콘텐츠인 건설 시뮬레이션에 가장 큰 메리트를 줬다. 지역 화폐 거래 시스템은 정말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타협해서 즐겨 보라는 개발진의 배려다.
결국 엔드필드의 2차 CBT는 단순히 완성도를 점검하는 단계를 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복합형 서브컬처 게임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정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공장 건설이라는 독특한 시뮬레이션 요소는 여전히 엔드필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축이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복잡함을 줄이고 ‘즐길 여유’를 더했다. 2차 CBT에는 “다 해줄 테니 재밌게만 즐겨줘”라는 하이퍼그리프의 암묵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엔드필드가 난해함 대신 깊이와 편의성을 모두 품은 형태로 완성에 다가선 만큼 신선한 재미의 서브컬처 게임을 찾는다면 확실한 해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