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어려운 흉선암에도 면역항암제 효과적




심장과 폐를 보호하는 가슴뼈(흉골)에는 나비 모양으로 생긴 ‘흉선’이 있다. 이 기관은 사춘기 무렵까지 면역기관 역할을 하다 성인이 되면서 지방조직으로 바뀐다. 드물지만 이곳에도 암이 생긴다. 흉선상피종양이다. 


흉선상피종양은 연간 기준 10만 명당 1명 이내로 발생한다.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2022년 세계폐암학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흉선상피종양 환자 수는 연평균 6.1%씩 늘어나고 있다. 


흉선상피종양은 증상이 거의 없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X선이나 CT를 촬영하고 우연히 발견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이 어려울 땐 선행 항암을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치료 반응율이 20~30% 정도로 낮은 게 문제였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세훈 교수, 폐식도외과 박성용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노재명 교수 연구팀은 최근 세계폐암학회 공식 학술지 ‘흉부종양학회지’에 국소 진행성 흉선상피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흉선상피종양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최초 임상


이번 연구는 2020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이뤄졌다. 흉선상피종양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군, 연구자 주도의 전향적 임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병기 분류상 처음부터 수술이 어려운 4기가 33명(82.5%)이었다. 이중 다수(72.5%)는 예후가 나쁜 흉선암 환자였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에게 3주 간격으로 세 차례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뒤 수술 가능 여부를 평가했다. 수술 후에는 최대 32주간 펨브롤리주맙 유지하는 한편, 일부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더하는 식으로 치료가 진행됐다. 


연구 결과 27.5개월(중앙값)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전체 환자의 57.5%(23명)에서 종양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82.5%에선 질병 진행이 억제되는 질병 조절이 관찰됐다. 전체 환자의 70%(28명)는 수술이 가능해졌으며, 병리학적 반응(MPR) 기준 암세포가 10% 이하로 감소한 경우는 32.5%(13명)에 달했다.


당초 기대치였던 5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수술 환자만 놓고 보면 MPR 도달 비율은 46.4%로 상승했다. 펨브롤리주맙이 흉선상피종양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수술 받은 환자의 1년 무진행 생존율(DFS)은 87.9%로 높았다.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은 약 4년(49.3개월)에 달했다. 전체 생존율(OS)의 중앙값이 아직 도달하지 않은 점은 향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시사한다. 


박세훈 교수는 “이 연구는 단일군 연구로 안전성 측면에서 향후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수술이 불가능했던 흉선암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추가 연구를 진행해 더욱 정확한 임상적 효과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면역항암제를 흉선상피종양의 수술 전후 치료에 적용한 사례다. 2025년 유럽종양내과학회(ESMO)에서 구연 발표로 선정됐고, 세계폐암학회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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