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를 앞두고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하, 칠대죄 오리진)’의 CBT가 진행됐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수집형 RPG를 표방하는 칠대죄 오리진은 칠대죄 완결로부터 3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별의 서’의 폭주로 시공간이 뒤틀린 브리타니아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트리스탄과 티오레의 여정을 그린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칠대죄 그랜드크로스에서 “칠대죄 입문은 이 게임으로”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원작 재현을 넘어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 넷마블인 만큼, 칠대죄 오리진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CBT는 PC(스팀)와 플레이스테이션5로 진행됐다. 필자는 PC에서 듀얼센스를 연결해 플레이하거나 스팀덱으로 게임을 체험했다.
■ 무기 교체로 캐릭터 활용도 UP, 수집 부담은 DOWN
칠대죄 오리진의 게임 플레이는 ‘원신 라이크’로 요약할 수 있다. 오픈월드에서의 전투와 탐험, 생활이 어우러진 콘텐츠 구성, 캐릭터와 장비가 같이 나오는 뽑기, 솔로 플레이가 기본에 선택적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점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
성공한 게임의 벤치마킹은 이제 당연한 일이다. 성공한 게임이 왜 그런 요소를 도입했는지 이해하고 자신의 게임에 맞게 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칠대죄 오리진은 수집형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활용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칠대죄 오리진에서는 캐릭터마다 3종의 무기를 착용할 수 있는데 무기를 전환하면 전투에서의 액션, 속성, 스킬이 모두 바뀐다. 덕분에 캐릭터별 역할군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같은 캐릭터로도 다양한 성격의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속성 시스템도 있으나 단일 속성 공격을 누적해 활성화에 성공하면 큰 대미지를 주는 ‘버스트’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버스트를 활용한 캐릭터간 스킬 시너지가 부각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쌍검 트리스탄은 화염 속성 버스트를 터뜨리면 파티에 불 속성 대미지 증가 버프를 거는 패시브 스킬이 있다. 불 속성 캐릭터로만 편성해 강공격, 스킬, 태그 액션을 자주 사용해 최대한 빠르게 버스트를 터뜨린 후 필살기를 사용해 큰 대미지를 주는 파티를 꾸릴 수 있다.
반면 장검 트리스탄은 쌍검 패시브의 바람 속성 버전을 갖고 있어서 바람 속성 캐릭터로 폭딜을 넣는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속성 중심의 간단한 구성 외에도 태그 스킬을 강화하는 패시브 스킬을 가진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거나 보호막 부여 및 보호막 활성화 시 강화되는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파티 구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칠대죄 그랜드크로스와 마찬가지로 태그 판정인 캐릭터끼리는 ‘합기’라는 협동 필살기도 쓸 수 있다. 태그하지 않고 동일 타이밍에 필살기 2개를 때려 박는 건 생각보다 강하기에 태그 캐릭터 편성까지 고려하면 파티 구성은 더욱 무궁무진해진다.
이처럼 무기마다 캐릭터 활용, 파티 구성이 바뀌기에 적은 수의 캐릭터로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전투에서는 자주 활성화되는 버스트와 거기에서 연계되는 스킬 시너지 활용으로 빠르고 호쾌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칠대죄 오리진이 제시하는 캐릭터 활용의 재미다.
이런 캐릭터 활용은 BM 측면에서도 유저 친화적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라도 파티 시너지를 이유로 쓰지 못하거나 핵심 캐릭터를 뽑지 못하면 파티 자체를 꾸리기 어려운 기존 수집형 RPG의 아쉬움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뽑기에서 장비가 나오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부담도 덜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작의 팬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게임에서 트리스탄은 불과 바람 속성을 주력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멜리오다스와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사용하던 원작과는 명백하게 다르니 말이다.
칠대죄 오리진은 철저한 원작 재현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새로운 브리타니아를 모험하는 재미, 그리고 수집형 RPG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는 게 맞겠다.
■ 칠대죄 IP 활용 노하우가 빛나는 스토리
칠대죄 오리진은 칠대죄의 시퀄인 동시에 칠대죄의 후속작 묵시록의 4기사의 프리퀄이다. 전작으로부터 3년 후, 후속작으로부터 3년 전으로 시간 차이도 적다.
