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 신작 ‘프래그마타’는 TGS 2025 첫날에 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경험을 선사했다. 짧은 시연 시간이었지만 몰입감과 긴장감이 뚜렷하게 느껴졌고, 신작 중 가장 재밌게 즐긴 타이틀이었다.
프래그마타의 무대는 근미래 달 기지다. 플레이어는 조사원 휴 윌리엄스로,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애나와 함께 지구 귀환을 목표로 여정을 이어간다.
프래그마타는 캡콤의 신작 라인업 중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귀무자: 검의 길, 몬스터 헌터 스토리즈3 같은 글로벌 메가 IP들이 화제를 쓸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IP라는 이유로 관심이 덜하다고 해서 평가마저 낮은 것은 아니다.
실제 체험해 본 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전투 시스템은 기존 캡콤 게임들과 차별되는 독창성을 보여줬다. 단순한 슈팅이 아닌 플레이어의 두뇌와 순발력을 동시에 요구했다.

전투는 휴 윌리엄스와 다이애나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휴는 총기를 활용한 직접적인 전투를 담당한다. 반면 다이애나는 적의 방어 체계를 무너뜨리는 특별한 역할을 맡았다.
다이애나는 전장에서 적의 장갑을 약화시키는 해커로 활약한다. 적의 방화벽을 돌파해 제어 프로토콜을 추출하고 이를 시각적 퍼즐 형태로 전환한다. 설명이 복잡하지만 쉽게 말해 ‘해킹으로 적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역할’이다.
해킹에 성공하려면 격자 기반의 경로 찾기 퍼즐을 풀어야 한다. 퍼즐을 클리어하면 적의 장갑이 무력화되고, 휴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량은 미미하게 들어가는 수준에 그친다.
즉, 실시간으로 퍼즐을 풀어 적의 방어를 해제한 뒤 공략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단순히 총만 쏘는 구조가 아닌, 두 가지 플레이가 맞물리며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전투의 매력은 이 지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퍼즐 자체도 흥미롭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초반에는 굉장히 쉬운 난도로 퍼즐이 등장한다. 시작 위치에서 두 개의 파란색 노드를 거친 뒤 마지막으로 초록색 EXE 노드에 도착하면 해킹이 완료된다.
게임을 조금 더 플레이하면 조금씩 난도가 올라간다. 격자 크기도 커질뿐만 아니라 파란색 노드 갯수가 늘어나고, 통과하면 바로 실패하는 빨간색 노드도 등장한다. 또한 특수한 효과를 주는 해킹 노드도 있다.
문제는 시간을 멈추고 여유롭게 풀 수 없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퍼즐을 해치워야 하며, 두 선택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다.

강적일수록 이 긴장감은 더 커진다. 시연 마지막에 등장한 보스는 돌진과 범위 공격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공격 범위가 넓고 공격 딜레이도 짧기 때문에 퍼즐을 풀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다. 공격과 해킹, 회피 사이에서 적절하게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투의 리듬을 만들었다.
그외에도 그립 건, 쇼크웨이브 건, 스테이시스 네트 등 다양한 총기를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해킹 게이지가 가득차면 사정거리 내에 모든 적을 정지 또는 장갑 개방 상태로 만드는 다이애나의 필살기 ‘오버드라이브 프로토콜’도 있다.
시연은 짧았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퍼즐과 액션을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는 여타 액션 게임과 확실히 차별화됐다. 단조로운 슈팅이 아니라 두뇌 회전과 조작 센스를 함께 끌어내는 방식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AI 소녀 다이애나가 굉장히 귀엽다.

다만 짧은 체험만으로 전체 완성도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 시연 버전은 게임 초반부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따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난도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퍼즐과 전투의 비중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만약 난도 조율이 애매하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퍼즐이 지나치게 반복적이면 전투 흐름을 끊어 지루함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난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퍼즐 자체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밸런스가 관건이다.
밸런스를 잘 잡아서 완성도 높은 퍼즐 전투와 협력 구도를 앞세운다면 정식 출시 후 입소문을 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단순한 신규 IP가 아닌 캡콤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