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아듀~! 2025, ‘부천만화축제’ 마지막 날의 여운을 즐기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중 코스프레 경연대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중 코스프레 경연대회.


지난 9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원에서는 ‘만화웹툰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주제로 제28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렸다. 


‘펜과 마음이 닿는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축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전시와 평소에 만나기 힘든 작가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장 그리고 발랄한 코스프레가 함께하는 축제로 꾸며졌다. 


특히 마지막 날 오전에는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지만, 비가 그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만화진흥원과 만화박물관 사이의 길은 관람객과 다양한 코스프레 참가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 열기와 흐뭇한 풍경을 따라 부천만화축제가 2025년에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만나본다. 






 


박물관의 변신 – 체험과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 


온갖 만화 주인공이 스쳐가는 만화박물관 입구를 들어가면 먼저 간단한 체험마당과 플리마켓 체험프로그램이 반긴다. 간단한 소품과 기념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욱 열심이다. 전시와 체험으로 분주한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만화도서관 옆 공간에 소복이 작가와의 만남이 준비되고 있었다. 


만화박물관 1층 전시.
만화박물관 1층 전시.


소복이 작가와의 대담.
소복이 작가와의 대담.


소복이 작가는 <나의 열두 살에게>이라는 만화책의 저자이다. 대담은 책을 출판한 ‘나무의말’ 출판사의 김성은 대표가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대표와 작가라는 관계 때문인지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2층을 휘감고 있었다. 또한 어린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약간 들뜨고 따스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먼저 교보문고에 올라온 <나의 열두 살에게> 작품 소개를 잠깐 보자. 


경계에서 방황하는 나이, 

애매함을 견디면서 내면의 힘을 기르는 나이 열두 살!

열두 살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그 경계선 위에서 자기 마음을 설명할 언어도, 감정을 다룰 기술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세상과 관계, 그리고 변화에 맞서는 나이이지요. 그 애매하고도 미묘한 시간을때때로 어른들은 쉽게 지나쳐 버립니다. 하지만 열두 살의 아이들은 순간순간을 견디며 내면의 힘을 키워 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나의 열두 살에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시간에 작은 빛을 비추는 이야기입니다. 소복이 작가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꺼내어 조용히 들여다보고, 다정하게 껴안습니다. 

교보문고 갈무리.
교보문고 갈무리.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열두 살 친구 몇 명?” 하면서 진행자가 묻자 몇몇이 손을 들었다. 진행자는 그들을 환영하면서 누구나 겪는 열두 살이지만, 또 특별한 나이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나이를 통과한 모든 이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공감이라면서 소복이 작가에게 소감을 물어본다. 작가는 대뜸 만화책을 안사는 게 요즘 분위기인데, 책을 내자는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는 말부터 꺼낸다. 출판이, 그중에 만화출판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열두 살에게>는 석 달 만에 3쇄를 찍는 성공을 거뒀다. 출판사도 작가도 무척 감사한 듯 서로 인사를 하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나무의말’ 출판사의 김성은 대표(왼쪽)과 소복이 작가.
‘나무의말’ 출판사의 김성은 대표(왼쪽)과 소복이 작가.


'나의 열두 살에게' 대담.
‘나의 열두 살에게’ 대담.


그에 화답하듯 작가는 열두 살을 위해 만든 책인데, 성인독자들도 많아서 의외였고 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결국 아이에게 전하는 책은 부모도 같이 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책에서, 대담에서 말하듯 열두 살은 경계처럼 느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나는 다 자란 거 같은데, 주변 어른들은 아직 어린이 취급이기 때문이다. 


아마 어린이 시절의 마지막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 하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그럼 이 만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작가는 만화의 한 장면을 옆에 준비된 TV 화면으로 보여준다. 


횡단보도에 서있는 소년이 넥타이를 매고 있다. 작가는 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횡단보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 넥타이를 매고 있는 아이를 보자 창피해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나의 열두 살에게>는 이 장면, 이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 상황, 그 아이의 마음이 열두 살을 말해주고, 또 그 마음에 공감과 위로를 보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진행자는 책을 보고 지인에게서 전화 한통이 왔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열두 살인데, 평소에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걱정이었던 부모였다. 만화 속에서 친구가 없던 아이가 한겨울에 친구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너무 추운데, 참 따뜻했다고 말한 장면을 보고 오열을 했다는 것이다. 


