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대 뉴스] ‘역대ㆍ최대’ 수식어 뒤에 숨은 지스타의 위기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던 지스타 2025 (사진=최은상 기자)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던 지스타 2025 (사진=최은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가 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지스타는 역대 최대 부스 규모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형 게임사들의 부재라는 과제를 동시에 마주했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관객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지스타가 가진 본연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매력을 어떻게 다시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서브컬처’ 열풍과 맞물린 행사 간의 지형 변화다. 최근 급성장 중인 ‘AGF’가 뛰어난 접근성과 팬 친화적인 콘텐츠로 무장하며 지스타의 강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시연 중심의 전통적인 지스타와 달리,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굿즈를 즐기는 축제 형태의 행사에 게이머들의 발길이 쏠리면서 지스타만의 독창적인 ‘오프라인 경험’ 설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의 방문이 잦아진 점은 게임산업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입증했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부재했던 개막식의 아쉬움을 달래듯 총리와 여야 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규제 완화와 진흥을 약속했다. 

관람객들은 긴 대기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신작을 체험하며 한국 게임의 미래에 응원을 보냈다 (사진=김영찬 기자)
관람객들은 긴 대기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신작을 체험하며 한국 게임의 미래에 응원을 보냈다 (사진=김영찬 기자)

비록 일부 인사들의 전문성 부족이나 태도 논란이 옥에 티로 남기도 했으나,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의 핵심인 게임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대우하려는 정치권의 변화는 고무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 간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B2B관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중소 개발사들은 비싼 참가 비용 대비 부실한 매칭 지원과 무분별한 영업 방문 등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소 제공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의 정교한 미팅 추천 시스템이나 해외 바이어 유치 확대 등 운영의 묘미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시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관람객 편의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2전시장에 배치된 인디 게임 부스들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기에 다소 열악했다는 평가와 네트워킹 행사의 장소 협소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결국 ‘지스타’라는 브랜드가 더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업계 관계자와 게이머들의 애정 어린 비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2관은 유니티 부스와 블리자드가 배치됐지만 밀도를 채우긴 역부족이었단 지적이다 (사진=최은상 기자)

지스타는 이제 ‘현상 유지’의 단계를 넘어 재정비를 할 시점에 서 있다. 수도권과의 거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부산만의 특화된 관광 연계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연 대기 시간을 줄이면서도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전시 기법 도입이 필요하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 인디 게임사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생의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여전히 2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현장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관람객들은 긴 대기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신작을 체험하며 한국 게임의 미래에 응원을 보냈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식지 않는 애정은 지스타가 어떤 난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자, K-게임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올해의 위기는 지스타가 더 큰 글로벌 게임쇼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다. 이제는 국내 최고라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전 세계 게이머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K-게임의 성지’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 

G-CON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뒷말도 많았다 (사진=홍수민 기자)
G-CON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뒷말도 많았다 (사진=홍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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