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한 바가지 흘리는 건 다한증의 특징이다. 보통은 하루에 600~700mL의 땀이 나오는데 다한증이 심하면 최대 8배인 5L까지 쏟아진다.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렇다. 탈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여름에는 그 고충이 절정에 달한다. 손과 발은 물론 겨드랑이가 젖으며 땀 냄새가 몹시 불쾌하다. 이를 액취증이라고 한다. 겨드랑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된 땀을, 박테리아가 지방산으로 분해하는 동안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악취로 변한다. 사춘기 때 호르몬의 영향으로 나타나고 30대까지의 젊은 환자가 많다. 등하교, 출퇴근길 만원 버스와 지하철 등은 당사자에게 긴장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대인기피증에 빠지겠나.

의외로 다한증의 원인은 피부가 아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멈추지 않는 심장박동처럼 몸속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데, 그중에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반사적으로 땀이 배출된다. 다한증은 이 교감신경이 일상의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나타낸다. 교감신경의 활성도가 정상인보다 굉장히 높다. 따라서 단순하게 땀구멍을 막아서는 해결이 안 된다. 깊숙한 신경을 파악하고 다스려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30년 가까이 다한증을 중점 진료한 우리 병원에서는 두피, 얼굴, 손의 땀은 고주파열응고술, 발은 요추 교감신경파괴술, 겨드랑이는 최신 미라드라이를 주로 활용한다. 이런 과정이 부담일 땐 쉽고 간단한 보톡스 주사로 시작한다.
보톡스는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 국소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한다. 이 기전은 땀샘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약효가 6개월 미만으로 짧은 게 흠이다. 그래도 피부과에서 주는 연고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바르는 약은 손을 씻거나 다시 땀이 나면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반해 고주파열응고술은 1회 수술로 반영구적인 효과다. 얼굴과 손에 땀이 많은 건 교감신경의 과민한 반응 탓인데, 이 수술은 그 일부를 선택적 차단한다. 미세한 전극 바늘을 피부 아래에 놓아 고주파를 쐬며, 약 80도의 열에너지로 신경을 응고시킨다. 다른 신경파괴술에 비해 덜 침습적이라 다치지 않고 안전하다. 수술 시간은 30분, 하루 입원 후 퇴원이다.
요추 교감신경파괴술은 발 다한증을 위한 비수술 치료다. 우리 병원은 신경 조직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며 국소 마취로 비교적 간단히 시행한다. 당일 퇴원하거나 하루만 입원한다. 혹시 재발하더라도 재시술이 가능하다.
겨드랑이 다한증은 단연 미라드라이다. 고주파 열로 땀샘을 없애 그 난감한 냄새까지 잡는다. 1회 시술로 영구적 효과에다 보상성 다한증도 없다. 제모 효과는 덤이다. 이상 기온으로 9월까지 무더위가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치료를 서둘러서 건강한 여름을 나시기 바란다.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 최봉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