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는 ‘하가네즈카’가 될 수 있을까?

※ 해당 기사에는 귀멸의 칼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극장가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봉 이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이 작품은 불과 5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2025년 최단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극장가는 매년 위기설에 시달려 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서비스의 활성화가 관람객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무한성편의 흥행은 이러한 분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코로나19는 외부 활동을 제한한 불가피한 상황이었기에 영화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관객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OTT의 경우 다르다. 귀멸의 칼날은 매력적인 콘텐츠가 제공된다면 여전히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실제로 최근 개봉작들의 평가는 실사판 ‘드래곤 길들이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혹평 일색이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마블 영화마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성편은 극장가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재밌는 콘텐츠가 앞으로도 꾸준히 극장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기자는 무한성편을 두 차례 관람했다. 일본에서 1800만 이상 관객을 기록한 2시간 35분 동안의 감동과 여운을 다시 안고 입지 편부터 합동 강화 훈련 편까지 정주행했다. 그러던 중 도공 마을 편을 보면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떠올랐다.

도공 마을 편에서 탄지로의 검을 연마하던 하가네즈카 호타루는 상현의 5 오니 굣코의 공격에 등이 베이고, 눈이 찔리며 피투성이가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갈아낸다. 전투 도중 탄지로가 검이 필요해지자 무이치로는 완성되지 않은 호타루의 검을 건네고, 전투가 끝나자 호타루는 다시 그것을 빼앗아 연마한다. 끝내 그는 탄지로의 명검을 완성해내고, 그 검은 최종 국면에서도 부러지지 않은 채 끝까지 빛을 발한다.

펄어비스 역시 수년 동안 붉은사막을 갈고 닦아왔다. 완벽한 완성을 위해 출시일을 거듭 연기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꺾이고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언젠가 완성된 붉은사막이 펄어비스를 전성기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 첫 무대가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5’이었다. 현장에서 공개된 붉은사막은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게임 전문 매체 IGN은 “붉은사막은 IGN에서 다시 한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내년에 드디어 파이웰 대륙을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정교한 텍스처와 물리 효과가 인상적이며, 완성작이 출시된다면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이 붉은사막에 집중되고 있다. 내년에는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GTA6 등 굵직한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과연 붉은사막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검으로 한국 게임 산업의 위상을 드높일지, 아니면 그저 그런 졸검으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