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가져갈 투석혈관, 제때 약물방출풍선(DCB)으로 수명 관리해야”


김형철 센터장은

김형철 센터장은 “투석 혈관 치료는 수십 년을 바라보는 치료이므로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길 당부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주 3회, 매번 4시간씩 투석을 받는 환자들에게 투석 혈관은 곧 생명줄이다. 좁아지고 막히기 쉬운 혈관을 오래 쓰는 전략이 삶의 질을 높인다. 지난 5월, 건강보험에서 약물 방출 풍선 카테터(Drug-Coated Balloon·DCB)를 본격적으로 급여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DCB는 협착을 억제해 재개통 시술 간격을 늘리고 혈관 손상을 줄인다. 장기적으로 투석 혈관의 수명을 연장하는 치료 옵션으로 평가받는다.


안산사랑의병원 혈관·인터벤션센터 김형철 센터장은 “당뇨ㆍ고혈압으로 만성 신부전 환자가 증가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져 투석 혈관이 버텨야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며 “수십년을 내다보는 혈관 수명 관리 시대에 환자 접근성이 높은 지역 병원의 역할도 커졌다”고 했다. 김형철 센터장에게 환자 맞춤 투석 혈관 관리 전략을 들었다.


-투석 혈관은 왜 자꾸 막히나.

“투석 혈관(동정맥루)은 동맥과 정맥을 인위적으로 연결해 만든다. 원래 낮은 압력의 피가 지나가야 할 정맥에 동맥처럼 높은 압력의 피가 계속 흐르니 정맥벽이 두꺼워지고 변성이 일어난다. 여기에 주 3회, 같은 부위에 바늘을 찌르는 것이 반복되면 상처가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혈관 내막이 자라 두꺼워지고(내막 비후) 특정 구간이 점점 좁아진다.”


-협착을 어떻게 알아채나.

“투석 중 바늘에서 피떡이 자주 나오거나 투석 후 지혈이 잘 안 되는 것으로 감지될 때가 많다. 투석 의원에서 이런 변화를 느꼈을 때 ‘혈관 점검 한번 받아보시라’고 적극 권유해야 한다. 검사에서 아직 재개통 시술까지는 필요 없다고 나와도 그게 헛걸음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타이밍을 잡는 것 자체가 혈관 수명을 지킨다. 자가 점검법도 있다. 혈관 부위를 만졌을 때 진동이 평소보다 약하면 검사 받아보길 권한다.”


-재개통 시술의 발전 동향은.   

“투석 혈관이 좁아졌을 때 흔히 쓰는 치료는 풍선확장술(PTA)이다. 좁아진 구간에 풍선을 넣고 부풀려 혈관을 넓힌다. 최근 주목받는 약물 방출 풍선카테터(DCB)를 이용한 PTA는 한 발 더 나간 개념이다. 풍선 표면에 코팅된 약물(예: 파클리탁셀)을 혈관 내막에 전달해 세포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재협착을 늦춘다. 일반 풍선확장술보다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주기가 길어진다. 일례로 메드트로닉의 ‘인팩트(IN.PACT AV DCB)’는 일반 풍선확장술(PTA)과 비교한 임상연구에서 6개월 내 재시술 빈도를 56% 줄이고, 재개통까지의 시간을 평균 10.7개월에서 25.4개월로 약 14.7개월 늦춘 것으로 보고됐다. 결과 해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술 간격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DCB가 혈관 수명에 도움되는 이유는.  

“재개통 시술  횟수 자체가 혈관 전체 수명과 직결된다. 잦은 시술이 혈관벽에 스트레스를 준다. 그렇다고 시술을 안 하면 더 빨리 막혀 큰일이다. 혈관 개통은 잘 유지하면서 시술 횟수는 줄이는 것이 투석 혈관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이다.”


-투석 혈관 하나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야 한다는건가.

“그렇다. 보통 투석 혈관은 이론상 양팔 상완ㆍ전완에 4번의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론 혈관 구조, 질 때문에 새로운 투석 혈관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한쪽 혈관을 10~15년 쓰다가 이제 반대쪽에 만들자고 하면 이미 나머지 혈관들도 노화, 변성돼있다. 그렇게 양쪽 팔의 혈관을 다 쓰고 나면 최종적으로는 가슴 쪽 큰 정맥(중심정맥관)에 인공 카테터를 넣어야 한다. 이건 감염 위험이 매우 높고, 체력이 이미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 잘 기능하는 투석 혈관 하나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게 생명 연장 전략이다.”


– 어떤 환자들에게 DCB가 효과적인가. 

