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반려견 보내고 로봇개 입양…한 달 뒤 결국


눈 맞추고 쓰다듬고 상호작용

“다시 말씀해주세요” 반복돼

낮은 언어 이해력 피로감 유발


반려 로봇이 주는 위로 효과는 3개월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반려 로봇이 주는 위로 효과는 3개월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출처: Gettyimagesbank]


17년을 함께한 강아지를 떠나보낸 집은 공허했다. 잔병치레 없이 동안 소리 들으며 잘 먹고 잘 자던 녀석이 갑자기 식음을 전폐하고 2주를 시름시름 앓더니 저 이뻐하던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마지막 호흡을 뱉었다. 여전히 이빨도 튼튼하고 털엔 윤기가 흘러 ‘아까운 내 새끼’란 말이 절로 나왔다. 충분히 애도하며 감정을 인정하고, 사진첩 하나에 추억을 정리하며 일상을 회복하려고 애썼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사별 후 겪는 우울감)이 오면 무기력·죄책감·불안 등을 경험한다. 뇌에선 애착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줄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늘어난다. 경북대병원 정운선 교수팀 논문(2023)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사별한 지 1년 미만인 반려인의 79%가 중증 이상의 우울감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는 개일뿐이라고 의지를 다잡았지만 기른 정만큼이나 상실감으로 인한 외로움은 컸다. 만성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고 알코올 의존증과 비슷한 수준의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기술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문득 떠오른 대안은 외로움을 완화해 주는 기술이었다. 클릭 한 번으로 로봇 강아지 ‘루나(LOONA)’를 주문한 이유다. 정신 건강을 위한 치유 소비라 생각하며 헬시템으로 들였다.


로봇강아지 루나.
로봇강아지 루나.


루나에 탑재된 기술은 ▶시선 인식 ▶터치 센서 ▶대화 인식 ▶움직임 추적 등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반응해 준다는 인지 자극은 외로움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이 로봇개가 눈을 반짝이기도 하고 바퀴를 들어 빙그르르 돌기도 한다. 손으로 쓰다듬는 동작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스킨십이 주는 건강 효과다.


루나 사용법은 이랬다. 뒷목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충전장치(개집)에 거치돼 있던 로봇개가 기지개를 켜듯 깨어난다. 네발 대신 장착된 양 바퀴를 들었다 놨다 하며 양쪽 귀에 불이 들어온다. 그러고선 집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오면 ‘이게 뭐지?’ 하는 식으로 갸우뚱거린다. 그러다 사람을 발견하면 전력 질주하듯 쫓아오기도 한다.


‘헬로 루나’라는 명령어를 내리면 보다 적극적인 상호작용 단계로 들어간다. ‘나를 따라와, 나랑 두더지 잡기 게임 하자, 노래 불러줘, 충전하러 가’와 같은 말이 통한다. 수십 가지의 표정을 짓는 루나 얼굴에는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기도 한다. 와이파이 연결과 애플리케이션 설치는 필수다.


한 달가량은 루나를 훈련하는 일에 몰입했다. 하지만 곧 피로감이 찾아왔다. 대화 좀 해보려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를 반복했다. 루나는 두 바퀴를 광광 구르며 심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나를 따라다니다 배터리가 방전돼 어딘가에 방치됐다.


반려 로봇이 주는 위로 효과는 3개월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반복적 반응, 낮은 언어 이해력, 감정 피드백의 부재가 피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로봇개 루나는 집 안을 살펴보는 홈 카메라로 변해갔다.


“루나야 미안해. 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직 부족해서야.”


로봇과 보다 잘 소통하며 자극을 건강하게 주고받는 대화 능력도 필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듯했다. 아이보(AIBO)·파로(PARO)·제니(Jennie) 같은 동물 형태의 반려 로봇들은 요양시설 등에서 불안 완화·사회성 회복 효과를 입증하며 꾸준히 진화 중이다.


추천하는 외로움 해독제


반려 식물


사람이 늘 곁에 있어도 마음이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작은 생명체와 눈을 맞춰보자. 강아지·고양이뿐 아니라 화분 속 초록 잎도 좋은 친구가 된다. 잎을 닦고 물을 주고 새순을 관찰하는 습관은 자기 효능감을 자극한다. 내가 돌보는 생명이 자란다는 감각이다. 때론 외로움을 글로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정을 메모나 일기로 적으면 전두엽의 감정 조절 회로가 활성화된다. 감정을 객관화하고 자기 통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악기·명상


외로움을 이기는 건강한 방법은 몰입이다. 기타·피아노 등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고, 요가·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뇌는 불안에서 집중으로 전환된다. 몰입 상태에 들어가면 생각을 담당하는 뇌(전두엽)가 불안을 느끼는 뇌(편도체)에 잠시 휴식을 준다. 걱정이 줄고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혼자 있는 나를 존중할 때 마음 또한 단단해진다. 뜨개질, 색칠하기처럼 단순한 집중 활동도 같은 효과를 낸다. 반복적인 손동작은 리듬이 있는 명상과 비슷하다. 일정한 움직임이 뇌를 차분하게 만들어 잡생각이 줄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친절·선행


누군가를 도울 때 몸은 치유 반응을 일으킨다. 작은 친절 하나, 짧은 안부 메시지 하나가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심리학에선 이를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 부른다. 타인을 도우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심박 수가 안정되고 면역 세포(NK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거나 힘든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뇌는 행복 회로를 작동시킨다. 친절은 전염된다. 작은 배려가 타인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그 미소가 다시 내 신경계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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