진한 공감, 그 마음이 생생하게 아이와 같이 온 부모들에게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듯했다.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따뜻한 소통의 대담장을 뒤로 하고 바로 위 만화박물관 3층에 마련된 상설전시장에 올라본다. 작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정년이>가 전시되었는데, 이번 축제에는 다양성 만화 전시인 <형형색색>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성 만화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이번 <형형색색>은 202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65편의 만화 중 6편의 독창적인 만화를 전시하고 있다. 


‘다양성 만화’로 호명되는 작품들은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에 담아내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형형색색>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새롭고도 깊은 시선을 독특하고, 따뜻하게 보여준다.  


작은 통로에 따라 독특하게 구성된 전시는 <떼루아의 맛> (신이현(글)·김연수(그림)), <노인의 꿈> (백원달), <어떤 탐험일지> (이루비), <미용실 스태프> (마브로), <적색목록> (백영욱), <하나의 사물> (맹하나) 등 여섯 작품을 차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시처럼 영화처럼 잔잔하고, 따뜻하게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 전시장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다양성 만화 전시, ‘형형색색’전.


 


융합센터, 지역과 일본을 만나다 


애니메이션 OST 경연대회의 흥분과 한옥과 코스프레의 어울림 그리고 페이스페인팅 등의 체험부스가 있는 만화박물관 옆 야외무대를 지나면 웹툰융합센터가 있다. 그곳 2층과 3층에도 또 다른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OST 경연대회.
OST 경연대회.


한옥마을에 출현한 나루토.
한옥마을에 출현한 나루토.


먼저 3층에서는 일본 고단샤 공모전에 대상을 수상한 <데드미트 패러독스> 사토 작가와 강착원반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역시 교보문고에서 준비된 책 소개를 따라가 보자. 


일본에서 먼저 알아본 K-작가! 

일본 3대 만화 출판사 고단샤 공모전 대상!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만 뷰!

텀블벅 펀딩 1200% 달성!

SNS 화제의 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 

“좀비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이 독특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에 대해 진행자인 이선인 평론가가 짧게 요약해주었는데, 그 내용을 교보문고의 도서 소개로 한번 보자. 

변호사 골드는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사는 올랜드 제국에서는 사후 30일 이내에 갑자기 부활하는 원인 불명의 상태를 좀비라고 부르며, 이들을 싼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차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친좀비파 귀족이었던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 릴리는 좀비가 되어 골드에게 재판을 의뢰한다.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에 골드는 의뢰를 수락하는데…. 좀비의 사망 진단과 마지막 재판까지, 골드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 

 

'데드미트 패러독스'와 작가 사인.
‘데드미트 패러독스’와 작가 사인.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흥미가 솟는 이 기획은 처음 사토 작가에 의해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사토 작가는 처음 단편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아무것도 몰라 <이야기의 해부>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서 나오는 ‘아이러니’를 계속 생각했던 게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이야기로 준비하던 와중에 강착원반 작가를 만났는데, 그건 재미있게도 만화가지망생들의 단톡방이었다. 


사토 작가(왼쪽)과 강착원반 작가.
사토 작가(왼쪽)과 강착원반 작가.


그 단톡방에 사토 작가가 아이디어와 대사를 올리면서 고민 중이라 말하자, 강착원반이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그리고 강창원반 작가가 다듬은 대사 등이 너무나 사토 작가의 마음에 들었고, <데드미트 패러독스> 작가팀이 결성된 것이다. 


강착원반 작가는 본인이 만화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일본어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토 작가의 아이디어를 보고 충격과 감동을 느끼고, 거기에 참여를 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데드미트 패러독스' 대담.
‘데드미트 패러독스’ 대담.


'데드미트 패러독스' 사인회.
‘데드미트 패러독스’ 사인회.


만화만큼 재미있는 둘의 이야기였다. 


