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부모의 건강을 세심히 챙기려는 자녀가 많다. 과거에는 혈압·혈당 수치만 확인해도 ‘안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연령대에서 심뇌혈관계 질환은 사망 원인 2위이며, 치매는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치매·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뇌 질환이나 심근경색·뇌졸중 등의 심뇌혈관계 질환은 발병 이후 치료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로 인해 중장년층,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의 목적은 단순히 수치 확인에 머물지 않고, 예방과 조기 진단, 검진 이후의 맞춤 치료 전략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한 바이오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인공지능(AI) 기반 뇌 질환 조기 예측 기술, 혈액으로 퇴행성 뇌 질환 위험도를 진단하는 플랫폼, 혁신 신약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검진에서 놓치기 쉬운 영역을 보완하고, 개인별 맞춤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부모님 건강검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보이노시스, 목소리로 뇌 건강 체크
보이노시스는 보이스체크(일상 관리)–하하(재활)–브레인가드닥터(의료진 진단 보조)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뇌건강 관리 생태계를 구축하며, 목소리만으로도 뇌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대표 서비스 ‘보이스 체크’ 앱은 40~60대 사용자가 매일 음성을 녹음하면 뇌 건강 지수를 분석해 보여준다. 간단한 기록만으로도 뇌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병원 검진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는 ‘생활 속 건강검진 서비스’다. ‘하하’는 소리를 이용해 뇌를 자극하고, 청각 재활과 인지 기능 개선을 돕는 맞춤형 디지털 치료기기다.
또 다른 서비스 ‘브레인가드닥터(BrainGuard Doctor)’는 의료기관 대상 서비스, 환자의 음성을 기반으로 인지 저하 및 치매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의료진이 보다 정밀한 진단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AI 솔루션이다. 보이노시스는 세계 최고 음성 AI 치매 조기 진단 평가 대회인 ‘IEEE/ICASSP’에서 ADReSS-M Challenge 1위를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전문 기술은 부모의 목소리만으로 뇌 건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제론메드, 혈액 속 작은 신호까지 잡아내는 기술
제론메드는 심혈관계와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초정밀 생체물질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기반으로 나노몰(nmol) 수준의 생체물질까지 포착해 생체물질의 미세한 변화까지 선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전 단계에서 감지할 수 있어 조기 개입과 예방 관리에 강점을 가진다.
제론메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학연 협력 R&D 과제에 선정돼 고려대 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산학 연계 연구는 단순한 실험실 단계를 넘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며, 향후 퇴행성 뇌 질환 분야 조기 진단 기술 상용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 검진 이후 치료 대안 제시
검진에서 위험 신호가 확인되면 치료 대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는 염증·면역 질환 및 노인성 질환을 겨냥한 혁신 신약을 개발하며, 고령 사회에서 늘어나는 치매·신경 질환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의 NLRP3 인플라마좀 억제제(NIM5 시리즈)는 염증성·신경퇴행성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차단해 치매, 파킨슨병 등 뇌신경 질환과 대사성 질환의 예방·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자가면역·항암·재생의학까지 아우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고령화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치료 대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이노시스, 제론메드, 에스앤케이테라퓨틱스의 기술은 각각 검진 전·중·후의 공백을 메운다. 목소리로 일상에서 뇌 건강을 살피고, 정밀 대사체 분석으로 초기 변화를 잡아내며, 위험 신호가 확인되면 염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신약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건강검진은 더는 하루 병원 방문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예방부터 발견, 치료 대안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이고 입체적인 건강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추석, 부모님께 드릴 최고의 선물은 새로운 옷이나 음식이 아니라 미래형 건강검진의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관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