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국부펀드가 미국의 간판 게임 제작-유통사 일렉트로닉 아츠(EA)를 인수했다. EA는 인수된 후 상장폐지 수순을 거쳐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29일(현지 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는 사모 펀드 실버레이크, 어피니티 파트너스와 함께 EA를 550억 달러(약 77조2600억원)에 현금 인수했다.
기존 EA 주주들은 주당 210달러를 현금으로 받게 된다. 회사 경영은 앤드류 윌슨 EA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맡을 전망이다.
EA는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심즈’, ‘피파’(FIFA, 현 FC), ‘매든 NFL’ 등 북미 시장을 대표하는 20년 넘은 게임 IP(지적재산권)를 배급해온 미국 최대 배급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굴지 게임사를 인수한 배경도 주목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관광산업과 이를 뒷받침할 항공과 문화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 PIF는 2021년 영국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을 인수했다. 2034년 피파 월드컵 개최권도 확보했다. 스포츠와 함께 게임 산업을 육성 중이다.
블룸버그는 “빈 살만 왕세자는 비디오 게임 팬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좋아한다”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알도라에 따르면 PIF는 게임 산업에 지금까지 총 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PIF는 2022년 4조원을 투자해 닌텐도 지분 5%를 매입해 현재도 보유 중이다.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앤틱 게임 부분도 인수했다. 한국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지분도 갖고 있다.

네오위즈에 지분투자를 단행해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서비스하며 한국 시장과도 연을 맺었다. 네오위즈와 지분 관계를 정리한 후 2013년부터 넥슨과 ‘피파온라인’(현 FC온라인) 시리즈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PIF가 소유한 새비게임스 그룹(Savvy Games Group)은 e스포츠에 꾸준히 투자했다. 유럽 최대 e스포츠 행사 주관사인 ESL을 인수했다. 202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연맹과 협력해 ‘e스포츠월드컵’을 출범시켰다. 2027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인정한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서남쪽으로 40여㎞ 떨어진 사막지대 키디야에 e스포츠 및 게임 특구를 만들고 있다.
한편 EA는 지난해에만 전체 인력의 5%에 달하는 67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익성이 낮은 게임 스튜디오를 다수 폐쇄하면서 100명 이상을 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