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4일(수) 부천웹툰융합센터에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25 부천국제만화마켓(2025 BICOM)’과 콘퍼런스가 열렸다.
9월 24일(수)부터 26일(금)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마켓과 콘퍼런스는 글로벌 만화·웹툰 산업의 다양한 업체와 리더를 만나는 산업교류의 장으로, 만화·웹툰 산업의 글로벌 확장, 정보 교류 및 네트워킹을 목표로 기획된 행사이다.
이번 행사는 크게 비즈니스 상담회, 콘퍼런스, 부천만화대상 시상식으로 진행되었다.
웹툰융합센터 1층에서는 24일(수)~25일(목) 이틀간 B2B 비즈니스상담회가 진행되었다. 국내 콘텐츠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1:1 사전 매칭 방식으로 운영되며,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 11개국의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일본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데, 최근 일본만화업계가 가지는 한국 웹툰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 한국 웹툰 IP를 확보하거나, 자국에 한국 웹툰을 알리고 싶은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다른 비즈니스 상담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 때문인 듯하다. 그만큼 한국의 콘텐츠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글로벌 마켓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융합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웹툰 콘퍼런스는 1일차(24일)에는 ‘웹툰 트렌드 콘퍼런스’가, 2일차에는 ‘AI가 그려낸 상상, AI만화와 웹툰을 만나다’라는 주제의 AI 콘퍼런스가 열렸다. 여기에는 첫날 열린 ‘웹툰의 세계화(Webtoons Go Global)’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지상중계해 본다.

콘퍼런스는 부천만화영상진흥원 만화진흥팀 최미영 팀장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최 팀장은 이번 콘퍼런스의 의미를 정라하면서, 특히 생소한 중동과 남미의 만화웹툰 시장의 소식을 듣게 되는 기회로 준비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어 행사의 소개와 환영사를 남긴 부천만화영상진흥원의 백종훈 원장은 최근 한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케이팝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를 예로 들면서, 이제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문화콘텐츠가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그를 위한 주도면밀한 전략이 필요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글로벌 논의의 장을 통해 K-웹툰 종주국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콘퍼런스는 영화평론가인 라이너의 기조발제로 시작되었다.
라이너 평론가는 “9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 만화를 부러워했던 우리(한국)가 이제는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영역을 넓히며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달라진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최근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보며 일본의 축적된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와는 다르게 실패로 기억되는 한국의 시도를 떠올렸다. 몇몇 사람들도 기억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기억과 함께 당시의 충격과 슬픔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라이너 평론가가 주목한 것은 만화의 영상화, 실사화였다. 일본은 예전부터 만화의 실사화에 적극적이었고, 한국도 지난 몇 년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작품을 영화와 드라마로 실사화 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라이너 평론가는 한국과 일본은 그 길이 갈렸다고 평가를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 등 몇몇 일본 만화 원작의 영화를 예로 들면서, 라이너는 팬으로서 실사화된 영화를 보는 게 고통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일본에서의 (만화의 실사화) 방향이 (튼튼한 시장이 있기에) 오타쿠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웹툰의 힘에 한국 영화의 흥행공식이 결합하면서 성공을 이뤘다는 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이끼>는 작품성으로 성공했다.

그리고 ‘쌍천만’의 신화인 <신과 함께>를 이야기하면서, 이는 원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지만 이 성공이 또한 숙제를 남겨주었다고 지적하였다. 즉, 원작을 존중하지 않고, 영화의 문법에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웹소설>웹툰>영화/드라마로 이어지는 미디어의 전환과 융합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지만,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거나 하려고 하지 않는 지점이기는 하다.
이런 문제의 지적과 함께 라이너는 한국에서의 웹툰이 원천소스이자 중간자이자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정리했다. 원천 소스로서의 역할은 그간의 성과로 증명이 되었고, 거기에 원작 웹소설이 영화, 드라마 또는 애니메이션으로 가기 위한 중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라이너 평론가는 이제 웹툰에서 제2의 강풀 작가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평가했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소스의 역할을 웹소설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기조발제를 마무리하였다.

기조 발제에 이어 주제발제를 맡은 장정숙 레드아이스 스튜디오 대표는 <전지적 작가 시점> 의 사례를 중심으로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을 소개했다.
장 대표는 <케데헌>을 언급하며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힘이 웹툰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웹툰은 제3의 한류 가능성을 보여주며 콘텐츠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의 발표는 자사 IP의 글로벌 성공 사례들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으며, 이후 준비 중인 <도굴왕> 등의 소개로 이어졌다.
특히 <도굴왕>은 100퍼센트 한국 제작사의 제작이며, 글로벌 제작위원회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굴왕>의 성패는 이후 한국만의 IP 생산과 제작, 유통이라는 전체적인 생태계 구축과 방향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덧붙여주었다.
이런 생태계의 필요성은 질의응답시간에 나온 장대표의 대답 중에서도 알 수 있었다. 장대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1기와 2기 애니메이션이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한국의 IP와 일본 제작팀의 참여로 만들어졌지만, 아무래도 자국 중심의 시스템과 선호가 강한 일본 시장에서의 진입장벽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망가 아라비아’ 부대표 파리스 알루슈드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사우디가 중동 만화 콘텐츠 산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으며, OTT 수요 증가와 함께 웹툰 기반 IP 영상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망가 아라비아’가 4년째 발간되고 있으며, 이는 정보의 공유와 확산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주변 국가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파리스 부대표의 분석이었다. 파리스 부대표가 준비한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콘텐츠 시장 공식 통계에 따르면 그 지역은 35세 미만이 인구의 71%이며, 2024년 기준 문화행사의 참여 경험은 81.6%, 엔터테인먼트 행사 참여는 85.3%, 앱 다운로드는 1,3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무척 젊고, 역동적이며 발전가능성이 무척 큰 시장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만, 파리스 부대표는 불법복제와 문화적인 존중 등 글로벌 진출과 협력에서 진지하고, 꼭 필요한 논의와 준비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브라질 인피니툰 대표 안나 파울라 리베이로는 남미 시장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는 “브라질은 빠른 인터넷 성장과 젊은 층의 부상으로 활기찬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로컬 창의성과 글로벌 포맷이 공존하는 남미 시장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브라질과 남미의 젊은 층이 정말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직접 조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정보가 전달되더라도 항상 더 달라고 요구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내년에는 브라질에 웹툰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싶다는 안나 대표는 좀 더 조사하고, 더 많은 콘텐츠와 뉴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발제와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발제가 끝난 후 종합 토론에서는 국가별 소비자 특성, OTT 시장 확대가 웹툰 업계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협업의 평가와 전망 등 다양한 논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되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한류와 웹툰에 대한 관심은 이제 그 지역을 넘어 직접 한국을 찾아오는 시기가 되었음을 이번 행사는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 준비의 정도와 실질적인 성과를 위한 매니지먼트를 위해 어떤 인력과 준비가 필요한지는 아직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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