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증·발기부전은 연관된 질환
방치하면 요폐·신부전 위험 높아
프로게이터, 신경·혈관 안 건드려
정밀도·안정성 등 한 단계 진화돼
“요즘 들어 소변이 시원하지가 않아.” 중노년 남성들 사이에서 흔한 대화다. 이들 대다수는 전립샘비대증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나이 탓이라 생각하고 물을 덜 마시거나 참는 습관으로 버틴다. 그러다 갑자기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밤마다 여러 번 깨는 일이 반복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에 사는 60대 김모씨도 그랬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심해졌지만, 그냥 참았다고 한다. 그러다 부부관계에도 자신감이 떨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전립샘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혈류 장애로 발기부전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의 주치의인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은 “전립샘비대증과 발기부전은 별개의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혈류·신경·호르몬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요도 압박이 지속되면 음경 혈류 저하로 성기능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환자 절반이 성생활 어려움 호소
대한비뇨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환자의 70% 이상이 소변을 자주 보거나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배뇨장애를 함께 겪고 있다. 전립샘비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성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남성의 자신감과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질환이란 의미다.
전립샘은 방광 아래 소변이 지나는 길목(요도)을 감싸고 있는 밤톨만 한 장기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기관으로, 나이가 들면 호르몬 균형이 바뀌면서 조금씩 커진다. 커진 전립샘이 요도를 누르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잔뇨감이 생기며 밤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여러 번 깬다.
증상이 오래 지속하면 문제가 커진다. 소변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으면 방광이 과도하게 확장되고 방광 근육이 약해져 기능이 떨어진다. 지속적인 요도 압박은 염증을 유발하므로 요로 감염, 방광결석이 생기기 쉽다.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응급 상황(급성 요폐)이 발생하거나 소변이 거꾸로 올라가 신장이 부풀어 오르고(수신증), 신부전 위험이 커진다. 김 원장은 “전립샘비대증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방광과 신장 기능을 지키고, 치료의 기본인 약물요법 반응도 좋다”고 강조했다.
전립샘이 일정 정도 이상 커지거나 약물 반응이 떨어지면 수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많은 환자는 수술을 미룬다. 성기능이 더 떨어질까 봐 염려해서다. 기존의 전립샘절제술은 확대된 조직을 깎아내거나 태워서 제거하는 방식이 주였다. 이 과정에서 열 손상이나 신경 자극으로 인한 사정 장애, 요실금, 출혈 등 부작용이 잦았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열이나 절단 없이 요도만 넓히는 내시경적 치료법들이 발전해 기능 손상 위험을 줄였다”며 “그중에서도 프로게이터(Progator)라 불리는 전립샘 결찰술은 신경과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 최신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 각도·깊이 조정해 맞춤 시술
프로게이터는 커진 전립샘을 특수한 실로 묶어 요도를 넓혀주는 시술이다. 전립샘 조직을 깎거나 태우지 않으니 출혈과 통증이 적고 성기능이 잘 유지된다. 김 원장은 “1세대 전립샘 결찰술인 유로리프트(UroLift)는 금속 핀(앵커)으로 전립샘 일부를 점(point) 형태로 집어 올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꽉 닫힌 커튼을 집게로 몇 군데 집어 벌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빛은 들어오지만 집힌 부분만 살짝 열릴 뿐 커튼 전체가 부드럽게 펼쳐지진 않는다. 반면에 프로게이터는 그 커튼을 ‘ㄷ자’ 모양의 선(line) 형태로 아래에서 위로 쭉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특수실 전체가 전립샘을 들어 올리며 요도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빛이 한 곳만 새던 커튼이 한번에 올라가면서 방 안이 환해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프로게이터는 요도 내부에 금속 부품(앵커)을 남기지 않아 결석(돌)이 생길 위험이 적다. 전립샘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중앙 부분이 두꺼운 사람도 결찰(혈관이나 요도 등을 봉합사로 묶어 막는 것)하는 실의 각도와 깊이를 조절해 자기 몸에 맞게 시술받는다. 시술 시간은 15~20분이다. 출혈이 거의 없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고령 환자도 부담이 적다.
김 원장은 “유로리프트의 장점을 계승한 프로게이터는 정밀도와 적용 범위, 안정성 면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결찰술”이라고 했다. 구조적으로 압박만 풀어주기 때문에 발기·사정 기능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시술 직후부터 배뇨 증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환자 중 상당수는 수술 다음 날부터 ‘소변이 시원하게 나온다. 야간뇨가 줄었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전립샘비대증과 발기부전은 관리와 치료의 문제”라며 “기술이 발전한 만큼 기능을 잃지 않고도 정밀하게 치료받는 시대가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