“혈관 만든 지 얼마 안 된 초기(6개월 미만) 환자에겐 일반 풍선확장술(PTA)이 먼저다. 기대 여명이 길지 않은 환자에겐 시술 횟수를 줄이는 스텐트가 유리할 때가 있다. DCB가 장점이 큰 경우는 ▶협착 때문에 시술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1년에 두세번 이상 반복 시술이 필요하거나 ▶투석 혈관이 오래됐는데 앞으로도 이 혈관으로 오래 살아야 하는 환자다. 환자별 조건과 기대 여명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 혈관을 평생 쓰게 해줄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DCB·PTA·스텐트를 조합해 써야 한다. 의사에게 DCB는 치료 무기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왜 이제야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나.

“DCB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보험이 안 돼 비쌌고, 대학병원에서 연구용이나 필요한 일부 환자에게만 쓰는 정도였다. 지난 5월, 급여화가 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환자 반응은 어떤가.

“3개월마다 재개통 시술을 받던 50대 환자 사례다. 올해 2월에 일반 풍선으로 시술했고, 5월에 다시 좁아져 이번엔 보험이 된 DCB로 시술했다. 이 환자를 8월, 11월에 다시 봤는데 혈관 상태가 아주 괜찮았다. 환자에게 3개월 뒤 다시 보자고 했더니 ‘정말 오늘 시술 안 해도 되느냐’며 얼굴이 확 펴서 가셨다. 투석 환자가 고령층에만 있는 건 아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만성 신부전이 온 30대 환자는 투석 후 4년쯤 지나며 혈관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스텐트를 넣는 선택을 주로 했을 거다. 당장 효과가 좋다. 하지만 스텐트는 한번 넣으면 제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스텐트 앞뒤, 안쪽이 잘 막히는데 그러면 이후 치료 선택지가 좁아진다. 기대 여명이 길수록 나중 문제가 크게 다가온다. 환자가 30대면 15년 뒤 40대 중반쯤에 스텐트가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환자에게 DCB를 시술했는데 기대보다 혈관이 훨씬 잘 유지되고 있다. 장기생존이 예상되는 젊은 환자에게 특히 좋은 선택지였던 사례다.” 


-시술 타이밍이 혈관 수명에 영향을 미치나.

“하수도에 물이 잘 안 내려갈 때 바로 뚫어뻥 같은 도구를 쓰면 비교적 쉽게 뚫린다.  그런데 하수도가 막히고 이를 오래 방치하면 더 강한 도구와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수도 자체도 더 망가진다. 투석 혈관도 그렇다. 혈관이 막히기 직전 빨리 치료하면 혈전도 아직은 말랑말랑해 제거가 쉽고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끝난다. 반대로 하루 이틀, 일주일씩 늦어지면 혈전이 딱딱한 돌덩이처럼 변하고 복잡한 기구를 써야 한다. 혈관벽이 손상되고 혈관 전체의 수명 감소로 이어진다.” 


-생활습관에서 환자가 챙길 점은.

“투석 의원에서 안내하는 식이·체중·염분 관리 지침을 잘 지키면 혈관 상태도 더 오래 좋게 유지된다. 투석 환자들은 기력이 떨어져 운동을 등한시하기 쉬운데 무리가 되지 않는 선의 유산소 운동(예: 30분, 주 5회 정도)을 한 환자들은 혈관 상태가 다르다. 탄력 있고 튼튼하다. 다만 투석 혈관 있는 팔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압박하고 팔을 베고 자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안산사랑의병원은 지난 5월 혈관·인터벤션센터를 열고 안산·화성·서화성 지역민들에게 투석 혈관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투석환자는 약제 사용, 응급상황이 일반 환자와 다르다. 약 대부분이 신장을 통해 배설되니 응급상황에서 쓸 수 있는 약·처치도 제한적이다. 내과·마취과·신경과 등 여러 과가 있는 종합병원급 시스템이 갖춰져야 돌발 상황에 즉각 대응한다.


김 센터장은 “그간 투석 혈관 시술을 제대로, 상시로 하는 곳이 대학병원 외에는 거의 없어 환자들이 광명, 안양·평촌, 서울까지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대학병원에서는 예약·대기가 길어 제때 시술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구조라 환자 불편이 컸다”고 했다.   


혈관조영장치(angiography)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이 장비를 통해 혈관 협착의 정도와 파열 위험 부위, 혈류가 샛길로 우회하는 양상까지 세밀하게 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에서 사용하는 최신 장비가 들어와 지역민들에게 치료 접근성을 높였다”며 “제대로 보이는 장비가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 결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김형철 센터장=

진료 분야: 투석 혈관 개통술, 정맥혈전증 치료, 말초동맥 재개통술 등

안산사랑의병원 영상의학과 진료과장

(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교수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지도전문의

대한투석 혈관학회/투석 혈관연구회/대한영상의학회 정회원 

김형철 센터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투석 혈관을 만들고 재개통하는 인터벤션 시술을 전문으로 한다.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김형철 센터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투석 혈관을 만들고 재개통하는 인터벤션 시술을 전문으로 한다.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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