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는 첫 공개 당시부터 ‘혈라’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김형섭 아트 디렉터가 참여한다는 소식에 국내 유저들의 큰 관심을 받은 서브컬처 게임이다. 김형섭 아트 디렉터한 만큼 육덕미를 추구하는 그의 그림체가 지문처럼 게임 곳곳에 남겨져있다.
미래시의 스토리는 서브컬처 유저라면 상당히 익숙한 내용이다. 멸망을 앞두고 있는 세계, 혹은 멸망한 세계에서 회귀해 멸망을 막고자 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타이틀의 의미는 초반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는 ‘꿈도 희망도’ 없는 종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플레이어는 미래를 관리하는 미래관리국의 ‘의원’으로서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이후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넘어온 ‘시간여행자’들과 힘을 모아 종말의 미래를 피하기 위해 싸움에 나선다. 세계관 자체는 워낙 여기저기서 써먹은 만큼 크게 구미가 돋는 소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시는 기대 이상의 전투를 보여주었다.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잠재력이 상당했다. 간단한 변주를 주었지만, 그 차이가 다른 턴제 기반의 서브컬처 게임과 명확한 차별점을 부여한 덕분이다. 근래 먹어본 게임 중 가장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콘셉트는 ‘시간 여행’이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녹여내 최대 5턴을 되돌릴 수 있는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구현했다. 물론 “턴을 되돌린다”라는 치트급 능력이 게임성을 헤치는 요소가 되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다만, 최근 서브컬처 기반의 턴제 게임 대부분, 가령 ‘붕괴: 스타레일’처럼 예전과 다르게 ‘쉬운’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장르 특성상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 흐름은 기본적으로 ‘블루 아카이브’ 등 적과 자동으로 일반 공격을 주고 받는 가운데, 그 사이 사이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쿨타임이나 코스트 등 조건만 맞으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래시는 ‘턴제’ 전투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턴이 왔을 때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각 캐릭터의 턴은 화면 좌측 하단의 행동바 오른쪽 끝에 캐릭터가 도달하는 차례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 행동은 속도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도달한다.
캐릭터마다 얼티밋(궁), 액티브 스킬, 그리고 퀵 스킬 총 세 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독특한 대목은 퀵 스킬이다. 퀵 스킬은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거기에 여러 추가 효과가 달려있지만, 공통적으로 사용한 방향으로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미래시의 전략성을 한층 강화하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체스보드 위를 움직이는 턴제 게임처럼 플레이어가 원한대로 진형을 짜는 건 물론이고, 적의 패턴을 회피하고,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턴제 게임에서는 적의 턴이 반드시 돌아오기 때문에 다음 적의 행동에 맞는 설계를 미리 해놓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미래시는 필드 내에서 캐릭터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패턴을 무시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투 콘텐츠에 있어 또 하나의 셀링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턴이 돌아왔을 때 게임이 자동으로 정지된다는 점이다. 전투가 루즈해진다는 단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시간이 멈춘 동안 자유롭게 카메라를 이동시켜 자신의 최애캐를 이곳저곳 살펴볼 수 있다. 정지 타이밍에 따라 캐릭터 모션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연출은 아직 아쉬운 요소들이 여럿 보였다. 시연 빌드에서 보여준 캐릭터들의 스킬 이펙트가 너무 미미했다. 액션 게임은 과한 이펙트가 패턴을 가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턴제 게임은 그런 걱정이 없는 탓이다. 조금 더 풍성하게 꾸려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밋밋하게 느껴졌다. 캐릭터 모델링과 모션도 만족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아울러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필드 콘텐츠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필드 콘텐츠는 대부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을 만한 것들로 꾸려졌다. 포토 스팟에서 카메라를 돌려가며 캐릭터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아직 포토 기능은 상하 각도 조절 기능이 없는 등 미완성에 가까웠다. 아직 개발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게임사를 필두로 엄청난 퀄리티의 서브컬처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미래시가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콘셉트적으로 꽤 유니크한 맛이 나기 때문에 이번 TGS에서 들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해 나간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