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신작 ‘아이온2’는 17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다. 11월 19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진행된 시연에서는 원작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완성형 MMORPG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 버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에서 뛰어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아이온2는 이러한 노하우가 총집합된 결과물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프리셋만으로도 외형 완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진가는 세밀한 조절 옵션에서 드러난다. 얼굴, 헤어, 화장, 스타일링, 체형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며,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는 자유도는 여전히 엔씨소프트만의 강점이다.
아이온2는 두 가지 조작 모드를 지원한다. 바로 ‘아이온 모드’와 ‘아이온2 모드’다. 이는 다양한 플레이어층을 포용하려는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이는 설계다.
아이온 모드는 전통적인 MMORPG 조작법을 따른다. WASD 키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시점을 돌리며, 타깃을 지정해 전투를 진행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 등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익숙한 구조다. 원작 아이온을 즐겼던 유저들에게도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반면 아이온2 모드는 블레이드앤소울과 유사한 콘솔 게임 스타일의 조작법이다.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화면 시점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공격 타깃 역시 에임을 조준해야 한다. 액션 게임에 가까운 느낌으로, 좀 더 역동적이고 직관적인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블레이드앤소울과 파이널판타지14 등 다양한 MMORPG를 오랫동안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두 조작법 모두 이질감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온2 모드가 조금 더 손맛이 살아있고 전투의 재미가 두드러졌다. 에임을 직접 조준하며 전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바로 두 모드 간의 DPS 차이다. 아이온 모드는 타깃을 설정하고 공격이 시작되면 일반 공격, 즉 평타가 자동으로 나간다. 반면 아이온2 모드는 좌클릭으로 평타를 계속 입력해야 한다.
자동으로 시전되는 것과 플레이어가 직접 일일이 누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스킬 회전과 평타 사이의 타이밍을 수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아이온2 모드가 더 높은 DPS를 뽑아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메타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출시 후 두 모드 간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시연 버전은 원작에서 우루구구 부족 주둔지로 유명했던 ‘우루구구협곡’ 던전이 준비됐다. 원작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누구나 알 만한 장소를 선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투는 원작보다는 쓰론 앤 리버티와 유사하다. 실시간으로 몬스터의 공격과 패턴 전조를 확인하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능동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몬스터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며, 타이밍을 놓치면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전통적인 MMORPG에서 흔히 쓰이는 글로벌 쿨타임이 없기 때문에 전투 템포가 빠르고 스타일리시하다. 스킬 간 시너지를 고려해 연계하는 재미가 있으며, 손맛이 살아있는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스킬은 저마다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단순히 난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킬 간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사용 순서를 조절해야 제대로 된 DPS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조하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특정 스킬을 사용하면 연계되는 스킬이 캐릭터 옆에 UI로 자동 표시된다. 어떤 스킬을 다음에 써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구조다.
다만 해당 UI 크기가 작아서 시인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전투 중에 빠르게 확인하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게임 내에서 HUD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부분은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 UI 크기나 위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면 플레이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전투 시스템은 기대 이상이었다. 빠른 템포, 명확한 스킬 연계, 그리고 몬스터 패턴을 읽고 대응하는 전략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액션의 화려함과 동시에 MMORPG 특유의 플레이 재미도 살아있다.
특히 논타깃 방식과 후판정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전투가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타깃을 잡고 스킬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조준하고, 적의 공격을 피하며, 타이밍을 재는 과정이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아이온2는 원작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았다. 두 가지 조작 모드는 전통적인 MMORPG 방식을 선호하는 유저와 액션 지향적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 모두를 포용한다.
짧은 시연 시간이었지만,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가 축적해온 MMORPG 개발 노하우의 정점을 보여줬다. 11월 19일 정식 출시 후 더 많은 콘텐츠와 시스템이 공개될 것이다. 원작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신규 유저들에게도 매력적인 게임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