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액션 아니었어? 왜 이렇게 무서운건데”

맛있는 공포. 캡콤 신작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체험을 마친 뒤 기자가 내린 평가다. 약 3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임에도 게임 특유의 분위기에 압도 당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몰입했다. 

바이오하자드는 사실 공포 게임이라기보단 액션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정통 클래식 공포 게임의 구조에 더 가깝다. 퍼즐 풀이 기반의 탈출 공포 게임 베이스다. 시연 외 파트에서는 액션의 성향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건 배제할 수 없어도 말이다. 

과정은 이렇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서를 찾는다. 단서를 찾던 와중 잠긴 방도 나오고, 특정 아이템이 없으면 갈 수 없어 보이는 공간도 보인다. 이렇듯 직관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제시되고,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동을 탐색하게 되는 구조다. 

- 문제 자체는 꽤 직관적으로 제시된다  
– 문제 자체는 꽤 직관적으로 제시된다  

- 맵을 탐색하며 단서를 하나씩 찾아나서야 한다 
– 맵을 탐색하며 단서를 하나씩 찾아나서야 한다 

TGS 2025 시연 버전은 FBI 분석관 주인공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가 사지를 침대에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로 시작된다. 끊임없이 피가 빠져나가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이유로 여기에 오게 된 건지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야말로 ‘백지’ 상태다. 플레이어는 본격적인 게임 시작에 앞서 그 어떠한 정보도 얻은 게 없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의 이 같은 전개는 보다 몰입감 높은 체험을 제공한다. 혼란한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덕분이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1인칭 시점 플레이가 추가돼 보다 높은 몰입감의 공포 체험이 가능해졌다. 1인칭 시점은 3인칭 숄더 뷰에 비해 보이는 시야각이 좁다. 주변을 넓게 관찰하지 못하는 시야각 탓에 특별한 장치가 없더라도 사소한 변화에도 몸을 움찔거리게 된다.

- 눈을 뜨니 거꾸로 매달려 피 뽑히고 있는 상황... 
– 눈을 뜨니 거꾸로 매달려 피 뽑히고 있는 상황… 

- 여길요? 제가요??
– 여길요? 제가요??

폐쇄된 공간에서 높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스테이지를 나아가기 위해 단서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레퀴엠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우리에 갇힌 실험쥐처럼 무기력하다는 점이 ‘킥’으로 작용한다.

정체불명의 괴물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전혀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소지품은 주의를 분산시킬 뿐 아무런 대지미조차 없는 ‘빈 병’이 전부다. 잠시 고개를 돌리는 걸 제외하면 그 어떠한 대응조차 할 수 없다. 

쫓아오는 괴물을 상대로 아무런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 하는 무기력함에서 느껴지는 ‘쫓기는 공포’는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게다가 대미지 판정도 괴랄하다. 두 번의 공격을 당하면 즉시 게임오버다. 여차저차 따돌릴 수 있지만, 처치한 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다시 플레이어를 노릴지 모른다. 괴물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히 도망치며 탐색을 이어가야 한다. 이동 경로로 예측불허라 플레이하는 내가 숨을 죽이게 된다. 

- 제발 가시라고요.... 
– 제발 가시라고요…. 

- 적절한 광원 활용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 적절한 광원 활용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1인칭 시점과 무기려함 외에도 사운드와 광원을 정말 적절하게 사용해 몰입감을 크게 높인다. 아니, 사실 이 두 개가 핵심 중에 핵심이다. 특히, 사운드는 그레이스의 떨리는 호흡과 절뚝거리는 발걸음 소리까지 모두 담아내 게임의 사실성을 극한으로 뽑아낸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병동 안을 불규칙적으로 점등하는 백열등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밀폐된 방을 라이터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그렇다. 영화 ‘맨 인 더 다크’처럼 암흑 시야에서 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물론 시연 빌드는 개발사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편집한 빌드이기 떄문에 게임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공포 게임’ 장르로 매우 잘 만든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도망치는 것 뿐이다 
–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도망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