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만화‘전 2025의 성공 – 만화를 위한 축제에 대한 물음!




지난 10월 31일(금)부터 11월 2일(일)까지 서울 성수동 S-FACTORY B128에 위치한 서울웹툰아카데미(SWA)에서는 독립만화사 사이드비(SideB)가 주관하고 SWA, JQ코믹스가 후원하는 ‘2025 하고 싶은 만화전’이 열렸다. 




독특한 S-FACTORY 중간의 입구에서 길게 늘어선 줄은 유자의 선을 그리며 다시 입구로 이어지고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사이드비(SideB) 성인수 대표의 말처럼 작년에 비해 약 3배 정도의 관람객이 찾았고, “너무도 감사하고, 죄송하게도” 무려 30분 정도를 대기해야만 입장을 할 수 있는 열기가 이어졌다. 


가득한 부스, 더 가득한 관람객들.
가득한 부스, 더 가득한 관람객들.


‘하고 싶은 만화’전은 화가 지망생부터 현직 프로 작가까지, 경력과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선보이는 국내 유일의 만화 전문 행사라고 불리고 있다. 코로나19 때 잠시 온라인으로 개최되기도 했지만, 매년 열기를 높여가고 있는, 독립만화와 만화가들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행사이다. 그래서인지 좁은 건물 옆에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채 30여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사람들은 흥분과 기대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이야기, 만화를 만드는 고통과 기억에 관한 해맑은 농담, 이전 또는 다른 행사의 기억 등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며 시간을 지우고 있었다. 드디어 입장시간이었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좁은 벽의 그림을 지나고 나면 길게 이어진 부스 겸 탁자와  다채로운 그림들 사이에서 열띤 거래와 소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올해는 총 62개 팀의 개성 넘치는 부스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만화들.
개성 넘치는 만화들.


‘하고 싶은 만화’전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독특한 독립출판물부터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굿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북마켓’이다. 올해는 마침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콘텐츠창의인재동반사업의 페이지 만화반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입구에서부터 신선한 그림과 굿즈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유명 독립만화잡지인 《만화공업단지》도 보이고, 그 옆 칸에는 친숙한 이름인 ‘보물섬’도 자리를 잡고 있다. 그밖에도 이미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서서출판사’나, 군산에서 전국에 만화를 보급하는 ‘삐약삐약북스’ 등 제법 마니아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출판사나 작가들도 동아리와 신인 만화가들 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홍익대학교 만화동아리나 공주대학생들도 부스를 마련해서 본인들이 직접 만든 만화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문화동네에서 출판하는 금대 작가의 <우주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무료 샘플 북을 제공하고 있었다. 


삐약삐약북스의 부스.
삐약삐약북스의 부스.


이처럼 ‘하고 싶은 만화전’은 기성 작가들이나 기업 또는 축제와 마켓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한 장면들과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그건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미디어 공개방송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평소에 만나기 쉽지 않은 ‘산호 작가 북토크’, ‘토요타 미노루 작가전’, ‘고전웹툰 특집’, ‘황벼리 작가 공개방송’ 등 총 4개의 미디어 공개방송이 3일간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형식이나 내용이 이 행사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더해주는 것이다. 


잡지 '만화공업단지'.
잡지 ‘만화공업단지’.


사실 웹툰의 비약적인 발전 이후 공공기관의 참여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스튜디오들의 화려함으로 기존의 페스티벌이 장식되거나, 몇몇 주요 관심과 키워드 중심으로 만화계가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소하고 독립적이며 개성 강한 만화의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는 행사나 교류의 장이 활성화될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독립만화, 출판만화들.
다양한 독립만화, 출판만화들.


어쨌든 만화의 성장, 웹툰의 발전에는 기존 출판만화와 무한한 상상력과 그를 지지하는 독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가끔 잊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하고 싶은 만화’전의 개최는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보여주는 것이며, 작가와 독자에게 다양성의 매력과 즐거움을 발견하고, 나눌 수 있는 상상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사 공간을 옮길까 고민하는 성인수 대표의 고민은 어쩌면 현 만화계의 고민과 닿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만화'전의 마켓에 전시된 다양한 만화와 굿즈.
‘하고 싶은 만화’전의 마켓에 전시된 다양한 만화와 굿즈.


상업과 독립의 사이에서 좀 더 다양한 길과 가능성을 찾고 고민해야 할 때임을, 우리 환경과 창작계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길게 늘어선 줄과 그 시간과 나눔을 한껏 즐기고 있는 작가와 독자의 모습이 한없이 고맙고 반갑다. 내년 더욱 발전될 ‘하고 싶은 만화’전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만화와 개성 강한 부스들.
다채로운 만화와 개성 강한 부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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