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4조 벌고도 안 오른 이유… 역대급 환원에도 시장 ‘시큰둥’


하나금융은 2025년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당기순이익 기준 4조2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7.1%(2641억 원)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섰다. [최진희 기자]

하나금융은 2025년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당기순이익 기준 4조2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7.1%(2641억 원)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섰다. [최진희 기자]


[최진희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순이익 4조29억 원을 기록하며, 이른바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더해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발표 직후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함영주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됐지만, 시장은 실적과 환원보다 이후 따라올 성장 스토리에 더 냉정한 반응이다.


실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월29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관련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8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마무리되며, 경영 불확실성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사법 리스크 해소가 주가 상승 여지보다 기존 반영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위기다.


콘퍼런스콜 직접 나선 함영주 “비은행 계열사 펀더멘탈 강화”


함 회장은 1월30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비은행 계열사 펀더멘탈(기초체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라며, 디지털 금융 시장 주도권 선점 목표를 제시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완료되면, 변화 속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이번 콘퍼런스콜에 함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도 이와 관련된 시장의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날 하나금융은 2025년도 연결당기순이익 4조2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7.1%(2641억 원)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 연간 순이익이 4조 원을 넘었다. 특히 이자이익 9조1634억 원과 수수료이익 2조2264억 원 등 그룹 핵심이익은 총 11조3898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5.2% 상승을 기록했다.


[사진 및 편집= 이창환 기자]

[사진 및 편집= 이창환 기자]


4조 실적의 실체, “은행이 끌었지만, 비은행은 부진”


다만 실적 개선은 대부분 은행 부문에만 집중됐다. 하나은행은 연간 3조7475억 원을 기록했지만, 하나카드·하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은 역성장하거나 정체 흐름을 보였다. 하나카드는 1.8% 감소한 2177억 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하나증권도 5.8% 줄어든 21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은 이날 2025년 기준 1조8719억 원 규모, 역대 최대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다. 기말 현금배당을 주당 1366원으로 결의했다. 지난해 보통주 1주당 지급된 분기배당금 2739원을 포함한 총 4105원으로, 전년 대비 주당 505원(14%)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받기 위한 ‘고배당 기업’의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라며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개인 투자자 유입 확대를 통한 수급 구조 개선도 기대된다”라고 했다. 또 상반기 총 4000억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함영주 ‘채용비리’ 무죄취지 파기환송…‘남녀차별고용’ 유죄 확정


대법원은 함 회장의 부정채용 의혹,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경영권 박탈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피하면서 2028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2심 판결이 유지돼 벌금형만 남았다.


이번 판결로 8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어낸 함 회장은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서 주주환원 계획과 중장기 전략 등을 밝히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당일 주가는 하락했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뚜렷하지 않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취재진에 “대법원 판결로 사법 리스크는 털었으며, 공개채용은 이미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했다”라며 “오는 3월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신설돼 전사 차원의 소비자보호 정책도 추진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외국인 유입세가 주춤했는데, 4000억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외인들 기대에는 부족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실적과 환원, 사법 리스크 해소라는 세 가지 카드를 모두 꺼냈다. 그럼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시장이 더 이상은 과거의 부담이 아닌 미래 성장을 묻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조 클럽 입성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이 넘어야할 문턱은 숫자가 아닌,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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