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주사 없이 패치 하나로 대용량의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복적인 주사 치료로 불편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윤현식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0/31222_32933_5611.jpg?resize=600%2C267)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윤현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주사 없이 대용량 약물을 빠르게 전달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SFMNP, Surface Fluidic MicroNeedle Patch)’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우리 몸의 체액은 혈관에서 간질공간, 림프관, 림프절을 거쳐 정맥으로 흐른다. 이중 간질공간은 림프관을 지나 림프절로 연결되는 주요 경로로 최근 표적지향적 약물 전달의 핵심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약물 적재량이 적거나 약물이 피부 표면에서 빠르게 퍼져 간질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단점을 보완하면 제조가 복잡하거나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뒤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고안했다. 모세관력을 활용해 고용량의 약물이 스스로 피부 속 간질공간으로 유입되는 방식이다. 모세관력이란 액체가 좁은 틈에서 외부 압력 없이도 스스로 퍼져나가는 힘이다.
모세관력을 활용하기 위해 연구팀은 대용량 약물 저장소부터 직경 1㎜의 홀, 미세한 마이크로니들까지 크기가 다른 통로를 계층적으로 연결한 연속 구조를 설계했다. 패치에는 약물이나 조영제를 담을 수 있는 큰 저장소가 포함돼 있으며 약물은 1㎜ 홀을 통해 패치 내부로 이동한다. 이후 패치 표면과 피부 사이의 미세 통로를 따라 모세관력에 의해 약물이 퍼지며 마이크로니들까지 자발적으로 도달한다.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약물 이동 과정. [사진 서울아산병원]](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0/31222_32934_5817.png?resize=600%2C288)
연구팀은 기계적 삽입 실험 및 체외 실험(in vitro 모델) 등 기초 수준의 실험을 통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효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니들에 의해 생성된 약 0.2~0.3㎜ 깊이의 구멍을 통해 약물이 손실되지 않고 림프 모세혈관까지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물 모델(in vivo 모델)에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부착해 림프조영술용 조영제를 주입한 결과, 10분 이내에 간질공간과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 약물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는 형광 신호 강도는 기존 주사기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2시간 이상 약물이 신체에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공간의 압력이 병적으로 증가하는 림프부종 모델에서도 안정적으로 약물이 전달됐다.
전재용 교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조영제나 항암제 등 간질 및 림프계 표적 약물 전달에서 기존 주사 방식에 비해 우수한 효율과 환자 편의성을 갖췄다”며 “향후 림프부종이나 종양의 림프절 전이 등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까지 확장 가능한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현식 교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은 연속 대량생산 공정이 가능해 상용화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응용기능소재(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으며, 커버 논문 및 유럽화학학술연합회(Chemistry Europe)의 핫토픽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