특히 재미있는 건 사토 작가가 이런 좀비물이나 공포, 호러 등과 같은 걸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옆에서 듣던 강착원반의 설명과 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싫어하는 것에 대해 정말 디테일하게 관찰하고, 또 알고 있어서 더욱 잘 그리게 되는 듯하다고. 독특한 감성, 그리고 기묘한 기획 그리고 만담같이 재미있는 대담이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무신만리행' 대담. 왼쪽부터 정상민 작가, 운 작가, 배민기 작가.
‘무신만리행’ 대담. 왼쪽부터 정상민 작가, 운 작가, 배민기 작가.


오밀조밀한 3층과 달리 2층은 선이 굵고 탄탄하며 시원한 만남이 준비되었다. 화려한 인기를 자랑하며 연재를 이어가는 <무사만리행>의 운과 배민기(이하 배 작가) 두 중견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이 대담은 본인도 만화작가이기도 한 정상민 작가가 맡았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중견작가와 같이 활동하던 작가와의 만남은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듯했다. 


<무사만리행>은 네이버웹툰에서 2020년 6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연재되는,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의 소개 글을 한번 보자. 


2세기 후반, 마한연맹 고리국(古離國)의 무사 나루. 믿었던 스승의 배신으로 나라가 멸망하고, 평생을 바쳐 지켜주겠노라 맹세했던 소단공주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유일한 단서인 서역으로 떠났다는 배신자의 말에 나루는 로마제국의 검투 노예로 팔려가 공주의 행방을 찾고 자유를 얻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익숙한 무협의 장면으로 시작했다가 역사 서사시로 이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로마제국의 검투사 이야기로 넘어간다. 각 장르를 넘나들면서 고유의 색과 리듬을 스며들게 하고 있으니 당연히 팬들의 열렬한 환호가 이어졌다. 


이 작품의 시작은 스토리를 담당한 운 작가부터였다고 한다. 


“저는 자료조사를 깊고 길게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로마시대에 콜로세움에 세계 각국의 검투사가 있었고, 아시아 출신도 있었다는 짧은 글을 발견한 게 시작이었어요.”  


운 작가는 <무사만리행> 뿐만 아니라 <샤크>, <퇴마록 웹툰>의 각색 등을 맡은 작가였다. 그럼 <쌈닭>, <악전고투>, <독가비의 나라> 등 무협과 사극 액션으로 유명했던 배 작가는 어떻게 이 여정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왼쪽부터) 운 작가, 배민기 작가.
(왼쪽부터) 운 작가, 배민기 작가.


'무신만리행' 대담.
‘무신만리행’ 대담.


배 작가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작가들 몇 분이랑 소주 한잔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운 작가님이 〈무사만리행〉이라는 제목으로 한반도의 무사가 고대 로마 시대로 가서 검투사들과 싸우는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셨어요. 스케일도 상당하고 설정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런데 당시에는 속으로 누가 맡을지 모르지만 정말 고생하겠구나 생각했죠. 그 배경이나 장면들이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이 작품은 배 작가에게 돌아왔다. 운 작가는 거기에 덧붙여준다. “이 작품을 제대로 구상한 게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이었어요. 그런데 부산의 작가가 맡은 거죠.” 


먼저 시작은 다른 작가와 했다. 하지만 배 작가의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라 1화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넘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 작가는 이미 1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기 때문에 분위기나 콘티 작업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면의 연출에 보다 자신의 느낌을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협의 동선이 검투사와 어울릴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땀내 나는 액션에 동양 무협의 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초반에 콜로세움에서 ‘나루’가 허공을 붕 떠서 내려오는 액션이 바로 그런 융합과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본인이 작가이기도 한 장성민 진행자가 질문을 던진다. 요즘은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다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장기간 연재가 되었는데, 다투거나 그러지 않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배 작가가 냉큼 단호하게 말한다. “저는 이렇게 생긴 분과는 싸우지 않습니다.”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잠시 함께 웃은 후 두 작가 모두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면 이견은 있어도 다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우문의 현답인 셈이다. 덧붙여서 운 작가는, 배 작가의 그림이 캐릭터 하나하나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담아내는 것, 그림과 연출 그리고 액션 묘사가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이에 배 작가는, 시나리오 묘사가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도 몇 년째 이어오는 연재 동안 단 한 번도 약속된 시간에 어김없이 글을 주었다고 말한다. 좌중은 탄성을 터트린다. 거기에 배 작가는 (그동안 받은 원고가) 단 한 번도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다고 극찬을 한다.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에 장성민 작가가 질문으로 정리를 해본다.  


