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만으로도 만성 비부비동염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길이 열렸다. 기존처럼 수술이나 조직 생검 없이도 쉽고 정확하게 ‘제2형 염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나민석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문서진 교수, 문성민 박사 연구팀은 콧물 속 단백질을 분석해 제2형 만성 비부비동염을 판별하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코막힘, 콧물, 후각 저하, 안면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최근에는 염증 유형에 따라 ‘제2형’과 ‘비2형’으로 나누어 치료법을 달리하는 정밀의료가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제2형 여부를 가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에게 부담이 큰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콧물이라는 비침습적(몸을 뚫거나 상처를 내지 않는) 검사 재료에 주목했다.
콧물 속 ‘시스타틴 SN’ 단백질에 주목
연구팀은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들의 콧물과 비강 조직을 수집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CST1’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인 ‘시스타틴 SN’이 제2형 염증에서만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 수치는 환자의 증상 심각도, 후각 저하 등 실제 증상과도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제2형 염증의 조직 내 정도도 잘 반영했다. 진단의 정확도(AUC)는 0.894로, 기존 혈액 지표보다도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나민석 교수는 “비부비동염은 단순한 비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염증 양상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며 “이번 연구는 간편한 콧물 검사만으로도 높은 정확도로 염증 유형을 판별할 수 있어 맞춤형 정밀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유럽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지 ‘알러지(Allergy)’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