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바이오메딕스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유래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환자 임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저널 ‘Cell’에 보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12명 투여 대상자(저용량·고용량 각각 6명)에 대한 뇌내 도파민 세포 이식 후 1년 동안의 추적·관찰 결과며, 연구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졌다.
이번 임상 연구 대상은 파킨슨병 진단 후 5년 이상 경과한 환자로, 항파킨슨 약물치료에도 약효 소진 현상이나 보행 동결 현상 등의 부작용을 보인 이들이다. 세브란스병원과 에스바이오메딕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2a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대상자에게 도파민 세포치료제 투여를 완료했다.
전체 대상자 중 저용량(315만개 세포), 고용량(630만개) 투여 대상자 각 6명의 유효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파킨슨병의 증상을 심각도에 따라 단계를 나눠 구분한 호엔야 척도에서 저용량 투여군은 이식 1년 후 평균 27.8% 호전(평균 3.7단계에서 2.7단계로 감소), 고용량 투여군은 평균 43.1% 호전(평균 3.8단계에서 2.2단계로 감소)을 보였다. 33개 항목으로 운동성 증상을 평가하는 MDS-UPDRS part III 평가에서도 저용량 투여군은 이식 전보다 평균 21.8% 호전(12.7점 감소), 고용량 투여군은 평균 26.9% 호전(15.5점 감소)됐다.
약효 소진 현상의 경우 모든 환자에서 개선됐으며, 보행 시나 방향을 바꿀 때 주로 발생하는 보행 동결의 경우 저용량 투여군은 5명 중 4명이 사라지거나 호전됐고(80% 호전, 2명은 보행 동결 사라짐), 고용량 투여군은 6명 모두 사라지거나 호전됐다(100% 호전, 4명은 보행 동결 사라짐). 특히 고용량에서 보행 동결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식 1년 후 시행한 도파민 뇌영상(FP-CIT-PET)에서는 이식된 도파민 신경세포 생착을 시사하는 신호 증가 소견이 관찰됐다. 이는 저용량군보다 고용량군에서 두드러졌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는 “도파민 뇌영상의 신호 증가는 세포 치료의 작용 기전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환자들의 임상적 증상 호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제 1저자이자 이식 책임자인 고려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이식된 세포가 잘 생착해 기존의 도파민 회로와 기능적으로 잘 연결된 것 같다”고 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모든 환자에서 세포 이식과 관련된 특이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식한 12명 중 1명이 이식 부위와 관련 없는 주변 부위에 경미한 출혈이 관찰됐으나 특이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부작용은 없었다.
특히 세포를 이식 받은 사람 중에는 파킨슨병 때문에 오케스트라 지휘를 중단했던 환자가 다시 지휘봉을 잡은 사례가 나왔다. 잦은 낙상과 불안정한 자세로 거동이 어려웠던 환자가 이제는 친구들과 동네 축제를 즐길 만큼 회복한 경우도 있었다. 또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가 현재는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게 됐다.

치료제 개발자이면서 논문의 총괄 책임자(교신저자)인 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 김동욱 교수(에스바이오메딕스 최고 기술책임자 겸임)는 “배아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세계 최고 순도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확보했고, 동물실험에서 이식한 도파민 세포의 생존율도 국제 경쟁팀보다 우수했다”며 “이러한 우수한 세포 분화 및 전임상 시험 결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 결과로 잘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배아줄기세포유래 도파민 세포의 파킨슨병 임상은 세계 2번째이고 아시아 최초로 수행됐다. 기존의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약물요법은 증상 완화 수준이지만, 이러한 세포치료제는 증상 완화를 뛰어넘어 사멸하는 환자 뇌 속 도파민 세포를 새로운 도파민 세포로 교체해 주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에스바이오메딕스 측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차기 단계의 2b/3상 임상시험 및 해외 개발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