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체계로 로봇수술 저변 확대”


왼쪽부터 인하대병원 추성필 산부인과 교수, 김경덕 외과 교수

왼쪽부터 인하대병원 추성필 산부인과 교수, 김경덕 외과 교수


로봇수술은 의료 현장의 풍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기존의 개복수술은 절개 범위가 넓어 환자가 통증과 긴 회복 기간을 감내해야 했다. 복강경이 도입되면서 흉터 부담은 줄었지만, 집도의의 손기술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정교함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미세한 손떨림까지 제어하는 로봇 팔을 활용해 최소 절개로 수술을 진행한다. 환자의 통증과 회복 부담은 줄고, 수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는 한층 높아졌다. 로봇수술이 ‘차세대 수술의 표준’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인하대병원은 로봇수술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안정적인 성과를 쌓으며 로봇수술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두각을 드러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운영 철학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의료진간 긴밀한 협력이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단일공 로봇수술 같은 고난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인천 지역 최초로 수술 기록 1100례를 넘겼다. 인하대병원 외과 김경덕 교수(로봇수술센터장)와 산부인과 추성필 교수를 만나 그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2018년 로봇수술센터를 구축했다.


김경덕 교수(이하 김) “비교적 늦은 출발이었다. 다른 대형병원은 이미 10년 전부터 로봇수술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충분한 검증과 준비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외과·산부인과·비뇨의학과·흉부외과·이비인후과 등 5개 진료과에서 25명의 전문의가 로봇수술에 참여하고 있다.”


-크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뭔가.


추성필 교수(이하 추): “새로운 술기를 익히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로봇수술은 이러한 러닝커브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우리는 이 과정을 단축하는 데 집중했다. 철저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다. 다만 수술 권한은 함부로 부여하지 않았다. 모든 의료진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첫 수술은 외부 전문가가 참관하는 방식으로 안전망을 뒀다. 간호사까지 함께 교육받도록 체계를 만든 것도 차별점이다.”


-교육·협진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추: “센터 안에는 실제 수술실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센터가 마련돼 있다. 의료진은 콘솔을 활용한 반복 훈련은 물론, 원격 영상 지원 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원의 수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며 배운다. 다학제 협진도 활발해 외과·산부인과·비뇨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논의하고 수술하는 체계가 자리잡았다.”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김: “지금까지 이뤄진 로봇수술은 4000례 이상이다. 단일공 로봇수술만 보면 인천 지역 최초로 1100례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이룬 눈에 띄는 성과다. 현재 로봇수술센터는 다빈치 Xi(다공 로봇수술기)와 SP(단일공 로봇수술기) 두 가지 시스템을 모두 갖췄다. 환자 특성에 맞게 다양한 수술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의 모습.

인하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의 모습.


-특히 단일공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추: “단일공은 2.5cm 정도의 작은 구멍 하나로 로봇 팔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좁고 복잡한 부위에도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로봇 팔뿐만 아니라 카메라에도 관절이 있어 다양한 각도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나.


김: “로봇수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된다. 단일질환으론 갑상샘암 수술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간담췌,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고난도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복강경으로는 한계가 있는 수술도 로봇이 대안이 되고 있다. 최근 치료한 담관낭종 환자의 경우도 원래라면 개복이 불가피했지만, 로봇을 활용해 최소 절개로 안전하게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실제 환자의 만족도는 어떤가. 


추: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환자가 체감하는 가장 큰 장점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에선 무흉터(V-NOTES) 수술을 도입해 환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제왕절개 후 합병증으로 자궁 절제가 불가피했던 환자에게 무흉터 로봇수술을 시행한 적이 있다. 수술 후 환자는 “수술받은 사실조차 잊을 만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럴 때 의료진도 큰 보람을 느낀다.”


-의료진 입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나.


김: “과거에는 몇 시간 동안 허리를 굽히고 목을 숙인 채 수술해야 했다. 로봇 콘솔은 앉은 자세에서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어 신체적 부담이 줄고 집중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추: “수술 시간이 길어도 자세가 편하니 체력 소모가 훨씬 적다. 로봇수술은 새로운 술기를 익히는 데 필요한 러닝커브도 비교적 짧아 젊은 의료진이 빠르게 적응한다. 로봇수술이 머지않아 표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


김: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라 경제적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환자들 사이에선 10%라도 결과가 더 좋다면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외과 담낭 수술의 경우 로봇을 선택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추: “로봇수술은 고가의 ‘선택 진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짧은 입원 기간과 합병증 감소, 빠른 회복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로봇수술이 특정 환자만의 선택이 아니라 보편적 치료로 자리잡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김·추: “인하대병원 로봇수술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 중심의 로봇수술’을 구현하는 데 있다. 단순히 기계를 앞세우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삼는 게 핵심이다.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인천에서 최첨단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센터가 지향하는 바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