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치료는 필수… 위암의 발암 인자를 차단하는 길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환자 중에는 ‘헬리코박터 양성’이라는 문구 앞에서 고민에 빠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당장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며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절반은 가지고 있는 흔한 균이라며 치료의 필요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마주하는 헬리코박터균은 결코 가벼이 넘길 대상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이는 위암의 명확한 발암 인자이며, 말 그대로 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산이라는 강한 산성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매우 독특하고 끈질긴 세균이다. 일반적인 세균은 위장의 산도를 견디지 못하고 사멸하지만, 이 균은 스스로 암모니아를 만들어 주변을 중화시키며 위 점막 깊숙한 곳에 안착한다. 일단 자리를 잡으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법이 거의 없으며, 평생에 걸쳐 위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킨다.


이 과정이 위험한 이유는 염증이 반복되면서 위벽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되고, 더 나아가 위 점막 세포가 장의 세포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위암 발생의 명확한 전 단계로 간주된다. 실제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제균 치료를 강력히 권하는 이유도 단순히 현재의 위염을 고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에 닥칠지 모를 위암의 싹을 미리 잘라내기 위해서다. 특히 부모나 형제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가족력이 있거나, 내시경상으로 이미 위 점막의 변형이 시작된 분들이라면 제균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치료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제균 치료는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 고용량의 항생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약이 생각보다 독하다. 복용 중 입에서 쓴맛이 가시지 않거나, 속이 메스껍고 설사를 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이기지 못해 며칠 만에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면, 의사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설프게 치료를 멈추면 균이 완전히 사멸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항생제에 대한 내성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강한 약물을 써야 하며 치료 성공률도 뚝 떨어진다. 따라서 약 복용 중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독단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정해진 복용 기간을 끝까지 마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감염률은 찌개나 반찬을 함께 떠먹는 특유의 식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입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가족 중 한 명이 감염되어 있다면 다른 구성원들도 감염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어렵게 제균 치료에 성공했더라도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균이 옮아올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개인 접시를 사용하여 음식을 덜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결국 헬리코박터 치료는 당장의 소화불량을 고치는 일보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가장 확실한 건강 투자다. 전문가의 지침에 따라 치료 과정을 성실히 마친다면 위암이라는 커다란 위협으로부터 소중한 일상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다.


양병원 소화기내과 강승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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