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리자드의 상징작 ‘디아블로4’와 ‘스타크래프트’가 만났다. 상징적인 세계관을 잇는 특별 협업이 성역에 펼쳐졌다.
블리자드는 30일 디아블로4와 스타크래프트 컬래버레이션을 기념해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블리자드 소속 비비안 코스티 디아블로4 리드 아티스트, 폴 리 디아블로4 시니어 게임 프로듀서가 자리해 컬래버레이션 진행 배경, 스킨 선정 등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스타크래프트의 상징적인 캐릭터와 유닛을 디아블로4 직업과 매칭해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저그, 프로토스, 테란의 요소가 각각 혼령사, 원소술사, 야만용사 같은 직업과 어울려 재해석됐고, 저글링 탈것과 히드라리스크 펫 등도 등장했다.
개발진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익숙한 시각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디아블로의 다크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내는 과정이 핵심 과제로 삼았다. 단순한 외형 변경을 넘어 각 캐릭터의 정체성과 플레이 스타일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Q. 디아블로4와 스타크래프트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비비안 코스티 리드 아티스트: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같은 블리자드 대표작을 즐기며 자라왔다. 이번 협업은 그런 열정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와 함께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IP라 크로스오버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장르가 다른 만큼 두 세계관을 어떻게 엮을지 고민도 많았다. 내부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저그는 디아블로의 악마들과 닮아 있고, 테란은 기사 같은 인간 세력과 유사하며, 프로토스는 마법을 다루는 캐스터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런 공통점을 기반으로 두 작품을 연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그 결과 이번 시즌 스타크래프트와의 특별한 협업을 선보이게 됐다.
Q. 프로토스의 대표 영웅 아르타니스가 아닌 태사다르가 선택된 배경이 궁금하다. 상징적인 캐릭터와 유닛이 많은데, 이번 콜라보 스킨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가?
비비안 코스티: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상징적인 캐릭터들도 고려했지만,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를 모두 즐긴 플레이어들이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대표성을 지닌 캐릭터와 동시에 디아블로 특유의 판타지와 성장, 플레이 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선택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 스킨을 적용해 디아블로를 플레이할 때, 마치 실제 스타크래프트 캐릭터가 디아블로 세계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폴 리 시니어 게임 프로듀서: 스킨 하나하나에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점에 우선 감사드린다. 이번에 발표한 모든 스킨은 각자의 판타지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연구와 고민을 거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와 클래스에 맞춰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테사다르는 스타크래프트의 대표적인 고위 기사이자 스펠 캐스터라서, 디아블로4의 원소술사와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사이오닉 힘을 다루는 태사다르의 능력은 원소술사의 번개 마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아르타니스가 스타크래프트의 상징적인 캐릭터인 것은 맞지만, 이번 스킨은 디아블로 직업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디자인했다. 아르타니스는 캐스터라기보다는 전사의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에, 원소술사와는 테사다르가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추가로, 프로토스의 또 다른 캐릭터 제라툴은 도적으로 표현했다. 다크 템플러의 은신과 그림자 같은 특성이 도적의 콘셉트와 잘 맞아 떨어져, 팬들이 만족할 만한 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케리건이 혼령사로 선정된 배경이 궁금하다. 케리건의 어떤 특성이 혼령사와 맞닿아 있다고 보았는지, 또 다른 직업과 캐릭터 매칭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는가?
비비안 코스티: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까지 잘 드러나기를 바랐다. 케리건은 근접과 원거리 사이오닉 공격을 모두 할 수 있는데, 혼령사 역시 근접과 원거리 캐스터 성격을 동시에 가진 직업이라 유사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특히 혼령사는 번개 빌드를 탈 경우 사이오닉 공격과 흡사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이런 부분을 많이 참고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외형이었다. 디아블로 직업군 가운데 케리건과 가장 비슷한 비주얼을 가진 직업이 혼령사였다.
실제로 적용된 스킨을 보면 마치 케리건이 디아블로 세계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이번 캐리건 협업은 시각적으로나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케리건에는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케리건은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블리자드 전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사람은 물론이고, 해보지 않은 팬들조차도 케리건을 알 정도다.
이처럼 압도적인 상징성을 가진 캐릭터를 디자인할 기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 특별한 열정을 쏟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Q. 케리건이 칼날 여왕 혼령사로 구현된 모습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발진이 꼽는 가장 인상적인 꾸미기 세트가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 달라.
비비안 코스티: 이런 질문은 항상 어렵다. 팀 전체가 열심히 작업해 만든 결과물이라서 특정 하나를 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하나를 고르라면 이번에 선보인 탈 것 ‘저글링’을 선택하고 싶다.