운 작가는 전작이 좀비물이었고, 주로 액션 스릴러 중심이었다면서 다른 장르에 관심이 없는지 묻는다. 운 작가는 스토리 작가다보니 요청이 들어오면 작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도 개그 코미디물을 하고 싶은데, 요청이 없어요.” 사람들이 다시 즐겁게 웃으면서 만남이 점차 무르익어 간다.  


체험부스. 페이스페인팅.
체험부스. 페이스페인팅.


사람들로 가득찬 만화박물관 옆 통로.
사람들로 가득찬 만화박물관 옆 통로.


 


만화박물관, 흥분과 역사의 교차 


다시 만화박물관으로 돌아온다. 빗줄기가 그친 박물관과 진흥원 사이의 길은 관람객과 코스프레 참여자로 가득 찼다. 그 흥분된 분위기는 만화박물관 1층에서 절정에 달한다. 코스프레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부천만화축제에는 다양한 코스프레 행사가 준비되었다. 


제8회 경기국제코스프레대회(GICOF)가 13개국 14개 팀이 참가하는 글로벌 챔피언십 코스프레 결승대회로 개최되었다. 그리고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대상의 키즈 코스프레 대회와 코스프레 소품 및 가발 만들기 교육인 원데이 코스프레 클래스도 열렸다. 


코스프레 경연대회.
코스프레 경연대회.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한국 만화∙웹툰 코스튬플레이 경연인 ‘아마추어 코스프레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무대 주변에 사람들로 가득하고, 무대 위에서는 독특하고 감탄이 나오는 코스프레의 향연이 펼쳐진다. 


코스프레 경연대회.
코스프레 경연대회.


1층에서 코스프레 경연대회가 절정을 치닫고 있을 때, 2층에서는 먹과 붓으로 한 땀 한 땀 그려낸 고집스러운 웹툰 <칼부림>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고일권 작가는 화면에 올라온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마치 작품을 하듯 하나하나 차분하고 진중하게 대답을 해주면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작품의 팬인 듯, 설레는 표정으로 미리 와서 사인을 받은 청소년도 있고, 진지한 모습으로 작가의 대답을 경청하는 성인도 있었다. 


'칼부림' 대담.
‘칼부림’ 대담.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 (왼쪽)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 (왼쪽)


여기서 작품 <칼부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칼부림>은 임진왜란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17세기 초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의 정치·사극·복수물 장르의 웹툰이다. 무엇보다도  연재 초기부터 힘 있고 사실적인 작화와 세밀한 고증으로 진중한 역사 만화로 인기를 얻었다. 입체적인 캐릭터에 묘사도 뛰어나며, 역대 한국 역사 만화 중에서도 재현성 면에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묘사라는 평도 있다. 특히 칼을 비롯한 도검류나 무술 묘사가 압도적이다. 또한 이 만화는 타블렛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만화이다. 100% 220g짜리 8절 켄트지(도화지)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출판만화식 칸 구성으로 웹툰을 올리고 있다. 웹툰시대에 가장 독특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고일권 작가의 대담을 마지막으로 지난 2박 3일간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 행사는 끝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식적인 행사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마지막 여운의 화려함을 즐기듯 주변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Bicof 비밀상점.
Bicof 비밀상점.


Bicof 비밀상점.
Bicof 비밀상점.


몇몇은 맞은편 만화진흥원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아트마켓인 Bicof 비밀상점을 찾아 추억이 될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진흥원 앞 주차장에 마련된 Bicof 야외만화카페의 편한 소파에서는 사람들이 갓 나온 햇볕과 함께 달콤한 휴식과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Bicof 야외만화카페.
Bicof 야외만화카페.


그렇게 부천만화축제는 2025년에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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