후속작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칠대죄 오리진은 앞서 언급한 별의 서의 폭주로 인한 시공간의 뒤틀림이라는 설정을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지형이 크게 바뀌고 과거 시점의 캐릭터가 현대에 등장하며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종족이나 몬스터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칠대죄 오리진만의 새로운 브리타니아가 만들어졌다.
트리스탄과 티오레가 ‘별의 서’를 손이 넣어 세상의 이변과 마주하는 발단을 그린 액트1, 현대 시점에 나타난 일곱 개의 대죄 시절 킹과 만나 강대한 위협으로부터 다시금 요정왕의 숲을 지키는 액트2와 고대에 멸망했다고 전해진 드라코 종족과의 만남을 그린 액트3까지 즐길 수 있었다. 메인 스토리 역시 새로운 브리타니아와 마찬가지로 원작의 요소와 새로운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원작 팬 입장에서는 액트3가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많은 것이 바뀐 새로운 브리타니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될 뿐 원작을 죽이고 새로운 요소만을 부각하는 건 아니라 반감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요소가 칠대죄 원작의 요소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어우러질지 기대됐다.
칠대죄 그랜드크로스부터 쌓아온 IP 활용 노하우가 이제 원작 재현을 넘어 원작에 편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라는 걸 칠대죄 오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S5 게임이라 자칭하려면 패드 조작은 필히 개선해야
칠대죄 오리진은 PC, 모바일과 함께 플레이스테이션5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적응형 트리거, 햅틱 피드백을 지원한다는 소식도 전해졌기에 패드로도 쾌적한 조작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아쉽게도 칠대죄 오리진의 패드 조작 경험은 쾌적하지 않았다.
먼저, 일반 공격 버튼인 □가 상호 작용을 겸하는데, 오픈 월드에서의 전투에서 근처에 아이템이나 오브젝트가 있을 때는 그쪽에 상호 작용하느라 공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채집이나 상호작용을 하려다 불필요한 전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전투에서는 전투 중 아이템 드랍이 없거나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를 모두 치워놨으나 플레이 대부분은 오픈월드 플레이이기에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별의 서를 사용한 퍼즐도 불편하다. L1 + □의 버튼 동시 입력을 요구하는데 L1이 퀵슬롯 아이템 사용을 겸하기에 별의 서를 발동하려다가 물약을 먹는 일이 많았다.
L1을 꾹 눌러 링 커맨드를 연 다음 □를 누르거나 퀵슬롯에 제작대처럼 즉시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을 놓는 식으로 예방이 가능했으나 애초에 이런 식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불편했다.
동종 장르에 비해 일반 공격, 특수 공격, 일반 스킬로 패드 전면에 할당된 공격 역할 버튼이 하나 더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배치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버튼 배치를 바꾸기보다는 현재의 버튼 배치로도 원활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조작 우선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으로 보인다.
적응형 트리거를 적용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낚시가 대표적인데 물고기가 미끼를 문 뒤에 힘겨루기를 할 때 트리거를 길게 누르기 – 놓기로 하는 게 아니라 트리거를 연타해야 한다. 적응형 트리거를 연타하는 건 칠대죄 오리진으로 처음 해봤는데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추가로 패드 플레이 시 현재 커서가 어디 위치해 있는지 보여주는 노란 빛이 생기는데 이게 좀 더 명확해졌으면 한다. 게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노란 빛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찾는 것부터 고역이었고, 게임에 적응한 뒤에도 커서가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해 헤매곤 했다.
다행히 이번 CBT는 플레이스테이션5로도 진행하기에 관련해 많은 피드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패드로도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 최적화도 합격! 출시가 기대되는 새로운 넷마블표 칠대죄
칠대죄 오리진은 과금 부담을 줄이면서 캐릭터 활용도를 높인 점에서는 수집형 RPG 유저들에게, 새로운 칠대죄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콘텐츠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게이머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최적화도 좋은 편이다. 스팀덱에서 플레이 시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프레임 드랍 없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매우 낮음 세팅이라 그림자가 사라지거나 광원/배경 묘사가 간략해졌지만 캐릭터는 선명하게 표현되어 스토리 컷신, 필살기 컷인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다만, 패드 조작감만 개선한다면 어느 플랫폼에서 즐겨도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칠대죄 오리진의 CBT는 11월 5일까지 진행되며 지스타 2025 출품을 거쳐 2026년 1월 28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