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증상이 없어지면 약을 쉬어도 되나요?”
염증성 장질환(IBD) 진료실에서 흔한 질문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없을 때도 치료를 이어가야 병이 악화되지 않는다. 최근엔 증상을 줄이는것을 넘어 내시경과 현미경에서도 염증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질병 소실’이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ㆍ소아청소년과 교수진에게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주요 목표와 환자ㆍ보호자가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들었다.

-환자 발생 추이는 어떤가.
유준환 교수(소화기내과):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모두 꾸준히 늘고 있다. 혈변이나 체중 감소로 지역 병원에서 의뢰되거나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소아 때 진단받은 환자가 성인이 되면서 소화기내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원중 교수(소화기내과): 2023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궤양성 대장염 5만9000명, 크론병 3만3000명이다.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환자 수가 늘면서 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함께 커졌다.
-주요 환자 연령층은.
김원중 교수: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50~60대에서, 크론병은 20~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해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정수진 교수(소아청소년과): 소아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진단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중증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는 성장과 발달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치료 접근성은 어떤가.
김승준 교수(소화기내과): 우리나라는 보험 혜택으로 환자 부담이 적지만 조건을 충족해야 상급치료제(생물학제제·소분자제제)를 쓸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먼저 쓰고 이후 상급치료제로 넘어가는 ‘스텝 업(step-up)’ 전략을 쓴다.
방기배 교수(소화기내과): 생물학제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환경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제도적 제한이 많다. 세계 가이드라인은 조기 사용을 권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조기 개입이 쉽지 않다.
-치료 목표는 뭔가.
김원중 교수: 과거 목표는 증상 조절과 내시경 관해였다. 지금은 조직학적 관해, 나아가 ‘질병 소실’이 새로운 기준이 됐다.
유준환 교수: 이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물학제제·소분자제제 같은 상급치료제가 필요하다. 기존 약제는 한계가 있지만 상급치료제는 질병 소실까지 노릴 수 있어 조기 투여가 예후에 유리하다.
-어떤 환자에게 조기 개입이 특히 필요한가.
유준환 교수:진단 초기부터 예후가 나쁠 것으로 보이는 환자, 예컨대 스테로이드가 꼭 필요한 경우나 잦은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는 최대한 빨리 상급치료제를 쓴다.
정수진 교수: 소아청소년은 성장기 발병이 많다. 이 시기에 성장이 지연되면 평생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성장 지연이 있으면 중증도와 관계없이 곧바로 생물학제제를 쓸 수 있다.
-소아 환자만의 치료 전략이 있나.
정수진 교수: 성인과 마찬가지로 ‘스텝 업’을 따르지만,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경장 영양요법을 함께 쓴다. 영양식을 통한 항염 효과로 예후가 좋다. 다만 가격, 맛, 보험 제한 때문에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게 현실적 어려움이다.
-최신 치료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김승준 교수: 최근 유럽학회(ECCO)에서 생물학제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증상·내시경·조직학적 관해를 모두 달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크론병에서도 조기 개입의 효과가 확인됐다. 앞으로 치료 전략을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유준환 교수: 환자의 장 조직으로 ‘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약제 반응을 미리 시험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환자에게 맞는 약을 빠르게 찾을 수 있어 정밀 맞춤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야 할 자가 관리는.
방기배 교수: 초가공식품 대신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권한다. 활동기에는 충분한 휴식, 관해기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금연은 필수다.
정수진 교수: 아이에게 체중 감소나 성장 지연이 보이면 꼭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형적 증상이 없어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유준환 교수: 관해기에도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특히 크론병은 흡연이 예후를 크게 악화시키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꾸준한 치료와 생활 관리가 장기 예후를 바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