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아수라>가 제22회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작년 <정년이> 그리고 올해 <아수라>까지 우리의 시선과 감성은 과거와 전통을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요즘은 다시 무협의 붐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만화웹툰계에서 계속 회자될 정도로 무협물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화산귀환>에서 시작된 이런 분위기는 <무사만리행>, <칼부림> 등으로 이어져 부천국제만화축제 때 독자들과 만나더니 이제는 부천만화대상의 대상까지 차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수상자가 류기운·문정후 작가라는 점이 무협 독자들에게 나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듯하다. 무협만화의 쌍두마차로 군림하던 <용비불패>부터 웹툰 <고수>를 거친 이 콤비작가는 단순히 대중성과 작품성을 넘어 무협만화에 대한 ‘오마주’가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아수라>는 대륙을 통일한 절대자에게 불사의 비밀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받은 아수라와 대장이 세상을 누비며 펼치는 대서사시다. 익히 알고 있는 전설을 살짝 비틀고, 거기에 특유의 유머와 액션이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다.
선정위원회는 “<아수라>는 박진감 넘치는 작화와 능숙한 전개로 류기운·문정후 콤비의 노련함이 돋보”인다면서, “<아수라>는 한국 무협 판타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두 작가의 깊은 내공이 집약된 결과물로 주목받았다.”라고 대상의 평을 남기고 있다. 특히 무협에 동서양의 다양한 모티브와 코스믹 호러를 결합해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도 덧붙이고 있다.

신인만화상은 생일기분 작가의 <수희0(tngmlek0)>가 차지했다. 회사원 조수희가 우연히 시작한 인터넷 방송과 채널 성장 과정에서 드러나는 빛과 어두운 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스트리밍이라는 마이너한 소재와 전개 방식을 꾸준히 밀고 나간 점에서 신인만화상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꾸준히 주목받던 작품이었다. 상운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올 정도로 참신한 기획과 재미있는 스토리에 제법 많은 팬층이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독특한 신인들의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은 시기였지만, 그 참신함과 꾸준함이 인정을 받은 듯하다.

해외만화상은 타츠 유키노부 작가의 <단다단>이 선정됐다. 유령을 믿는 소녀 모모와 외계인을 믿는 소년 오카룽이 기묘한 존재들과 맞서는 오컬트 액션 판타지이다. “스타일리시한 작화와 빠른 전개, 흥미로운 소재의 조합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솔직히 의외의 작품 선정이라는 말도 나올 법 하다. <단다단>의 재미, 작화 그리고 독특한 설정에 딴지를 거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좌충우돌의 스토리와 경계를 넘는 듯한 연출과 호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공식적인 시상식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부천만화대상은 다른 어느 때보다 대중성과 참신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상’에서 중요한 것은 그 상이 간직하고, 유지해야 하는 가치와 그 개성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이뤄진 이번 부천만화대상의 결과를 주목하게 된다.
한편, ‘부천만화대상’은 ‘우리만화상’, ‘콘텐츠대상-만화부문’과 함께 한국의 만화웹툰을 대표하는 상이다. 2004년 제정 이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한해의 대표 만화를 선정해 지금까지 시상해 왔다. 올해 수상작은 202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발표된 작품 중 1권 이상 출판되었거나 30화 이상 연재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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