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었던 가을, 다채로웠던 행사들이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이제 연말연초로 넘어가면서 각 단체들과 기관들은 일 년을 마무리하며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모두 고생했고, 나름의 성과도 적지 않은 일 년이었고, 행사였으며, 축제였다. 그렇지만 항상 아쉬움은 남는 법. 그 아쉬움 중에 잊지 말아야 하고, 또 솔직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몇 가지 질문들을 남겨본다.
25년 가을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은 예산과 협력의 부족이고, 재미있는 점은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취재로 만난 가을 웹툰 축제의 시작은 경기국제웹툰페어였다. 해외기업, 특히 일본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당히 활발한 마켓이 진행되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만난 일본기업인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던진다.
“왜 금년 행사는 이렇게 작아졌어요?”
대한민국의 웹툰은 지난 3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고, 금년에는 상당한 숫자의 일본 기업과 기관들의 러시가 이어지는 마당에 오히려 행사가 축소된 게 당연히 이상해보였을 것이다. 집안의 궁색함은 어디선가 티가 나기 마련이다. 해외 바이어들을 초대해놓고 보인 궁색함은 우리의 산업이 오히려 속빈강정이라는 선입견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금년에 줄기차게 들은 이야기는 ‘예산’의 문제였다. 물론 담당자가 마음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웹툰’을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고, 국가적인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예산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은 필요할 듯하다. 어딘가 문제가 있기에 기대는 커지지만 예산은 작아진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의 문제이다. 어떤 이들은 과도한 대관료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산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만약 행정과 내부적인 편의를 위해 과도하게 집행된 예산이 있다면 이는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콘텐츠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공공기관의 실적 맞춤을 위해 전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국제웹툰페어 이후에 부산 글로벌웹툰페스티벌과 부천 국제만화축제, 경기콘텐츠페스티벌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 한국에 가을이 사라지고 있고, 모두 1년 동안 이때를 바라보니 겹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다양한 지역에서 다채로운 풍경과 축제로 각 지역의 웹툰과 만화가 독자와 기업을 만나는 장을 만들고 있으니 오히려 격려를 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다만 하루 차이로 개막일이 달랐던 부천(9월 26일~28일)과 부산(9월 25일~28일)은, 비록 관계자들이 부산과 부천을 오가느라 분주했지만 미묘한 차이가 보는 이들에게 묘한 긴장감과 즐거움을 준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경기콘텐츠페스티벌에서 ‘케이컬처트렌드 2025’를, 특히 그중 웹툰분과의 발표를 부천 국제만화축제 개막일과 맞춰야 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예산으로 힘들고, 여러 가지 불협화음으로 편치 않았던 부천의 축제였기에 이런 의문과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는다.
사실 작년 대한민국 콘텐츠업계를 결산하는 ‘케이컬처트렌드’는 작년 ‘아모레’와의 협업을 끝낸 후 새로운 진행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를 경기콘텐츠페스티벌에서 수용하고, 그 프로그램으로 운영한 건 여러모로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를 위해 분주했던, 그리고 그 성사를 기뻐하던 교수와 운영팀의 밝은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날짜의 조정이 그렇게 어려웠는지, 그것도 같은 경기도에서 같아야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비록 수원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만들고자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만화웹툰축제가 한창일 때 수원의 멀고먼 신도시에서 웹툰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면 그 효과와 목적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협력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1년의 결산이었다. 영화, 음악을 비롯해 만화, 웹툰까지 포괄하는 대표적인 관계자들의 육성과 진단 그리고 전망을 만나는 자리이다. 엄숙할 필요는 없지만, 공유하고, 나누는데 충분한 공간적인 준비가 필요한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온갖 디지털 체험과 시연이 난무하는 행사장의 끝, 휴식 공간 옆에 마련된 발표의 공간은 오붓했지만 결코 안정적이지는 못했다.
“왜 이전 발표자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무대에 올라오니 알겠다” 말하던 한 패널의 말이 비수처럼 날카롭게 각인이 된다.
결코 그 행사의 가치와 준비하던 이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비하하거나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여러 가지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발표였기 때문이다.
다만 진정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웹툰이 글로벌로 진출하고, 창작자들의 경쟁력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면 하나의 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보다 세심한 배려, 뭔가 많은 지원이나 대접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가을 축제의 마지막은 잠실 롯데의 화려한 쇼핑몰을 배경으로 한 월드웹툰페스티벌이었고, 그 마지막 행사는 ‘월드웹툰어워즈’였다. 어쩌면 신선한 경험이었고, 색다른 체험이었다. 스펙터클 대한민국의 가장 화려한 서울, 그 소비의 중심에 마련된 웹툰의 축제였다. 명품들의 번쩍이는 매장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환상적인 캐릭터들의 굿즈와 팝업스토어들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차가운 빙판과 떠다니던 기구 사이의 아이스링크는 다채로운 전시와 발표, 사인회 그리고 시연회로 채워졌다. 코스튬플레이 참가가들의 개성 넘치고, 정신없는 질주 사이에 비슷한 작가와의 만남과 전시로 채워지던 이전 축제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우리 웹툰과 관련 산업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한 듯한 자리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일상 소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는, 소비의 무대에 그저 올라탄 느낌이나 돋보이기 위한 토핑이나 장식으로도 보일 수 있는 법이다. 특히 롯데 월드타워와 아이스링크라는 주무대의 거리는 성인 남자의 걸음으로도 약 20여 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게다가 월드타워에 위치한 10여 곳의 팝업스토어는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그곳을 돌아다니려면 온갖 샵들 사이를 헤매고 다녀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월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해외 작가와 작품 그리고 기업의 참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세계 독자가 참여한다는 ‘월드’웹툰어워즈에는 오직 일본의 작품 하나만이 선정되어 있었고, 특별상까지 모두 12팀에게 수여되는 시상식에는 오직 3팀의 작가만이 참석하였다.
사실 작년 첫 출범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행사였다. 오랜 기간 웹툰계에서 제안했던 행사였지만, 너무 짧은 기간 행정적으로만 준비되었기 때문이었다. 금년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일부의 변화로 그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바탕 잔치를 잘 즐기고 나온 것 치고는 평가가 박하다. 이는 행사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축제이고,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합의가 있었다면 결코 나타날 수 없었던 문제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지금의 문제는 주객전도에서 비롯된, 오히려 쉽게 바꿀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 2025년은 점차 기울어져가고, 평가와 준비를 새롭게 하고 있는 시기이다. 보다 나은 2026년의 대한민국 웹툰계를 위해 좀 더 건설적이고 솔직한 평가와 세심한 준비와 배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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