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D ‘토치라이트: 인피니트’ 11번째 시즌 ‘블러드 러스트’를 직접 플레이해보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시즌 콘텐츠의 방향성과 포인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블러드 러스트 시즌 콘텐츠는 내가 직접 ‘보상의 설계자’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계 던전에서 수집한 자원으로 괴물을 직접 배양하고, 보상의 종류와 난이도를 세세하게 조절하는 과정은 단순 파밍을 하나의 전략 게임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물론 카드 선택 시간을 비롯해 맵핑 외부에서 진행되는 콘텐츠인 만큼 파밍효율이 매우 좋냐고 한다면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파밍 도파민’을 비롯해 시즌 콘텐츠 자체의 재미만을 보자면 높히 평가할만하다.
시즌 콘텐츠의 백미는 매 판 유저가 직접 카드를 선택하며 보상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마치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과 닮아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선택지 중 현재 내 빌드에 가장 필요한 보상과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저울질하며 최적의 조합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고점에 도달하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이 일련의 행위는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스노우볼’을 굴리는 쾌감을 잘 녹여냈다. 배양한 몬스터 처치 후 보상 상자에서 터져 나오는 막대한 양의 보상은 소위 ‘뽕맛’을 차오르게 만든다.
■ 콘텐츠 그 자체의 재미를 확보한 ‘블러드 러스트’
콘텐츠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활성 X 수량’의 계산식을 최대한 높은 값으로 설정하는 게 전부다. 곱연산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쳐 식을 완성하는 것보단 두 값을 일정 수준 이상 함께 끌어올리는 게 상당히 중요한 콘텐츠다.
배양할 수 있는 몬스터는 독충, 각성체, 해골 경비병, 악마 등 총 네 가지 종족으로 나뉘는데, 각 종족은 저마다 보상의 가치를 높이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는 특정 종족을 선택한 뒤 그에 대응하는 ‘수술 도구(카드)’를 전략적으로 집어가며 보상의 기댓값을 실시간으로 쌓아 올리게 된다.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가장 안정적인 기대값을 갖는 종족은 독충, 해골 경비병이 보상을 설계하기 가장 어렵게 설정됐다. 그 이유는 독충은 동일한 종족을 나열하는 ‘추가’ 속성의 카드만 집어도 안정적인 점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처음 주어지는 독충 수술 도구 ‘인간 번데기 표본’의 효율이 매우 좋다. “턴 종료 시, 현재 보유한 ‘독충 그룹 수 X 8 수량’이란 수식이기 때문이다. 독충 그룹을 추가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쉽게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수량 255 이상 그룹의 활성 +20’을 하는 카드만 집어줘도 안정적인 점수를 보장한다.
반대로 해골 경비병의 보상 설계가 어려운 이유는 ‘제거’라는 속성 떄문이다. 제거를 해야하기 때문에 하나의 그룹만 애지중지 키워야 한다. 위치도 까다롭다. 2, 3번째 칸에 있는 해골 경비병이 있을 때만 시작할만하다. ‘좌측 몬스터 제거’나 ‘우측 몬스터 제거’ 등의 카드 효과 때문이다. 하나만 키워야 하기 때문에 활성 수치를 늘리는 방법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이처럼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놀이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처음 봤을 땐 상당히 어려워보일지라도 몇 번 하다보면 일종의 보드게임과 같은 룰이라는 걸 금새 깨닫게 된다. 덧셈과 곱셈만 알아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에 비해 진입장벽도 낮은 편에 속한다.
시즌 드롭 정령이 없어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상하차 파밍을 하다가도 맵핑을 하며 쌓인 ‘해독제’를 털어낼 때 가끔 하는 정도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령 유무에 따른 고점 편차는 크지만, 반복적인 보스런에 무료함을 달래주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을 즐기며 내린 결론은 ‘블러드 러스트’가 단순한 콘텐츠 추가를 넘어, 핵앤슬래시 장르가 나아가야 할 영리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지난 ‘현상 수배’나 ‘이면 세계’ 시즌이 드랍 보상의 양을 늘려 파밍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유저가 직접 보상을 설계하고 빌드를 깎아 나가는 ‘콘텐츠 그 자체의 재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보상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야말로 이번 시즌을 높게 평가는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리스크만큼이나 도파민 터지는 ‘봉합’ 제작 시스템
시즌 제작 콘텐츠인 ‘봉합’은 상당히 화끈하다. 전설 장비의 강력한 고유 옵션을 추출해 다른 장비에 이식하는 파격적인 제작 방식으로, 기존 장비 제작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다. 캐릭터의 고점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작 시스템이다.
하지만 봉합 시스템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위력만큼이나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가혹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제작 시스템은 실패 시 이전 단계로 되돌리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봉합은 실패하는 순간 끝이다.
물론 다시 ‘일반 장기’로 덧입히고 다시 ‘특수 장기’를 바르는 걸 통해 옵션을 재구성할 수 있지만, 장기 가격을 생각하면 꽤나 손 떨리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추가 재료인 ‘봉합선’ 가격까지 생각하면 기회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또한, 봉합에 필요한 전용 재료인 ‘장기’ 아이템의 수급 난이도와 높은 시장 가격 역시 제작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위험한 도박에 열광하는 이유는 봉합이 가져온 고점과 도파민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거래소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단연 ‘샤프 버그’ 시리즈다. 봉합 시스템의 ‘최고급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샤프 버그 장비는 고유 옵션은 강력하지만, 방어력이나 저항 같은 기본 생존 능력치가 낮다는 고질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봉합 시스템으로 핵심 옵션만 추출해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봉합 시스템 도입 이후 이전에는 버려졌던 하급 전설 아이템들이 이식용 재료로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으며 거래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파밍의 전 과정에 걸쳐 ‘드롭의 재미’를 준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봉합 시스템은 리스크와 높은 기회비용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했을 때 얻는 보상이 그 무엇보다 강력하기에 이번 시즌을 역대급 흥행으로 이끈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