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콤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 파이널판타지14의 보스 ‘오메가’가 합류했다. 두 작품을 잇는 컬래버레이션으로 발표 직후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메가 합류 소식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이전에도 ‘레셴’이나 ‘베히모스’처럼 외형이 마수에 가까운 몬스터와 협업한 사례가 있었지만, 오메가는 기계적인 디자인이 강조된 보스다. 몬헌 특유의 생물형 사냥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기자는 파판14와 몬스터 헌터 시리즈 모두 오래 즐겨온 유저다. 파판14는 초창기부터 최근 확장팩까지 플레이했고, 몬스터 헌터 시리즈 역시 꾸준히 경험해왔다. 두 작품에서 쌓은 시간이 많다 보니 이번 컬래버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가 가장 궁금했다.
리뷰는 두 가지 시점으로 나눴다. 파판14 유저 입장에서 본 오메가의 재현과, 몬헌 유저 입장에서 체감한 전투 경험이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컬래버레이션의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 FF14 오메가, 와일즈에서 다시 만난 기믹들

기자는 파이널판타지14를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유저다. 한국 서버 오픈 시점부터 ‘홍련의 해방자’ 확장팩까지는 국내에서 즐겼고, 이후에는 글로벌 서버로 옮겨 ‘황금의 유산’까지 꾸준히 플레이했다.
오메가는 레이드 ‘차원의 틈 오메가: 알파편’에 등장한 보스다. 신나는 BGM과 높은 완성도로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기자 역시 서브 클래스 파밍 공대를 운영할 정도로 많이 클리어한 레이드다.
그런 만큼 오메가가 몬헌에 어떤 식으로 재현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실제로 몬헌 와일즈 속 오메가는 파판 유저 입장에서 보아도 잘 만들어졌다. 겨자 폭탄, 레벨 체크, 화염방사, 좌우현 사격: 0식 파동포, 블래스터 등 오메가의 시그니처 기믹을 몬헌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보였다.
특히 전지전능, 일명 ‘판토크라토르’라고 불리는 운동회 기믹까지 구현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파판14의 전지전능은 말 그대로 ‘기믹 종합 선물 세트’다. 기믹이 시작되면 공대원 전원이 장판 회피 및 유도, 위치 조정 등 수많은 패턴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 와중에 딜러는 딜을 넣어야 하고, 힐러는 힐로 광역 대미지를 커버하며 공대원의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몬헌은 탱커나 정해진 타임라인 기믹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를 일종의 폭주 패턴으로 변형해 구현한 점이 흥미로웠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믹들도 많았다. 많은 유저들을 뇌정지오게 만들었던 좌우현 사격: 0식 파동포, DPS 체크 구간인 레벨 체크, 나이트의 감싸기를 받은 유격대가 혼자 처리해야 했던 블래스터 같은 패턴들이 대표적이다.
BGM 선정 역시 훌륭했다. 레벨 체크 전에는 치킨텐더로 유명한 오메가 테마곡 ‘eScape’를, 이후에는 4층 BGM ‘From the Heavens’를 배치했다. 오메가 레이드의 상징적인 음악을 그대로 활용해 원작 팬들이 익숙한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오메가는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존재다. 3층을 클리어하면 4층에서는 인간 남녀 형태와 알테마 웨폰을 닮은 최종 형태로 변신해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하지만 와일즈에서는 마지막 페이즈에서 풍뎅이 형태로 단순히 패턴을 난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더 큰 ‘0식 오메가 플라네테스’

앞서 파판14 유저로서 ‘오메가 플라네테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몬헌 유저로서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엄밀히 말해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게 다가오는 전투였다.
가장 큰 이유는 패턴의 악랄함이다. 파판14에서의 시그니처 기믹을 와일즈에 맞게 옮기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헌터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공격이 많았다.
대표적인 공격이 돌진이다. 몬헌에서 돌진은 흔히 쓰이는 공격이지만, 보통은 시전 모션이 명확하다. 헌터는 모션을 보고 피하거나 반격을 준비하는 게 기본인데, 오메가의 돌진은 그런 구분이 쉽지 않다.
기본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움직임에서 갑자기 돌진이 이어지다 보니 대응이 어렵다. 특히 다리와 몸통을 수시로 움직여서 준비 동작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피격당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불합리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난이도는 레벨 체크 이후 더 올라간다. 초반에는 두 번만 쓰던 화염방사나 돌진을 세 번씩 반복하는 식으로 패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횟수만 늘어났을 뿐인데도 체력 관리와 회피 타이밍이 훨씬 까다롭다.
진 다하드를 흡수한 뒤 사용하는 냉기 공격도 만만치 않다. 빙결 효과가 추가돼 행동 제약이 커지고, 다른 패턴과 겹칠 경우 대응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여기서부터는 숙련된 파티라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4페이즈에서는 전투가 사실상 고난의 시험으로 변한다. 전지전능 상태에서 여러 패턴이 동시에 쏟아지면 회피 성능이 좋은 무기를 들어도 버티기 어렵다. 몬헌식 액션의 묘미가 사라지고 억지 난이도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돌진으로 구석에 몰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 상태에서 겨자 폭탄이나 파동포 등 같은 강력한 공격이 겹치면 사실상 회피가 불가능하다. 패턴 난이도 자체보다 상황이 겹쳐 만들어지는 불리함 때문에 전투가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보상 체계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몬헌 월드의 베히모스는 일반 개체만 잡아도 방어구를 만들 수 있었고, 고난도 퀘스트인 극 베히모스는 선택 사항이었다. 난이도와 보상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 와일즈의 오메가는 ‘0식 오메가’를 반드시 잡아야만 컬래버 무기와 방어구 제작이 가능하다. 난이도와 보상에 완급 조절이 없어, 진입 장벽만 높아진 셈이다. 접근성을 고려했다면 더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