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맞춤형 난임 치료, 고대했던 아이 만난다 


인공·체외 수정 1년간 20만건 진행

나이·원인 따라 추천 시술법 달라져

시술 때 심리적 안정감 유지해야  


요즘 난임 부부의 희망은 보조생식술이다. 정자와 난자 또는 배아를 신체 밖에서 다뤄 임신을 유도하는 의료 행위를 뜻한다.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이 대표적이다. 2022년 기준 한 해 동안 약 20만 건의 보조생식술이 이뤄졌다. 인공수정 3만3137건, 체외수정 16만6870건이다. 인공수정은 배란기에 맞춰 정액을 자궁 내에 넣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수정은 일반적인 환경에서와 마찬가지로 나팔관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최소한 한쪽 나팔관이라도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적용할 수 있다. 인공수정은 주로 ▶배란기에 성관계를 시도해도 임신에 실패한 경우 ▶정자 이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원인 불명의 난임 등에서 1차 치료 방법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인공수정은 배란 유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연배란주기 인공수정과 배란 유도제를 활용한 과배란 인공수정으로 구분한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잠실 산부인과 박지은 교수는 “자연배란주기 방법은 하나의 난자가 배란되는 시기에 시술이 이뤄져 임신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반면에 배란 유도제를 사용하면 배란되는 난자의 수를 늘려 임신 확률을 높일 순 있지만, 약물 부작용이나 다태아 임신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율은 나이·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회당 평균 10~15%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시술 전에 주치의와 상담하고, 정액 채취는 2~3일 정도 금욕하는 게 도움 된다”며 “시술은 마취가 필요 없고 시간도 짧게 걸려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무리한 운동이나 탕 목욕, 사우나 등 체온을 올리는 활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시술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는 않으나 보통 인공수정을 3~6회 시도했는데도 임신에 실패한다면 체외수정을 고려할 수 있다. 41세의 나이로 난임 병원을 찾은 한 여성은 2년 동안 9차례 체외수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난소 기능이 좋지 않아 배아를 얻기 무척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단 하나의 배아를 동결했고 이를 이식한 결과 임신에 성공해 건강하게 출산을 마쳤다. 박 교수는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는 배아는 생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체외수정 임신율 30%, 인공수정보다 높아  


체외수정은 여성의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고, 남성의 정액을 채취해 배양접시에서 수정시킨 다음 배아를 3일 또는 5일 동안 배양한 뒤 자궁내막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주로 ▶인공수정에 반복해서 실패한 경우 ▶양측 나팔관이 막혔을 경우 ▶나팔관 절제술을 받아 양측 나팔관이 없는 경우 ▶난소 기능이 저하한 경우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등에 고려할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이경욱 교수는 “체외수정은 난자를 채취한 후 실험실에서 정자와 수정시켜 생성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반면, 인공수정은 정자를 자궁 내에 직접 넣어 자연적인 수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체외수정은 나이,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회당 임신율이 평균 30~40% 정도로 인공수정보다 높은 편이다. 대부분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난자를 한꺼번에 얻고자 과배란 유도 과정을 거친다. 보통 생리 2~3일째부터 약 7~10일간 배란 유도제를 주사한 뒤 여러 개의 난자를 성숙시키는 방법이다. 이땐 호르몬의 변화로 여성은 가슴 팽만감과 메스꺼움, 구토를 겪기 쉽다. 증상이 심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이 시기엔 격렬한 운동이나 장거리 이동은 피하는 게 좋다.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는 동안에는 2~4일에 한 번씩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통해 난포의 성장 속도를 관찰하고, 약의 반응도를 점검하면서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박지은 교수는 “과배란 유도제의 반복 사용으로 난소 기능이 저하하거나 폐경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매달 자연히 소멸하는 난포를 키워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이므로 난소 기능이나 폐경 시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통해 경제적 부담도 줄어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늘면서 정부에서도 이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난임 시술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체외수정(신선 배아, 동결 배아) 20회, 인공수정은 5회로 출산당 최대 25회까지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경욱 교수는 “시술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에 치료를 결정하지 못하는 난임 부부도 적지 않다”며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적의 난임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교수도 “난임 치료는 그 여정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부가 함께 건강한 식단과 운동, 긍정적인 마음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