구상 단계부터 실물로 구현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했다. 기존의 탈 것은 기본 동물에 갑옷을 얹는 방식이었지만, 저글링은 그 자체의 기본 형태를 바탕으로 진화한 모습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단순히 갑옷을 입히는 수준을 넘어,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탈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저글링이다 보니 캐리건의 모습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저글링 마운트를 가까이서 보면 근육 구조나 외형적인 부분이 캐리건과 닮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함께 작업한 개발자들이 엄청난 열정을 쏟았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글링은 작은 날개가 달려 있는데, 이런 날개가 살짝 움직이는 디테일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폴 리: 아티스트가 아니라서 기술적인 부분까지 깊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히드라리스크(스털링) 펫이다. 일반 스킨보다는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디아블로4 성역에서 히드라 펫을 데리고 다니는 판타지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히드라 펫은 저그 유닛답게 움직임이 빠른 편이다. 실제 스타크래프트에서 히드라리스크가 속도를 중시하는 유닛인 것처럼, 이번 디자인에서도 그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히드라리스크 펫을 가장 좋아하는 꾸미기 요소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컬래버는 방어구뿐 아니라 차원검, 수정탑 같은 무기와 보조 장비 디테일까지 구현됐다. 외형 제작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비비안 코스티: 사실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다. 특히 이번에는 무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디자인 과정에서 무기는 종종 소외되기 쉬운데, 무기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작업했다.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무기가 디아블로4의 무기군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드루이드의 토템은 테란의 무기처럼 갑옷과 일체감을 주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프로토스의 파일런은 원소술사의 보조무기와 잘 맞아, 에너지 원천에서 힘을 얻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야만용사 꾸미기 세트에는 짐 레이너의 무기를 변형해 적용했다.
총 대신 큰 칼날을 강조하면서도, 건블레이드 같은 테란 무기의 이미지를 살리려 했다. 이처럼 무기는 단순 장식이 아니라 세계관과 직업 정체성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해, 이번 협업에서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Q. 드루이드의 경우 스킨 착용 후 곰인간이나 늑대인간로 변신했을 때 기존 변신과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비비안 코스티: 아쉽지만 드루이드가 변신했을 때의 모습은 기존과 같다. 우리도 이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싶었지만, 디아블로4의 정체성을 크게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협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변신 외형은 기존과 다르지 않다.

Q. 다크 판타지 게임인 디아블로4에 SF 요소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대해 어떠한 접근 방식을 취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비비안 코스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외계적인 존재들을 성역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프로토스나 저그의 자가라 같은 캐릭터를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디자인을 접근할 때 해당 유닛의 가장 상징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했다.
예를 들어 자가라는 다리가 많은 외계 생명체지만, 혼령술사의 외형에 그런 특징을 녹여내 자가라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프로토스의 경우에는 긴 머리나 독특한 두상 같은 시각적 요소가 핵심인데, 이는 디아블로4의 방어구 디자인을 통해 표현했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의 이미지를 가져오되, 디아블로 특유의 미학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조정했다.
폴 리: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나 아트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시한 것은 디아블로4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었다. 이번 스타크래프트 협업도 그렇고, 이전에 진행했던 베르세르크 협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IP의 개성과 느낌을 가져오면서도 디아블로4만의 다크 판타지 정체성을 해치지 않도록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
Q. 컬래버레이션 스킨은 외형적인 변화에 집중돼 있는데, 스킬 이펙트까지 바뀌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콜래버나 다른 스킨에서 이펙트 변경을 적용할 계획이 있는가?
비비안 코스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스킬 이펙트 변경 아이디어는 내부적으로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펙트가 단순한 비주얼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기술의 형태가 달라지면 플레이어가 기술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신규 플레이어뿐 아니라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도 불필요한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스킬 이펙트 변경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Q. 개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면?
비비안 코스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양한 개발진들과 토론하고 논의했던 과정이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에도 참여했고, 그 캐릭터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도 등장했으며, 이번에는 디아블로4에서 다시 디자인하게 됐다. 마치 한 캐릭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농담도 오갔다.
이런 과정을 함께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좋은 경험이 됐다. 무엇보다 그런 개발자들과 다시 협업하는 순간마다 영웅을 만나는 듯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폴 리: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즐기며 자라왔기 때문에 이번 협업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기뻤다. 스타크래프트 캐릭터들을 성역으로 불러오는 과정 자체도 의미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캐릭터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론칭 이후 한국 커뮤니티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 플레이어들이 스킨을 즐기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협업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Q.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민속놀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협업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비비안 코스티: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를 정말 좋아한다. 두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이 이번 협업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 고맙고 뿌듯하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4를 즐기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특히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팬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디아블로4를, 디아블로4 팬들이 스타크래프트를 경험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폴 리: 디아블로4가 10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팬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스타크래프트 협업이 그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나 역시 스타크래프트가 ‘민속놀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한국에서 자라며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즐기고, 프로리그를 보면서 자란 세대로서 이번 협업이 팬들의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침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는 긴 연휴로 많은 가족들이 함께할 텐데, 민속놀이와 함께 디아블로4 시즌10에서 스타크래프트 협업을 즐기며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