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나 “미소녀와 전략으로 무장한 로그라이크”

슬레이 더 스파이어 이후 수많은 덱빌딩 로그라이크 아류작들이 범람했고, 이윽고 미소녀 모드 패치가 아닌 본격적인 서브컬처 덱빌딩 로그라이크가 등장했다. 스마일게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는 인류 문명이 카오스라는 미지의 물질로 멸망 직전으로 치닫고, 살아남은 인류가 방주를 타고 떠돌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특수 혈청을 주입받은 ‘퍼스트’로서 오염된 행성에 침투해 카오스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카오스는 지성을 가진 생명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며, 오래 노출되면 정신이 붕괴되고 괴물로 변한다. 이렇게 절망적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전략적으로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캐릭터와의 유대감이 카제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랜덤성이 강한 스킬 카드 획득 이벤트
– 랜덤성이 강한 스킬 카드 획득 이벤트

- 전투가 끝나면 세이브 데이터가 남는다
– 전투가 끝나면 세이브 데이터가 남는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매 턴 마다 손패를 가져오고, 한정된 코스트에 맞춰 사용하며 전투를 진행한다. 카오스 내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번뜩임’을 통해 스스로 스킬 카드를 획득하거나, 특수한 강화 이벤트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덱을 강화시킬 수 있다.

로그라이크 장르이다보니 랜덤하게 이벤트나 스킬 강화가 발생하고, 플레이어가 덱 빌드나 방향성을 제어할 수는 없다. 그만큼 운 좋게 번뜩임으로 원하던 스킬 카드를 손에 넣거나, 적절하게 들어온 손패로 전략적인 콤보를 실전에서 성공시킬 때의 쾌감이 강하다. 

카오스 탐색을 종료하면 해당 기록이 세이브 데이터로 남아, 이후 다양한 콘텐츠에서 활용 가능하다. 물론 정신 붕괴 상태에 빠져 전투 불능이 된 캐릭터들의 케어도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해당 세이브 데이터를 소멸시키고 기억 소거 조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 보는 맛이 있는 붕괴 일러스트
– 보는 맛이 있는 붕괴 일러스트

- 평상시에는 EP를 다량 소모하지만, 붕괴 회복 이후에는 적게 소모한다
– 평상시에는 EP를 다량 소모하지만, 붕괴 회복 이후에는 적게 소모한다

붕괴 시스템도 이 게임의 전략성을 담당하는 주요 축 중 하나다. 스트레스 수치가 한계에 다다르면 캐릭터들은 자신의 트라우마에 기반한 정신 붕괴 상태에 빠진다. 이 때 최대 체력이 감소하고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는데, 손패의 붕괴 카드를 일정 수량 이상 소모하면 해당 상태에서 회복된다.

명백한 디버프 상태에 위기 상황이지만, 붕괴 상태에서 벗어나면 에고 스킬 소모 포인트가 감소해 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붕괴가 단순한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제한 요소가 아니라,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전략적인 선택지로 기능하는 것이다.

게다가 카오스 내에서 정신 붕괴를 겪고 딥 트라우마 상태에 빠진 전투원을 회복 없이 투입하면 패널티가 강화되는 하드코어 모드 ‘딥 트라우마 모드’가 활성화된다. 더욱 도전적인 플레이 경험을 원하는 유저를 위한 선택지다.

- 메인 스토리 컷신 일러스트도 준수하고
– 메인 스토리 컷신 일러스트도 준수하고

- 카드 쓸 때마다 보이는 뒷모습도 예쁘다
– 카드 쓸 때마다 보이는 뒷모습도 예쁘다

개발사인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전작 에픽세븐에서 탄탄한 2D 그래픽 기반 연출을 선보였는데, 카제나에서도 이러한 내공이 빛을 발했다. 캐릭터의 수려한 라이브 2D 일러스트와 컷신 연출은 물론, 기괴한 배경과 끔찍하게 뒤틀린 크리쳐 등이 고퀄리티로 구현돼 어두운 세계관에 절로 몰입하게 만든다.

직접 플레이해보니 불호 의견이 많았던 SD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LD로 구현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SD라도 머리가 작아져서 그런지 게임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마고치에 어울릴 것 같은 아기자기한 도트 대미지 폰트가 플레이 내내 굉장히 신경쓰였다.

일일 숙제 자체는 10분 내외로 가벼운 플레이 타임을 지향하지만, 로그라이크 콘텐츠를 깊게 파고든다면 수십 시간 플레이도 가능하다. 라이트한 수집형 RPG를 선호하는 유저와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를 선호하는 하드코어 유저를 모두 포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 늘 그랬듯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기깔나다
– 늘 그랬듯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기깔나다

- 특정 요원과 시너지가 있다는(그게 전무의 다른 이름 아닌가) 파트너 시스템
– 특정 요원과 시너지가 있다는(그게 전무의 다른 이름 아닌가) 파트너 시스템

짧은 시간의 플레이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게 플레이했다. 시연 버전 기준 70회 반천장, 140회 천장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과금 구조와 전용 무기로 추정되는 ‘파트너’의 존재가 우려스럽기는 하나, 정식 출시를 충분히 기다릴만큼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 간 카제나의 사전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한다. 9월 2일부터 사전 플레이 테스트 신청이 가능하다. 특색 있는 비주얼과 게임성을 무기로 내세운 카제나가 과연 범람하는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플레이 영상 [출처: 시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